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우체국 소포위탁배달원으로 구성된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는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달 파업을 예고했다. 본부는 지난 1월부터 진행한 임금협상에서 우체국물류지원단이 기존 의견일치안을 뒤집고, ‘쉬운 해고’가 가능한 독소조항을 위수탁계약서에 삽입했다고 비판했다. 우체국본부는 물류지원단·우정사업본부가 전향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13일 쟁의권을 확보한 뒤 18일 경고파업을 한다는 계획이다. <매일노동뉴스>는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택배노조 사무실에서 파업 채비에 나선 윤중현(45·사진) 우체국본부장을 만났다.

“노사 의견접근안, 한순간에 뒤집어”

- 파업 채비에 나선 이유는.
“임금교섭 내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노사 간 이견을 좁히고 의견일치에 근접한 결과를 도출했는데 물류지원단이 한순간에 뒤집었다. 또한 ‘노예계약’을 방불케 하는 독소조항이 배치된 계약서 초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9~1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13일 중앙노동위원회 2차 쟁의조정 회의에서 조정중지 결론이 나오면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 지난달 20일 쟁의조정 신청 이후 협상에 진척은 없었나.
“지난달 31일 1차 조정에서 조정위원들은 이달 2차 조정 전까지 두 차례 협의를 진행하라고 권고했다. 물류지원단쪽과 8일 만났는데 크게 변화한 입장은 없었다. (택배기사 소득보장을 위한) ‘기준물량(하루 190개, 주 평균 950개)을 (계약서에서 삭제하지 않고)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수준이다. 노사가 의견접근했던 임금인상안(7월 3%, 내년 1월 3%)도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 하고, ‘계약 일시정지’ 조항(현수막 부착 등 행위 2회 발생시 10일간 계약정지)의 경우 기간을 10일에서 5일로 줄여 주겠다고 한다. 노조를 대등한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는지 근본적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조정신청하니 한발 물러서, 쉬운 해고는 유지”

- 세부 쟁점을 살펴보면 우선 ‘단가표 조정을 통한 임금인상 무력화’ 문제는 우정사업본부가 “현행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해소된 건가.
“조정신청을 하고 나서야 우정사업본부가 현행대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계약서에 제시된 단가표대로 계산하면 올해 7월 인상률이 2.4%라고 문제를 제기하니 ‘단순 착오’라며 3%에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노사합의는 상호 신뢰에 기반해 진행해야 하는데 이를 무너뜨리는 태도를 일관되게 보여 왔다.”

- 기준물량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건가.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만 밝혔는데 노조는 오해와 갈등의 소지가 없도록 단협이 규정하고 있는 그대로 (계약서에) 넣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원칙적으로 하루 190개를 보장하고, 이를 맞추기 어려운 지역의 경우 기준물량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보완책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단협에는 “기준물량은 2019년도 소포위탁배달원 전국 연간 인당 일평균 배달물량(일 190개, 주 평균 950개)으로 한다. 배달물량이 전년도 175개에 미달하는 국은 최소 175개를 보장하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 새 계약서에 현수막 부착, 규격 외 물품 미배송 등 행위가 발생했을 때 10일간 계약이 정지되고 반복되면 해지된다는 조항이 신설된 점에 대해서도 노조는 문제를 제기했다.
“계약 정지나 해지는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기 때문에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기존 계약서에도 관련 조항이 있지만 천재지변이나 기타 불가항력적 사항이 있을 때에 한하는 경우였다. 교섭 태도가 180도 바뀐 데다 이렇게까지 하는 게 결국 정권 코드 맞추기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지기간 축소가 아니라 해당 조항은 전부 폐기돼야 한다.”

“18일 경고파업 나설 것”

- 향후 계획은.
“물류지원단과 10일 오후 2차 협의를 할 예정이다. 여기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 노조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다. 파업 철회 조건은 △기준물량 단협 문구 그대로 삽입할 것 △기준물량 190개 준수가 불가능한 지역의 경우 이를 이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보완책을 제시할 것 △계약 정지·해지 조항은 표준계약서 수준으로 정리할 것 3가지다. 지금처럼 진정성 없이 상황을 모면하려고만 한다면 18일(토요일) 경고파업을 할 예정이다.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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