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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 연차총회인 국제노동대회(International Labour Conference)가 지난달 2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작했다. 이달 11일까지 열린다. 이번이 110번째인 국제노동대회를 관통하는 핵심 의제는 △직업안전보건(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수습직(apprenticeship) △사회연대경제(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세 가지다.

직업안전보건과 관련한 의제로는 해당 기준을 ‘일의 기본 원칙과 권리에 관한 ILO 선언’에 포함시키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선언에 들어갈 문구로 노동자위원은 “모든 노동자를 위한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환경”을, 사용자위원은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환경 보호”를 제안했다.

또한 노동자위원은 안전보건 체제와 관련해 노사정 3자의 “참여”를 제안했고, 사용자위원은 노사정 3자의 “협력”을 제안했다. 한편 유럽연합(EU) 정부위원은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조건·근무환경”이라는 문구와 안전보건 체제에서 노사정 3자의 “참여”라는 표현을 제안했다.

‘일의 기본 원칙과 권리’에 들어갈 협약과 관련해서 사용자위원은 직업안전보건증진체계 협약(187호) 한 개만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다. 정부위원 가운데 일본과 콜롬비아는 사용자와 같은 의견을 냈다. 반면 유럽연합 국가의 정부위원은 직업안전보건 협약(155호)과 직업안전보건증진체계 협약(187호) 두 개를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다.

노동자 위원은 직업안전보건 협약(155호)과 직업보건서비스 협약(161호) 두 개를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다. 최종적으로 기본협약에 어떤 협약이 들어갈지는 11일 대회 결의문 채택을 통해 결정한다.

또한 이번 대회는 수습직을 위한 국제기준을 처음 논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역사적으로 장인으로부터 기술을 배우는 도제에서 비롯된 수습직은 많은 나라에서 “공식 교육을 일터의 훈련 및 경험과 결합시키는 배움의 과정”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론과 실습의 결합, 교실과 일터의 결합”이라는 이상과 달리 실습직은 나쁜 일자리로 전락해 왔다. 아동노동 문제이기도 한 우리나라의 특성화고 실습생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실습생에게 적절한 조건과 환경을 보장하는 국제 기준을 확립함으로써 실습직의 상태를 저질에서 양질로 전환시키려는 ILO의 노력이 이번 대회에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ILO는 수습직의 규제를 위해 여러 가지 기준을 만들어왔다. 1962년 직업훈련 권고(117호)를 채택한 이래, 1975년 인적자원개발 협약(142호)과 인적자원개발 권고(150호)를 채택했다. 2004년에는 150호 권고를 대체하는 195호 권고를 채택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평생교육을 주로 강조하는 이들 협약과 권고에서 수습직에 대한 내용은 분명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수습직을 규제하는 조항을 담은 새로운 협약을 만들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사회연대경제 역시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논의되는 의제다. 대회 참가자들은 “강한 사회연대경제가 포용적이고 탄력성 있는 지속가능개발에 기여한다”는 전제 아래 사회연대경제에 관한 보편적 개념 규정을 논의하고, 사회연대경제가 좋은 일자리와 지속가능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을 토론한다.

이번 대회는 ILO의 정책 목표인 좋은 일자리(decent work)의 네 가지 기둥인 고용창출과 사회보호, 그리고 일의 권리와 사회적 대화를 증진하는 효과적 수단으로서 사회연대경제의 역할과 기능을 살펴보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ILO는 2008년 채택한 ‘공정한 세계화를 위한 사회정의에 관한 ILO 선언’에서 사회적 경제를 지속가능한 경제개발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인정한 바 있다.

지난 10년간 ILO를 이끌어온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에게 이번 대회는 마지막 총회가 될 예정이다. 영국노총(TUC) 국제국에서 노동운동을 시작한 그는 국제노총(ITUC) 사무총장을 거쳐 2012년 2월 ILO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오는 9월30일 임기를 마치는 가이 라이더 총장의 후임은 아프리카 토고 출신으로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의장을 지낸 질베르 웅보(Gilbert F. Houngbo)다. 지난 3월 열린 ILO 이사회에서 임기 5년의 새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질베르 웅보는 2008년~2012년 토고 총리를 역임한 후 2013년~2017년 ILO에 사무차장으로 있으면서 ‘직원 관리’ 업무를 주로 담당한 바 있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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