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작은 정부’를 표방하면서 정부 조직의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전면적인 부처 개편을 통해 공무원수를 감축한다는 것이 개편안의 골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7일 현 정부의 조직체계에 기반해 1기 내각을 마련한다고 밝혔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새 정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조직체계가 그대로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공무원 노동계는 당장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재난 대응과 사회복지에 필요한 공공부문 인력은 앞으로 더욱 필요한데, 윤석열 정부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120만명 정도의 공무원수를 150만명까지 늘려야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올해 3월23일 설립 20주년을 맞은 공무원노조는 △공공행정인력 확충 △공적연금 강화 △공무원의 노동·정치기본권 보장 등을 핵심 사업으로 내세웠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공무원노조 위원장실에서 전호일(50·사진) 위원장을 만나 활동 계획을 들었다.

“공공행정인력 확충·공적연금 강화·노동·정치기본권 보장”

- 올해 1월 11기 임원선거에서 김태성 사무처장과 함께 재선에 성공했다.
“위원장과 사무처장이 동반 재출마해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합원들이 기존 활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 준 것 같다. 해고자 복직 문제를 해결했고, 공무원 정치기본권 10만 입법청원운동도 청원 23일 만에 10만명을 달성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유튜브 총회와 소방공무원노조 결성, 점심시간을 이용한 ‘12시 멈춤’ 운동 등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 공무원노조가 출범한 지 20년이 됐다.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공무원노조는 2002년 3월23일 정부의 탄압을 받으며 법외노조로 출발했다. 이명박 시절인 2009년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뒤 9년이 지나 설립신고에 성공해 합법화했다. 2020년에는 공무원 노동조합 관련 해직공무원 등의 복직 등에 관한 특별법(해직공무원복직법)이 제정돼서 해직자들이 복직했다. ‘투쟁과 승리의 역사 20년’이 공무원노조의 구호다.”

- 앞으로 핵심적으로 추진할 사업을 소개해 달라.
“‘150만 공무원 시대’를 선거에서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공무원 숫자나 현장 인력을 확충하지 않으면 지난해 9월 과로와 스트레스로 숨진 부평구 보건소 공무원과 같은 사건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 연일 확진자가 수십만명 나오면서 읍·면·동 주민센터에 생활지원금 신청이 폭증해 공무원들이 민원 처리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보건소와 사회복지, 소방인력 등을 더 확보해야 한다. 더불어 노동·정치기본권 보장 관련 사업을 올해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공무원도 노동 3권과 정치자유를 누릴 권리를 가진다는 부분을 조합원들에게 해설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공무원 정치기본권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조직개편은 신자유주의 기조,
150만 공무원 시대 열어야”

- 윤석열 당선자가 ‘작은 정부’를 기조로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책, 특히 ‘작은 정부론’에 대해 반격할 수 있는 핵심 사업계획으로 ‘150만 공무원 시대’를 대의원대회에서 1번으로 제출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정부조직 개편의 핵심은 신자유주의다.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 분야를 민간에 넘기게 되면 사회 공공성이 저하될 우려가 크다. 지난 2년간 코로나 상황 속에서 공공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겪지 않았나.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노동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OECD의 전체 노동자 대비 공공부문 비율이 17~19%인데 비해 대한민국은 7~8%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공공성 강화와 행정인력 확충을 정부의 과제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본격적인 투쟁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 공무원에게 정치·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달 20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와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가 발효된다. 결사의 자유는 단결권뿐만 아니라 단체교섭과 단체행동권도 하나로 봐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공무원도 결사의 자유의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 국회에서 ILO 협약이 비준됐기 때문에 공무원과 교사가 제소하면 법적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 OECD 국가들은 공무원들에게 정치의 자유를 보장한다. 공무원에게 정치적 표현을 허용하고 정당 가입과 선거운동, 선거 출마까지 가능하도록 법률이 바뀌어야 한다. 국회에 공무원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는 법안이 상정된 상태라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통과될 수 있다.”

- 공적연금 강화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인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을 해결하려면 공적연금 강화밖에 답이 없다. 그런데 노령연금 수급자 비율은 지난해 기준 20%대에 그친다. 공적연금을 민간영역으로 전환하는 ‘연금 개악’은 중단돼야 한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사적연금을 활성화하려는 의도로 공적연금을 공격하고 있다. 어차피 공적연금은 장기적으로 볼 때 고갈될 수밖에 없다. 사내유보금을 적립한 기업들이 일부 재원을 대고, 부족분은 정부가 보전하는 방식 등의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재난 상황, 인력확충 시급” 투쟁 선포대회 계획

- 코로나 대응 업무로 공무원들이 지쳐 가는 상황이다.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핵심은 인력 확충이다. 2년 넘게 재난이 계속되고 있는데, 정부는 기존 인력으로 엄청난 양의 업무를 시키고 있다. 대응이 굉장히 늦다. 생활지원금 신청도 인터넷으로 가능하도록 바꿔야 하는데, 현장 접수만 고수한다.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지만, 코로나 대응을 포기했다는 지적이 나올까 봐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공무원의 초과근무가 많을 경우 해당 기관에 순환보직 등을 요구하는 방향도 타진 중이다. 업무상 인과관계가 인정되는데도 기관장이 해결하지 않으면 중대재해로 처벌될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 1천여명이 참여하는 투쟁 선포대회를 20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연다. 어떤 의미인가.
“지난해 국회에서 비준한 ILO 핵심협약 87호·98호가 공식 발표되는 첫날에 맞춰 집회를 계획했다. 공공행정인력 확충과 공적연금 강화, 공무원 노동 3권 쟁취가 핵심 요구사항이다. 윤석열 당선자의 ‘작은 정부’ 예고는 공무원퇴출제와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인수위에 공무원노조의 요구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 새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석열 당선자는 코로나 현장에서 인력 부족으로 공무원들이 쓰러지고 있는데 오히려 공무원수를 줄이겠다고 한다. 호봉제 폐지와 성과급제, 직무급제 도입도 공언하고 있다. ‘반공무원’ 정책을 펼쳐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공무원들은 하나의 어떤 쟁점이 형성되면 결집할 가능성이 크다. 100만명이라는 공무원 숫자는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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