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서울시가 서울지하철 연장운행 재개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면서 지하철 노동자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누적한 적자와 통상임금 인건비 부담 해소를 위해 가까스로 결정한 연장운행 폐지를 서울시가 3개월 만에 상의도 없이 뒤집은 셈이라 불신이 깊다.

“연장운행 폐지 잉크도 안 말랐다”
서울시 ‘하명’에 반발 기류 확산

9일 노동자들은 우선 서울시가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연장운행을 추진한 데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호영 서울교통공사노조 선전홍보국장은 “내리꽂기 정책 결정”이라며 “현장 혼란과 노사 간 충돌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중교통이자 공공기관인 이상 시민편의를 고려해 노동자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에 이견은 없다”면서도 “연장운행을 위한 기관사 채용과 훈련에 1년가량 소요되는데 당장 다음달 운행을 재개한다는 서울시 주장은 안전과 인력운용을 고려할 때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도 답답하다는 분위기다. 통합노조 관계자는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갈등 끝에 합의한 사항을 하명하듯 결정하는 방식은 타당하지 않다”며 “적자가 쌓인 상황에서 이에 대한 해법을 포함해 공익적 관점의 지하철 운행 같은 문제를 원점에서 정확히 짚어 봐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노사가 합의한 합의서에 잉크도 안 말랐는데 교통 상황이 변했다며 다시 하라는 것이냐”며 “공공서비스의무(PSO) 비용의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보전 같은 대책이나 인력충원 문제를 충분히 고려한 장기적 관점의 교통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지난해 1천539명 감축 강조 전력
통상임금 총인건비 포함으로 재정 부담

노동자들은 특히 지난해 적자가 많다며 구조조정까지 요구했던 서울시가 추가 인건비 소요가 불 보듯 뻔한 연장운행을 사실상 통보하는 게 어처구니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이후인 지난해 6월 서울교통공사 적자가 1조원 규모라며 1천539명을 감축하라고 요구했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무임승차 같은 공공서비스의무 비용 손실을 국가·지방자치단체 어느 쪽도 보존하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인건비를 줄여 만회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이후에도 반복했다. 잇따른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이 노동자 손을 들어준 뒤 정부가 통싱임금 확대에 따른 소요 인건비를 총인건비 내에서 지급하라고 올해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을 만들면서 또다시 인건비를 감축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방안이 연장운행 폐지다. 이미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던 2020년 4월 잠정적으로 운영을 중단했던 가운데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지난 2월 연장운행을 최종 폐지했다.

물론 노동자를 해고한 건 아니다. 당초 충원 예정이던 200여명분을 백지화하고 다른 업무에서 80여명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연장운행 투입시 발생할 인건비를 해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이전 연장운행 방식을 재개하면 다시 300여명의 노동자가 부족해지는 셈이다.

여기에 안전 문제도 있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첫차 출발시간까지 야간정비와 안전점검 시간이 한 시간 줄어드는 것”이라며 “안전사고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방적인 서울시의 연장운행 추진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직 전환 제자리 콜센터 노동자도 떤다
새벽근무조 노동시간 1시간 연장 불가피

연장운행 재개로 피해를 보는 쪽은 또 있다. 콜센터 노동자다. 교대로 일하는 서울교통공사 콜센터의 마지막 근무조는 현재도 지하철 운행 종료 이후인 새벽 1시까지 일한다. 연장운행을 재개하면 이 시간도 새벽 2시로 연장된다. 문제는 콜센터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콜센터 노동자수가 급감했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 39명이던 서울교통공사 콜센터 노동자는 이달 현재 수습사원 6명을 포함해 26명으로 감소했다. 반년도 안 돼 노동자 숫자가 3분의 2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수습사원을 제외하면 20명이 지하철 1~8호선 민원을 소화하는 셈이다. 엄민지 희망연대노조 서울교통공사고객센터지부장은 “공사 콜센터는 성희롱·싸움·위협행위 같은 사건·사고가 많아 업무강도가 매우 높다”며 “더 많은 인원이 이탈할까 두렵고, 건강에 좋지 않은 심야노동으로 콜센터 노동자의 몸과 마음이 더욱 상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쪽은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에 따라 지하철 연장운행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문혁 서울시 도시철도과장은 “사회가 코로나19 확산 이전으로 빠르게 회귀하면서 지하철이 감당하던 2만500여명의 심야시간 운송을 택시와 버스가 감당할 수 없게 됐다”며 “심야버스 증편하고 택시부제도 해제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중과부적이라 지하철 연장운행 재개를 검토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울교통공사 적자를 고려한 지원은 검토 중이라는 설명이다. 문혁 과장은 “연장운행에 대한 금전적 지원 방안은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관계자는 “서울시 기조에 맞춰 연장운행을 정상화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노조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밝혔다.

이재·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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