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피해자가 예술활동을 지속하면서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전담기구를 설치하라”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25일 “문화예술계에는 폐쇄적인 인맥구조와 위계질서로 인해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계약 형태의 프리랜서 종사자가 많다”며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실정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많고 행위자가 자리를 옮겨도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제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회에는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4월 발의한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계류돼 있다. 예술활동 과정에서 성희롱·성폭력을 방지하고 피해를 구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8년 6월에는 인권위가 한시적으로 운영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이 이런 내용의 대책 마련을 문체부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 임기 안에 제정안 통과가 불확실한 데다, 문체부의 특별조사단 권고 이행이 미흡하다고 보고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방지대책’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이날 문체부 장관에게 △모든 예술인에 대한 성희롱이 예술창작활동을 곤란하게 하는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관련 지침에 명시 △성희롱을 이유로 하는 불공정행위를 심사하기 위해 (가칭)문화예술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 신설 △신고사건 조사·처리를 위한 전담부서를 두거나 전담인력 확충 △성희롱 관련 형사처벌과 과태료 처분을 받은 자는 보조사업자 선정에서 제외 등을 주문했다.

인권위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는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적용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표준계약서에 성희롱 방지와 조치사항을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분야별로 48종에 이르는 표준계약서에 (가칭)문화예술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를 분쟁해결 조정기구로 포함하는 등 피해자가 예술활동을 지속하면서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어 “신고사건 조사와 처리를 위한 전담부서를 두거나 전담인력을 확충해 성희롱·성폭력 행위 심사를 강화하라고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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