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이미지투데이, 편집 김효정 기자

금융권 간접고용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접고용은 경비업무와 미화를 비롯해 전산개발과 사무지원 잡기비품 유지·관리, 계약모니터링, 인·아웃바운드(전화상담)같이 범위를 특정하기 어려울 만큼 광범위했다. 불법파견 소지나 경비업법 위반 같은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해결은 요원한 상황이다.

4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은행과 생명·손해보험사, 증권사 112곳의 용역·파견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간접고용 노동자는 4만1천605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112곳과 계약을 체결한 용역업체는 1천125곳이다. 전국단위 용역·파견업체는 복수의 금융회사와 계약을 체결해 중복으로 집계됐다.

은행 20곳, 금융권 간접고용 절반 차지

간접고용 노동자가 가장 많은 쪽은 은행이다. 은행 20곳이 용역·파견업체 413곳과 계약을 맺고 2만4천752명을 고용했다.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규모가 커 간접고용 노동자도 많았다. KB국민은행은 용역·파견업체 30곳과 계약을 체결해 5천182명을 간접고용했다. 경비와 전화상담 같은 업무를 비롯해 부동산시세조사 업무도 외주화했다.

KB국민은행은 또 경영진 운전기사와 경영진 비서, 리셉셔니스트(안내), 영문 번역가, 사무보조 등 다양한 업무에 노동자를 파견받았다.

용역·파견업체 27곳과 계약을 맺고 노동자 1천65명을 간접고용한 SC제일은행은 채권관리 같은 업무도 용역을 줬고, 채권회수를 위해 노동자 5명을 파견계약으로 고용하기도 했다. 처브라이프생명보험도 채권추심 업무를 파견받은 노동자에게 맡겼다. KDB생명은 수금관리 업무를 용역업체에 위탁했다. 경비와 미화 같은 단순 유지·보수업무를 넘어 금융관련 부대업무까지 간접고용 대상이 된 것이다.

단일 금융회사로 가장 많은 용역·파견계약을 맺은 곳은 NH농협은행이다. 무려 57곳과 용역·파견계약을 맺었다. 전국단위 사업장이라 청소와 경비 같은 업무를 다른 업체에 맡긴 게 영향을 줬지만 카드발급 공정이나 신용카드 연채채권 관리 같은 업무도 외주화했다.

경비·미화 같은 업무에 복수계약 관행

금융회사들은 특히 경비와 청소 같은 업무를 다수 업체에 맡기는 모습이 뚜렷했다. NH농협증권은 경비업무를 업체 9곳과 용역계약을 체결해 1천2명을 간접고용했다. 한국씨티은행도 사무지원보조 업무를 파견업체 7곳에 쪼개서 줬고, KB국민은행은 전화상담 업무를 도급업체 8곳에, 시설관리 및 미화업무를 8개 업체에 쪼개서 줬다.

쪼개기 계약은 경비·미화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한화손해보험은 연말정산 및 보험금 접수 업무를 5개 파견업체와, IT전산망개발 및 운영 업무를 3개 도급업체와 나눠서 계약했다. 계약한 미화업체는 여섯 곳, 보안업체도 다섯 곳이다. 삼성화재는 IT보안운영을 4개 업체에, 미화·시설·주차 업무를 3개 업체에, 음식서비스 업무를 3개 업체에 줬다.

이 가운데 경비용역은 경비업법 위반과 불법파견에 상시적으로 노출된 상황이다. 간접고용 노동자다 보니 원청인 금융회사의 요구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수차례 문제로 지적됐지만 좀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경비원에 태블릿PC로 간편업무 경비업법 위반

이태훈 은행경비노조준비위원장은 “과거 문제제기가 한창 이뤄질 때 잠시 모습을 감췄지만 감시가 소홀한 지금 다시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최근 디지털 전환에 따라 은행 경비원에게 태블릿PC를 지급해 간편 업무를 지원하도록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강조했다. 은행경비원이 경비업무 도중 태블릿PC를 활용해 고객 응대를 한다는 것이다.

주로 전표 작성이나 금융회사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활용법 등이다. 최근에는 금융상품 조회도 앱을 활용하고 있지만 사용법에 익숙지 않은 고객이 많아 경비원이 하는 셈이다.

이 준비위원장은 “앱 활용을 비롯해 전표 작성도 해야 하고, 위임장을 경비원 이름으로 작성하는 경우까지 있다”며 “이렇게 경비원이 경비 외 업무를 하는 동안 보안이 취약해 발생하는 사고를 또 경비원 책임으로 돌린다”고 비판했다. 경비업법상 경비외 업무를 경비원에게 시키면 경비업 허가를 취소하지만 업체도 금융회사와의 계약 때문에 거절하기도 힘든 환경이다.

류호정 의원은 “금융권이 노동관계법상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파견이나 용역 등 간접고용을 활용하면서 사용자로서 부담해야 할 최소한의 비용마저 책임지지 않고, 중간착취로 인해 노동자와 사회가 고통을 전가받고 있다”며 “상시업무에서 간접고용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노동자를 직접고용한 것으로 의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