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월20일 열린 ILO 사무총장 선거 관련 공개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선거가 25일(스위스 현지시각)일 치러진다. 결과에 따라 국내 노동부문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사 대리전’ 양상
노동자·사용자그룹 각각 지지후보 결정

21일 ILO와 외교부·고용노동부에 따르면 ILO 사무총장 선거에는 5개국 5명의 후보가 도전하고 있다. 호주 출신의 그레그 바인스 ILO 사무차장, 토고 출신의 질베르 웅보 세계농업기구 사무총장, 프랑스 출신의 뮈리엘 페니코 전 프랑스 노동부 장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음툰지 무아바 국제사용자기구(IOE) 이사와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경합하고 있다.

ILO 사무총장은 이사회 정부그룹 정이사 28개국 대표 28명, 노동자그룹 정이사 14명, 사용자그룹 정이사 14명 등 모두 56명의 표결로 결정한다. 투표방식은 다소 독특하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가장 낮은 득표를 한 후보 1명을 배제하고 재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국제관계와 컷오프 후보자의 지지표를 누가 확보할 것인지 등 변수가 많다. 후보를 내놓은 각 나라가 사실상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강경화 전 장관도 외교부·노동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국제사용자기구가 음툰지 무아바 후보를 내놓은 상황이지만 노동자그룹은 최근까지도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지난 10일에야 질베르 웅보 후보를 지지한다는 연합투표 방침을 결정한 사실을 외부에 발표했다. 일반이사회 위원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노동자그룹 14명 중 중국을 제외한 13명이 이 방침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노동자그룹의 지지를 받지 못한 3명의 후보는 정부그룹 대표의 마음을 얻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이 참여해 운영하는 ILO에도 노사갈등이 존재한다. 사용자그룹은 파업권이 노동기본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식의 주장을, 노동자그룹은 노동기본권에 대한 감시·감독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부딪치고 있다. ILO 사무총장 선거에도 노사갈등이 옮겨붙었다. 지난 1월20~21일 열린 공개청문회와 지난 14일 있었던 비공개청문회에서 노사는 이 문제에 대한 견해를 후보들에게 집요하게 물었다.

“ILO 협약 이행률 높이자”
강경화 구상 새 정부서 현실화할까

선거에서 노사 대리전 성격이 짙어지면서 ‘최초의 아시아국가 여성 후보’라는 점을 앞세워 선거운동을 하는 강경화 전 장관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있다”며 “여러 나라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강 전 장관의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강 후보는 청문회에서 ILO의 의무, 감시시스템 필요성, 삼자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강 전 장관의 선전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강 전 장관은 출마선언 직후인 지난해 10월 한국노총을 찾아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한국노총 지도부와 비공개 간담회 자리에서 그는 ILO 협약을 많은 나라가 비준하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비준한 협약을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고, 당선하면 협약 이행률을 높일 방안을 먼저 찾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지난해 4월20일 ILO 기본협약 29호·87호·98호 비준서를 기탁한 우리나라는 다음달 20일 협약이 발효돼 국내법적 효력을 갖는다.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호와 관련한 제도를 국제 표준에 맞게 운용해야 한다. 협약 이행률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시의적절하게 내놓은 셈이다.

선거 결과를 떠나 ILO 사무총장에 도전한 나라 위상에 걸맞은 노동정책을 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노동계 한 관계자는 “기본협약을 비준한 것은 국제사회에 노동기본권을 지키겠다고 약속한 것”이라며 “새 정부는 비준에 걸맞은 노동정책을 펼치고 이행방안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