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 그만 쓰개’ 비정규직 공동투쟁단이 지난해 11월14일 오후 국회 앞에서 파견법 폐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국회 본청 앞에서 각 정당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현수막을 펼치려다 제지당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고용규모 300인 이상 기업 10곳 중 3곳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큰 기업일수록 업무를 외주화하고 도급을 하는 경우가 많아 기간제 비정규직 비율은 줄어들고 간접고용 비율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상시·지속업무 직접고용과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명문화 정책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

대기업 중 24곳 전원 비정규직 운용
402곳은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10배 넘어


31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가 민주노총 의뢰로 작성한 '대기업 비정규직 실태 연구-대기업 비정규직 원인분석과 대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300인 이상 기업 3천475곳 중 989곳(28.5%)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정규직을 더 많이 사용하는 기업에는 5천인 이상 10곳, 1만인 이상 5곳이 포함돼 있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사용 비율이 10배를 넘는 기업이 402곳이나 됐다. 전원 비정규직으로 운용하는 기업은 24곳이었다.

제조업에서는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간접고용을 많이 사용했다. 300인 이상 제조업 사업장의 평균 정규직 비율은 75.9%로 조사됐다. 기간제와 간접고용 비율은 각각 3.1%와 21.0%다. 그런데 제조업 3천인 이상 1만인 미만 사업장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율은 각각 71.1%와 28.9%(기간제 4.1%, 간접고용 24.8%)였다. 1만인 이상 사업장 비정규직 중 기간제 비율은 1.0%, 간접고용 비율은 24.6%였다. 대형 사업장에서 사내하청을 많이 사용했다.

금융보험업에서도 많은 비정규직이 일하고 있다. 은행·보험·증권·여신 업종에서 일하는 전체 노동자는 32만명이다. 정규직은 23만3천명(72.9%), 기간제와 간접고용을 합한 비정규직은 8만7천명(27.1%)이다. 콜센터·전산부문 외주화로 인한 간접고용, 증권투자사 펀드매니저 연봉계약직, 은행 창구업무 같은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보험설계사 같은 특수고용직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탓에 비정규직 통계에서 제외된다. 이들을 포함하면 비정규직 비율은 높아진다. 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보고서에서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에 포함됐음에도 (금융보험업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5년 새 눈에 띄게 높아진 경우가 많았다"며 "정규직을 감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2016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난 노동자는 5천600여명이다.

고용형태공시제 도입했더니 비정규직 비율만 높아져

고용형태공시제는 기업들의 고용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2014년 시행됐다. 제도 시행 후 목적은 달성했을까.

공시에 따르면 2014년 2천940개 기업의 비정규직 비율 평균은 32.6%다. 지난해에는 3천475곳에서 33.8%를 비정규직으로 사용했다. 비정규직 비율이 소폭 늘어난 것이다.

1만인 이상이던 기업은 2014년 33곳에서 지난해 31곳으로 줄었다. 31곳 중 22곳은 비정규직 비율이 감소했고, 9곳은 증가했다. 비정규직 사용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비정규직 비율이 5%포인트 이상 줄어든 1만인 이상 8곳 중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 기업은 2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기업은 전체 고용인원이 줄어들었거나 비정규직 해고로 비율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철폐연대는 대기업 원청에 하청노동자 사용주 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철폐연대는 보고서에서 "(노동관계법에) 복수의 사용자 개념을 넣거나, 대기업에 사용자로서 공동연대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비정규직을 일상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상시·지속업무 직접고용 원칙을 세우고 사용사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은 5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발표회를 열어 보고서 내용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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