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제강 하청노동자 고 이동우 산재사망사고 해결 촉구 지원모임 회원과 유가족들이 19일 오후 동국제강 본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 페럼타워 앞에서 회사의 공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 정당한 배상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천막 분향소를 설치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동국제강의 하청노동자 고 이동우(38)씨가 중대재해로 숨진 사고와 관련해 원청이 한 달 가까이 입장을 내놓지 않아 유족측의 반발을 사고 있다. 유족은 원청이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을 때까지 분향소를 설치하고 노숙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해결 약속했지만, 구체적 제안 회피
“합의서 초안도 임직원 면책 위주”

고 이동우 동국제강 비정규 노동자 산재사망사고 해결 촉구 지원모임은 19일 오후 서울 중구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분향소를 설치하고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사망사고에 대한 구조적 원인을 조사해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동국제강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취지에 따라 유족에게 제대로 배상하라”고 촉구했다.

이동우씨는 ‘포항공장 크레인 기계보수’ 계약을 체결한 크레인 기계정비업체인 창우이엠씨 소속으로 크레인 보수업무를 수행하던 중 지난달 21일 오전 사고를 당했다. 크레인의 브레이크와 감속기를 교체하기 위해 크레인에 올라갔다가 갑자기 크레인이 작동해 안전벨트에 몸이 감겼다.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 도중 숨지고 말았다.

유족측은 동국제강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모임에 따르면 동국제강 협의대표는 전날(18일) “수사 결과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것”이라며 “유족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동우씨가 사망한 지 28일 만의 공식적인 답변이었다.

유족측은 사망사고 이후 원청의 공개사과와 대책 수립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사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원·하청의 제안이 없자 이동우씨 어머니가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광역중대재해관리과에 항의했다. 사고 발생 8일이 지나서야 김연극 동국제강 공동대표가 장례식장을 찾아 “변호사에게 요구사항을 제시하면 최선을 다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유족 대리인이 지난 1일 동국제강에 배상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사측은 5일 만에 대리인을 통해 합의안 초안을 보내왔다. 그마저 책임 있는 배상 내용이라고 보기에 부족했다고 유족측은 분통을 터뜨렸다. 임직원 면책을 중심으로 배상안이 작성됐다는 것이다. 이에 유족측이 유족 합의서 초안을 보냈으나 합의금액만 다소 높여 답했을 뿐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유족, 공개사과와 재발방지 촉구
동국제강측 “최선 다해 해결할 것”

유족측은 결국 지난 8일 동국제강 포항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3일 상경해 동국제강 본사에 입장문을 전달했다. 동국제강은 또다시 입장을 바꿨다. 유족측은 “본사에서 협의하자고 제안해 18일 오후 만났지만, 아무런 입장이나 답변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동국제강과 하청업체인 창우이엠씨 관계자는 “유족의 요구사항에 대한 입장은 없다”고 했다.

유족을 대리하는 권영국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는 “국내 3대 철강업체이자 연간 매출액 7조원이 넘는 규모의 기업체인 동국제강이 유족에 대해 무책임하고 무례한 태도를 보인다”며 “유족의 입장과 요구사항을 명시한 입장문을 동국제강 대표 앞으로 전달하고 검토할 시간을 부여했음에도 기껏 유족의 입장이 무엇인지 듣기 위해서 나왔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협의대표들의 태도에 할 말을 잃었다”고 규탄했다.

유족측은 △공개사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 △책임자 처벌 △정당한 배상 등의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농성을 계속할 예정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이날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유족이 요구하는 공개 사과에 대해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과를 드리고 있다”며 “재발방지 대책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산정해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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