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는 27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110차 국제노동대회를 연다. 가장 중요한 의제는 ‘일의 기본 원칙과 권리에 관한 선언(Declaration on Fundamental Principles and Rights at Work)’을 개정해 직업안전보건 기준을 기본협약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ILO 100주년을 기념해 2019년 ‘일의 미래(future of work)’ 결의문을 채택한 이래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보건을 증진하기 위한 노사정 3자의 역할이 전례 없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이기도 하다. 특히 코로나19 전염병 위기를 겪으면서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에 대한 관심이 글로벌 차원에서 고조되는 현 시점에서 안전보건 기준의 ‘기본협약화’는 국제 사회의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기술협약에서 기본협약으로의 범주 변경이 예상되는 안전보건 관련 협약은 3개다. 안전보건정책을 수립할 국가의 의무와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증진할 사용자의 책임을 규정한 직업안전보건 협약(155호, 1981년 채택), 기업 수준의 보건서비스 체제 설립을 규정한 직업보건서비스 협약(161호, 1985년 채택), 노사정 3자 대화를 통해 직업안전보건 문제를 일관되고 체계적으로 다룰 정책과 체계를 수립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한 직업안전보건체계증진 협약(187호,2006년 채택)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155호 협약과 187호 협약을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8년 2월20일 비준했고, 161호 협약은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다.

ILO 이사회 논의를 살펴보면, 사용자 그룹은 155호와 187호의 조합을 선호하고 노동자 그룹은 155호와 161호의 조합을 선호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아직 비준하지 않은 직업보건서비스(Occupational Health Services) 161호 협약은 1985년 ILO 71차 국제노동대회에서 채택됐다.

이 협약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보호와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직업안전보건 정책을 실행할 직업보건서비스(기관) 설립에 관한 국제노동기준”으로, 직업안전보건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다방면에서 제공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협약에서 말하는 직업보건서비스란 “필수예방기능(essentially preventive functions)을 위임받아 사업장의 사용자와 노동자, 그리고 노사 대표에게 자문할(advising) 책임을 지는 서비스”를 뜻한다. 이 협약의 맥락상 직업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조직체를 뜻하는 서비스가 자문할 내용은 “일과 관련해 최적의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촉진하는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환경을 수립하고 유지하기 위한 요건”과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의 상태를 고려해 노동자의 역량에 맞게 일을 조정하는 것”이다.

협약에서 규정한 “직업보건서비스”의 기능은 다음과 같다. ⒜ 작업장에서 건강상 유해로 인한 위험성(risks)의 식별(identification)과 평가(assessment) ⒝ 사용자가 제공하는 위생시설·식당·주택 등 노동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근무환경과 작업관행의 요인에 대한 감시(surveillance) ⒞작업장 설계 등 일의 계획과 조직, 기계류의 선택·유지보수·상태, 근무시 사용되는 물질에 대한 자문(advice) ⒟ 새로운 장비의 건강상 문제에 대한 검사와 평가, 근무관행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참여(participation) ⒠ 산업보건안전과 위생, 인체공학과 개인·집단보호장구에 대한 자문 ⒡ 일과 관련해 노동자 건강 감시 ⒢ 노동자에 대한 일의 적응(adaptation of work to the worker) 촉진 ⒣ 직업재활 조치에 기여 ⒤ 산업보건·위생·인체공학의 영역에서 정보·훈련·교육 제공에 협력 ⒥ 응급처치와 비상조치의 조직 ⒦ 직업상 사고와 직업병에 대한 분석에 참여하는 것이다.

ILO 안에서 정부 그룹의 입장은 통일돼 있지 않은데, 정부 그룹의 입장에 따라 기본협약에 들어갈 협약이 161호일지 187호일지가 결정된다. 노사정 3자 모두가 동의하는 155호와 더불어 노동자 그룹이 선호하는 161호가 기본협약에 들어갈지, 아니면 사용자 그룹이 선호하는 187호가 기본협약에 들어갈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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