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분회가 2014년 12월5일 병원의 복지 축소 방침에 반발해 로비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우달 기자>

파업 과정에서 구속돼 휴직 처리됐다가 석방된 경북대병원 노조간부의 복직을 거부한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경북대병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따라 직원 복지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노사가 갈등을 빚었다. 당시 노조가 49일간 파업하는 과정에서 병원이 노조간부들을 업무방해죄로 고소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해 논란이 인 바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우성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분회장이 병원을 상대로 낸 징계무효확인 등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 중 임금 청구 부분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우 분회장이 소송을 제기한 지 3년9개월 만의 결론이다.

박근혜 정부 지침 반발 ‘최장기 파업’
병원, 업무방해 고소하고 구속되자 휴직

사건의 발단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제도 개선’을 요구하자 병원측은 직원들에게 퇴직수당과 자녀학자금 등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공공기관의 복지 수준을 낮추라는 정부의 요구에 병원은 개별 동의를 받아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복지 축소를 강행했다. 반발한 분회는 그해 11월27일부터 49일간 병원 로비를 점거하는 등 파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측은 분회 조합원들이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 설명회를 방해하고 노조탈퇴 의사를 밝힌 조합원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우 분회장을 비롯해 노조간부 12명을 무더기로 고소했다. 당시 병원장은 퇴임을 이틀 앞두고 분회에 5억원가량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노조간부 6명은 결국 업무방해·상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파업을 주도한 우 분회장은 1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돼 판결이 확정됐다. 나머지 5명은 기소유예나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병원은 우 분회장이 2017년 2월 구속되자 인사위원회를 열고 휴직 처분을 했다. ‘직원이 구속기소됐을 경우 휴직을 명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인사규정에 따른 것이었다. 이후 우 분회장은 항소심 도중인 같은해 4월 보석으로 풀려나 복직을 신청했지만, 병원은 휴직사유가 소멸하지 않았다며 거부했다. 2017년 9월 항소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되자 한 달 뒤 복직했다. 나머지 조합원들은 정직 또는 감봉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파업 과정에서 수반되는 행위에 불과해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며 2018년 5월 소송을 냈다. 특히 우 분회장은 보석으로 석방돼 근무할 수 있는데도 병원이 복직신청을 거부했다며 복직 거부 기간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1심 “잠정적 석방”, 대법원 “근로제공 가능”
“명백한 노조탄압 바로잡은 판결”

1심은 우 분회장의 복직신청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지 않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보석으로 석방돼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게 됐기는 하다”면서도 “하지만 근로제공을 하는 것이 매우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 근거로 우 분회장 석방이 ‘잠정적’이라서 휴직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본안 판결 선고시까지 잠정적인 석방에 불과한 것이어서 보석이 취소되거나 실형이 선고될 경우 여전히 다시 근로를 제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존재한다”고 했다. 우 분회장이 다시 구속될 경우 재차 휴직을 명령하는 상황이 생겨 근로관계의 안정성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6개월이 되지 않아 복직해 신분상·경제상 불이익도 적다고 봤다.

다만 나머지 조합원들에 대해선 일부 징계사유를 인정하면서도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불복해 우 분회장만 항소했으나 2심 역시 1심 판단을 유지하자 그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2심을 뒤집고 우 분회장 손을 일부 들어줬다. 대법원은 구속된 경우가 휴직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석방된 이후에는 사유가 소멸했으므로 즉각 복직을 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사규정은 ‘직원의 휴직사유가 소멸된 때에는 지체 없이 복직을 명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원고가 석방된 이후에도 보석이 취소되거나 실형이 선고되는 등 다시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구속된 2개월의 기간은 휴직명령이 정당해 임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석방된 이후인 2017년 4월부터 복직시까지의 기간에 대한 청구 부분만 원심을 파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우 분회장은 “병원이 석방된 시점에 바로 복직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노조탄압인데, 1·2심이 미래의 근로제공 여부를 판단해 징계가 적법하다고 본 것을 대법원이 바로잡았다”며 “이미 대법원이 로비 점거는 무죄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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