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Over The Top)의 시대다.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은 유튜브·넷플릭스·티빙·웨이브와 같은 OTT를 유료 구독 중이다. 넷플릭스 사용자는 지난해 1천만명을 넘었다. 작품 하나가 ‘대박’을 칠 때마다 언론은 ‘K콘텐츠의 힘’이라고 호들갑을 떤다. 하지만 떼돈을 버는 것은 영상 플랫폼사다. 무명배우·가수는 있던 권리마저도 빼앗기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생태계에 걸맞은 권리 보호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OTT, 권리 포기 강요해”

“OTT 제작 콘텐츠의 경우 출연료를 10~20% 더 주는 대신 출연자한테 모든 권리를 포기하게 해요. 계약기간을 안 적는 경우도 있고요. 고액 출연료를 받는 연기자는 괜찮은데, 단역배우는 당장 생계가 급하니 권리를 통째로 넘기게 되죠.”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조 대외협력국장은 최근 OTT가 성장하면서 연기자의 ‘빈익빈 부익부’가 갈수록 심화된다고 느낀다고 했다. 송 국장은 “방송사의 경우 영상이 재사용되면 재방료가 나오고, 최저출연료라도 지급했는데 OTT에서는 그런 게 다 무시되고 있다”며 “5년 전부터 조합비로 추정한 출연자의 출연료는 급감하고, 고액 출연자 5%가 내는 조합비가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방송 출연 배우들은 노조와 지상파 3사가 정한 등급을(6~18등급) 기준으로 회당 출연료를 받아 왔다.

방송사·제작사가 기획·제작하는 콘텐츠도 OTT 시장에 영향을 받고 있다. 콘텐츠가 2차 가공돼 ‘클립(Clip) 영상’ ‘미방송분’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와 웨이브·티빙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 공유돼 방송사가 재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출연자는 그에 따른 대가를 받지 못한다.

이런 사례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대중문화예술인 방송출연표준계약서 개선방안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익명의 출연자(가수)는 “음악방송 출연 후 방송사에서 방영분·미방영분 ‘클립 영상’을 제작해 OTT서비스에 게재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고 해도 가수측에서 방송사에 수익 배분을 요구하기 어렵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출연자는 “일반출연자들이 방송사 또는 제작사에 출연료를 높여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프로그램이 재방송될 때 또는 OTT 서비스상 ‘클립 영상’을 개재할 때 저작인접권 이용에 따른 사용료라도 지급받아야 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게 된다”고 의견을 냈다. 저작인접권은 실연가·음악제작자·방송사업자에게 인정되는 녹음·복제·2차 사용에 관한 권리다.

“무용지물 표준계약서 …
광범위한 권리 양도 금지해야”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대중문화예술인 방송출연표준계약서’에는 배우에게 저작인접권 이용에 따른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최근 발간한 ‘대중문화예술인 방송출연표준계약서 개선방안 연구’에서 출연계약서 100건을 수집해 분석했는데, 해당 조항을 준수한 경우는 11건에 불과했다.

미준수 사례를 보면 “‘갑(방송사·제작사)’은 국내외를 포함한 본 드라마의 공중파TV, 케이블, 위성 IPTV, 극장 및 유료·무료를 불문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신규매체로의 송신의 독점적 관리자이며, 본 드라마와 관련된 모든 사업의 유일하고 독점적인 권리자가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송창곤 국장은 “방송사·제작사 표준계약서가 있기는 하지만 언제든 수정이나 삭제가 가능하다”며 “표준계약서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변경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것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체부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수행한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올해 중 기존 표준계약서를 개정할 예정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통해 1차 개정안이 나온 상태고 관계부처와 ‘협단체’ 의견을 수렴해 검토·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남근 변호사(법무법인 위민)는 “제작사는 OTT에 제작물을 팔 때 연기자가 저작인접권이나 초상권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계약을 한다”며 “연기자들 입장에서는 넷플릭스에서 영상이 아무리 방영돼도 수익이 생기지 않는다. 광범위하게 저작인접권이나 초상권을 포기하도록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표준계약서나 저작권법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저작인접권과 초상권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했더라도 나중에 예상치 못한 큰 수익이 생기면 추가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이 제도는 독일을 포함해 유럽국가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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