▲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우체국택배 노동자 총력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노예계약서’를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어고은 기자>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본부장 윤중현)가 우정사업본부 산하 우체국물류지원단과의 임금협상이 결렬되면서 18일 파업을 예고했다. 노조는 물류지원단측이 제시한 새 위수탁계약서에 포함된 계약 정지·해지 조항으로 인해 ‘쉬운 해고’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물류지원단과 위수탁계약을 맺고 소포우편물을 배달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다.

우체국본부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주최측 추산 약 1천50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집회 이후 동화면세점에서 영풍문고와 청계천로를 거쳐 광화문우체국 앞까지 행진했다.

계약정지 기간 ‘10일→5일’ 축소? “기가 막혀”

우체국본부와 우정사업본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월 상견례 이후 물류지원단·우정사업본부와 노조는 10여차례 교섭을 진행해 수수료 ‘올해 7월 3% 인상, 내년 1월 3% 인상’을 포함한 의견일치안을 도출했다. 그런데 7월부터 적용되는 계약 정지·해지 조항이 포함된 새 계약서를 사측이 제시하면서 합의를 뒤집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지난달 20일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뒤 조정위원들의 권고에 따라 추가 협의를 진행했지만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물량이나 수수료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됐지만 (계약 정지·해지에 대해선) 정지 기간을 10일에서 5일로 축소하고, 60일 이전에 통보한다는 내용만 제시했다”고 말했다.

사측이 제시한 위수탁계약서 초안에는 △화물차량에 위탁자의 대고객 이미지를 저해하는 기타 광고물이나 현수막 등을 부착하거나 △위탁물량으로 배정된 소포우편물을 중량·부피 등을 사유로 수수 거부 △서비스 품질 수준 결과에 따른 서비스 개선 요청을 미수행 △업무처리를 위해 취급하는 정보 관리에 소홀해 외부로 유출 같은 위반행위를 하면 서면경고(1회), 10일간(2회) 혹은 30일간(3회) 계약이 정지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4회 반복시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또한 △우편사업 정책 변화 및 우편물 감소 등 위탁자의 사업환경 변동에 따라 계약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 △방문소포사업의 전부를 폐업하는 경우에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우체국본부는 계약 정지·해지가 위탁배달원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반 사항 2회 발생시 10일간 계약을 정지한다는 것에서 10일을 5일로 축소하는 식의 ‘꼼수’가 아닌 해당 신설 조항을 전부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포배달원으로 15년째 일한 장경일(46)씨는 “10년 전 독소조항이 담긴 계약서에도 없었던 ‘현수막 부착’ 행위가 포함된 것을 보고 참 막막했다”며 “계약정지 기간을 10일에서 5일로 줄이려고 투쟁하는 게 아닌데 우정사업본부의 태도가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2012년 위탁배달원 계약서에 따르면 차량도색 및 제거 부적정, 차량상태 및 세차 불량 등 행위로 경고 2회를 받거나 고객응대 태도 불량, 민원 발생 등으로 경고 2~3회를 받으면 계약해지될 수 있다.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어고은 기자>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어고은 기자>

“계약정지 조항, 위탁배달원에게 유리하다”고?

우정사업본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계약정지 조항은 현재 계약서에 있는 조치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고 계약해지 조항은 우편물 감소 등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계약서는 고객 정보 유출, 정당한 사유 없는 배달 거부, 중대 민원의 반복적 유발에 대해 즉시 계약을 해지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는데 개정안은 발생 횟수에 따라 단계적 조치를 규정해 오히려 “위탁배달원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계약해지 조항도 근로기준법이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조항을 두고 있는 것처럼 위탁배달원에 대한 경영상 이유에 의한 계약해지 조항을 신설한 것은 “과도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우체국본부는 18일 경고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윤중현 본부장은 “매주 월요일 집회를 준비하고 있고 18일 경고파업도 준비 중”이라며 “27일 전국에서 조합원들이 모일 때까지 계약서를 쓰지 않고 전 조합원의 의견을 모은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투표율 90.6%, 찬성률 70%로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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