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첫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병원이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을 대상으로 진료할 수 있는 길이 트였다. 내국인 진료 금지를 조건부로 내걸었던 제주도의 결정이 위법이라고 법원이 판결했기 때문이다. 영리병원 설립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제주지법 1행정부(부장판사 김정숙)는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취소 청구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18년 12월5일 녹지병원에 대해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진료를 하도록 조건부 허가를 한 제주도 행정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이날 1심이 최종 확정되면 녹지병원은 병원 개설과 내국인 진료가 모두 가능하게 된다. 녹지병원은 지난해 4월 개설 허가 이후 3개월이 지나도록 병원 문을 열지 않은 것을 이유로 제주도가 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하자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을 낸 바 있다. 지난 1월 대법원에서 병원측이 최종 승소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영리병원 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박근혜 정부가 병원영리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했고, 공공병원 강화 공약조차 하지 않은 윤석열 정부는 박근혜 정부를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판결로 영리병원을 추진해 왔던 병원 자본이 법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날 판결로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영리병원 개설 허가 여부를 묻는 공론조사에서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는데도 ‘내국인 진료 금지’ 조건을 달고 승인해 논란을 키웠다. 2018년 12월5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내국인 진료로 의료체계를 무너뜨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설립 허가에 따른) 모든 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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