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대 대선에서는 노동시간단축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틈이 열렸다.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주 4일 근무제를 목표로 한 주 4.5일제를 제안했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주 4일제를 공약했다. 그런데 노동시간 유연화를 주창하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노동시간단축에 대한 논의의 장은 닫혔다.

노동시간 규제 빗장을 풀겠다는 정부 방침에 노동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화물노동자의 안전운임제와 배달노동자의 안전배달료, 여성 마트노동자의 야간근로 방지 등 직종별로 시간주권을 회복하고 노동시간단축 논의의 장을 다시 열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닫혀 버린 논의의 장을 다시 여는 건 우리 사회 몫이다. 대선 기간 주 4일제 논의에 집중됐던 노동시간단축 논의가 시간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행하는 <노동정책연구>에 ‘시간빈곤인의 노동시간 특성에 관한 연구’ 논문을 공개한 신영민 연구자는 “임금노동자 안에서 시간불평등도 큰 문제지만 임금노동자와 특수고용직·프리랜서·1인 자영업자 같은 비정형 노동자 간의 시간불평등 문제도 심각하다”며 “그런데 장시간노동 규제로만 접근하면 시간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통계상 ‘유급 노동시간’만 놓고 보면 비정형 노동자가 오히려 임금노동자보다 덜 일하는 것으로 나오기도 한다. 유급 노동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이나 대기하는 시간 등은 계산되지 않기 때문에 과소추계되는 경향이 있다. 특수고용직 등 비정형 노동자들은 장시간노동 임금노동자보다는 짧지만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을 일하면서 동시에 전업주부 못지않게 가사와 돌봄시간도 길기 때문에 시간빈곤 상태에 놓이게 된다. 또 야간·휴일노동이나 불규칙한 근무같이 노동시간의 질적인 측면도 시간빈곤을 확대할 수 있다.

때문에 노동관계법 테두리 내에서 작동하는 기존의 일률적인 노동시간 정책으로는 시간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다. 정책 대상에 비정형·특수고용직 노동자를 어떻게 포괄할 것인지, 모두를 위한 ‘정의로운’ 시간을 만들 것인지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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