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전국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에 대화를 요구하며 본사를 점거한 지 13일로 4일째다. 파업은 48일째를 맞았다. CJ대한통운이 대화 요구에는 응답하지 않은 채 정부에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하자 노조도 ‘끝장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사태를 중재해야 할 정부와 여당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강대강 대치국면이 계속될 전망이다.

노조 임시대대 열어 투쟁계획·채권발행 확정

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향후 투쟁계획을 결의했다. 노조 관계자는 “21일 전 택배사 조합원이 참여하는 하루 경고파업을 하고 택배노동자대회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파업 중인 CJ대한통운본부 조합원들의 생계비를 지원하기 위한 채권 발행도 확정했다. 1구좌당 50만원 채권 구입을 독려해 장기투쟁을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구체적인 투쟁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지난해 12월28일부터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파업을 한 노조는 CJ대한통운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대화 좀 하자”며 지난 10일 본사 점거를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200여명의 조합원은 본사 1층 로비와 3층 사무실 점거농성을 이어 오고 있다. 본사 건물 밖에서 노숙농성을 한 300여명의 조합원은 일부 간부를 제외하고 지난 12일 집으로 돌아갔다. 전 조합원이 15일부터 다시 상경해 ‘끝장투쟁’을 한다는 계획이다.

노조의 대화 요구에 CJ대한통운이 법적 조치로 응수하며 상황은 강대강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CJ대한통운측은 “현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과 폭력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다시 한번 정부에 요청한다”며 “불법을 외면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신속한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CJ대한통운은 노조를 재물손괴와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CJ대한통운은 10일 본사 건물에 대한 시설보호를 요청한 데 이어 11일 전국 택배허브터미널과 주요 인프라에 대한 시설보호를 추가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지난 11일 오후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CJ그룹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주최측 추산 1천여명이 참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택배노동자들의 ‘목숨값’이 절대로 자본의 주머니로 들어가지 않도록 동지들과 함께 싸워 나가겠다”며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만들어 내고 노동자성을 쟁취해 내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12일 오전 본사 앞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함께 사회적 합의 이행과 대화를 촉구하며 108배를 했다.

“노사갈등 해결할 대화의 장 마련돼야”

갈등국면이 장기화될 전망이지만 사회적 합의의 주체였던 정부와 여당은 문제 해결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쟁점이 되고 있는 요금 인상분 배분 문제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사회적 합의와는 무관한 ‘노사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당도 대선을 앞두고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사회적 합의도 중요하지만 이행을 어떻게 담보할지가 더 중요한데 이 부분이 합의문에 충분히 담겨 있지 않아 사후적으로 또 다른 논란이나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문제를 풀려면 다시 협의체가 마련돼야 하고 지금은 갈등을 계속하기보다 대화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노조는 지금의 판단이 얼마나 전략적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CJ대한통운측은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모르쇠로 일관하면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며 “협의 채널을 만들어서 쌓인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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