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일부 언론에서는 기아·현대차지부장 당선인들이 강성이라고 굉장히 우려된다고 호들갑을 떨어요. 강성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노조답게 운영하겠다는 것입니다.”

올해 임기를 시작한 홍진성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장(44·사진)은 ‘강한 노조’란 슬로건을 내걸고 당선됐다. 산업전환이라는 파고가 거세지는 가운데 노조의 ‘힘’으로 노동자 권리를 지켜 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선 즉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와 함께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해 2022년 공동요구를 마련하고 교섭·투쟁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근로시간에 따라 변동되는 임금을 줄여 완전월급제를 정착하고, 전기차 생산은 노조와 협의를 토대로 고용불안 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는 게 그의 주요 공약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4일 오전 경기도 광명시 지부 사무실에서 홍진성 지부장을 만나 지부의 구체적 계획과 포부를 들었다. 기아차가 2023년 기아 오토랜트 광명(소하리공장)에서 신형 전기차 MV(프로젝트명)를 생산하기 위한 설비공사를 계획하면서 일부 공정 삭제, 일자리 축소 우려가 나온다.

“조합원 총고용 담보 요구하겠다”

- 당선 축하드린다. 조합원들의 지지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본격적인 산업전환기에 놓이다 보니 미래고용을 담보하고 책임질 수 있는 힘 있는 집행부를 원해서 선택해 주신 것 같다.”

- 임기 시작 직후부터 기아차·현대차지부 공동투쟁을 위한 정책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공동요구·공동교섭·공동투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배경은.
“산업전환기를 맞이하는 시기다. 단위사업장 노조 힘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전체 노조를 조직해 노동중심의 산업전환기를 마련해야 한다. 당선 즉시 현대차지부장과 만났고 공동교섭·공동투쟁·공동의제 설정에 대한 의견을 일치시키고 결의한 상황이다. 구체적인 사안은 실무단에서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 사측에서 (공동교섭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지만 계속 시도하고 제도화시켜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 기아차가 소하리공장에서 2023년 MV를 생산할 계획을 밝혔다.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노조의 입장은.
“회사가 산업전환기를 맞아 소하리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하려는 기본 취지에 노조도 동의한다. 다만 조합원들의 미래고용을 담보하는 노동중심의 산업전환이 우선돼야 한다. 내연기관차가 단계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회사가 계획하는 플랜S 미래차 전환계획에 조합원들의 미래고용을 담보하지 않으면 노조는 동의할 수 없다.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조합원 총고용을 담보하도록 회사에 요구할 계획이다.”

기아차의 ‘플랜S’는 2025년까지 전기차 11종을 출시해 세계 시장 점유율 6.6%, 친환경차 판매 비중 25%를 달성하는 내용이다.

-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경우 우려는?
“MV를 생산하면 공정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축소되는 인원을 회사 입맛대로 배치전환할 수 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것에 노조가 동의할 수 없다. 단체협약대로 노조와 협의절차를 거쳐야 한다. 단협 47조에는 신차종, 신기술, 신기계 도입에 따른 모든 사항은 노사의견을 일치하게끔 돼 있다.”

“사측에 미래차위원회 구성 제안할 것”

- 산업전환에 따른 우려가 현장에서도 체감되나.
“일감이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다. 엔진변속기를 생산하는 부서마다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수동변속기의 경우 거의 일자리가 없고, 자동변속기도 계속적으로 생산이 줄고 있다. 새로운 엔진개발도 되지 않고 있어 엔진 생산량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해당 공정의 인원은 정년퇴직으로 자리가 빈 공정에 전환배치되고, 회사는 신규인원을 충원하지 않는 상태다.”

-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전임 집행부에서는 미래발전전략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했는데, 미래차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노사 간 기본적인 토론과 방안을 모색하는 성격으로 운영됐다. 신임 집행부에서는 미래발전전략위원회를 미래차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해, 본격적인 산업전환 시기를 맞은 만큼 회사와 보다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 미래차 전환에 따른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전기차 모듈 등 부품을 완성차공장에서 생산하겠다는 공약이 부품사(하청) 노동자들에게는 고용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회사가 주요 부품들을 외주화·모듈화시키면서 완성차공장이 단순조립공장으로 계속 전락해 가고 있다. 미래차 시대를 맞이한 현재도 외주화·모듈화는 진행 중이고 비정규직 일자리가 양산되고 있다. 노조가 계속 방치하고 침묵하면 완성차공장은 더더욱 단순조립공장으로 전락하고, 양질의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 노조는 추가 외주화·모듈화를 막아 양질의 일자리를 지키려 한다.”

- 주요 공약으로 ‘완전 월급제’도 내놓았다.
“자동차산업이 변화하는 만큼 안정적인 임금체계가 필요하다. 회사는 물량에 따라 잔업을 시행하기도 일방적으로 없애기도 했다. 안정적인 임금체계를 정착해 조합원들의 고용과 안정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통상임금 정상화해야”

- 통상임금 소송을 주도했고, 최근 승소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대단히 기쁘다. 당연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법원 판결에 따라 올해 임·단협에서 휴게시간·중식시간·인정야간근로시간(21~22시)·하기휴가 기간을 모두 (법정수당을 산정하기 위한) 근로시간에 포함하는 통상임금 정상화를 사측에 요구하고 투쟁할 계획이다.”

- 올해 임단협 전 ‘탤런트 리워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탤런트 리워드 문제가 무엇인가.
“회사는 탤런트 리워드가 포상제도라고 하지만 결국 차등성과급 성격에 지나지 않는다. 노조는 회사가 상벌제도를 도입하는 데 근본 취지가 있다고 해석한다. 어떤 경우도 받아들일 수 없다. 기아차는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모든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이뤄진 성과다. 일부 직원에게만 성과급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 전체 구성원에게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노조의 당연한 역할이다. 회사와 특별 노사협의회를 시작했는데 회사는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현대차지부와도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공동대응할 생각이다.”

- 자동차 온라인 판매 저지를 약속했다. 판매노동자 생존권을 위해 중요한 문제지만, 시대적 변화를 거스를 수 없다는 여론도 있다.
“판매지회 조합원의 경우 기본급이 있기는 하지만, 판매수당을 채워야 기본생활이 가능하다. 안정적인 임금체계인 월급제로의 전환 없이 온라인 판매를 열어선 안 된다.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기본급이 아예 없다. 판매를 통해 얻는 수당이 임금의 전부인데 온라인 판매가 이뤄지면 일자리 전반에 영향을 받는다. 안정적인 임금체계가 절실하고 그런 제반 여건이 마련돼야만 노조도 동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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