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ILO 총회 모습. <한국노총>

국제노동기구(ILO)는 110차 총회를 맞아 지난달 5일 ‘2022 사회적 대화: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탄력 있는 회복을 위한 단체교섭(Social Dialogue Report 2022: Collective bargaining for an inclusive, sustainable and resilient recovery)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는 사회적 대화에 관한 ILO의 첫 정기 보고서다.

보고서 서문에서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코로나19 감염병이 초래한 사회경제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보다도 일을 다스리는 이치, 즉 일의 치리(the governance of work)에서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인정함으로써 노동자와 사용자가 같이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민주적인 원칙과 권리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이라는 원칙이 “노동시장의 민주적 기초를 제공함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민주적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며 “안정되고 정의로운 사업장과 산업과 사회의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서가 “노동자와 사용자가 포용적이고 효과적인 ‘일의 치리(治理)’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ILO는 보고서에서 “단체교섭이 코로나19로 악화한 불평등이 초래한 고용과 소득의 위기를 완화하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써 기업과 노동시장의 탄력성을 강화했다”고 지적하고, 정보 교환과 협의와 교섭이라는 형태를 띠는 사회적 대화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단체교섭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한 그 연장선에서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의 실질적 인정을 사회적 대화를 뒷받침하는 일의 기본 원칙과 권리(fundamental principles and rights at work)”로 내세우고 있다.

일의 세계에서 노사를 대표하는 행위자들이 일의 조건과 취업규칙(the terms of employment)을 규율하는 단체교섭은 결과의 정통성에 관한 신뢰를 증진하게 되고, 이를 통해 사회적 대화의 토대가 튼튼해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단체교섭은 쟁점이 맞부딪히는 교섭 과정을 거치며 교섭 당사자들이 “타협의 반복(repeated compromise)”을 통해 신뢰와 안정성 그리고 “노동 평화(labour peace)”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ILO의 ‘2022 사회적 대화’ 보고서에서 관심을 끄는 개념은 ‘일의 치리(the governance of work)’다. 일의 조건과 환경을 다스리는 원칙과 규범으로 이해되는 ‘일의 치리’는 단체교섭의 기능적 목적이기도 하다. ‘일의 치리’로서 단체교섭은 노동자와 사용자가 공동으로 일에 관한 규칙을 만들고(rule-making) 일의 세계를 공동으로 규제하는(co-regulation) 역사적 메커니즘으로 발전해 왔다.

ILO는 “단체교섭이 포용적 노동 보호를 촉진할 수 있다”며 단체교섭을 통해 일하는 조건과 취업규칙을 정함으로써 특히 임금 분배에서 평등을 위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직업안전보건과 의료 혜택에서 노동자를 위해 뚜렷한 보호책을 제공함으로써 보다 포용적이고 참여적인 안전보건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점도 코로나19 위기에서 단체교섭의 중요한 이점으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단체협약 적용률은 유럽 국가들이 평균 75%로 가장 높았다. 국제 비교의 관점에서 단체협약 적용률은 노동조합의 조직적 특성과 구조, 법·제도적으로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정도, 단체교섭을 위한 제도적 장치에 따라 나라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무엇보다도 단일 사용자를 상대로 하는 기업별 교섭이냐, 아니면 다수 사용자를 상대로 하는 초기업별 교섭이냐 하는 단체교섭의 구조와 형태가 단체교섭 적용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유럽 국가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높은 단체협약 적용률은 다수 사용자를 포괄하는 초기업별 교섭 구조에 더해, 단체교섭의 효력이 조합원 여부에 상관없이 사용자단체를 통해 초기업교섭에 참여한 기업의 모든 종업원에게 적용되는 제도적 장치 덕분이라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2015년 효력을 발생한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약속 이행을 위해 2021년 결사의 자유 협약 87호와 단체교섭권 협약 98호를 비준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해고자와 실업자 그리고 공공부문의 조직할 권리에 대한 제한이 철폐”됐으며 “사업장에 종사하지 않는 노조원과 5급 이상 공무원의 노조활동에 대한 제한이 폐지됐다”고 언급했다.

‘2022 사회적 대화’ 보고서를 통해 단체교섭이 사회적 대화의 “심장(heart)”이라고 천명한 ILO의 입장은 단체교섭과 사회적 대화를 별개의 것으로 구분하면서 단체교섭을 회피하고 약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회적 대화를 이용하는 국내 분위기에 일침을 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평가할 수 있겠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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