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사이 보건의료·돌봄 중요성이 부각하면서 노동자들은 ‘영웅’ 칭호를 얻었다. 노동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 보건의료 인력은 태부족이고 돌봄노동자들은 저임금·고용불안이 곁에서 떠나지 않는다. 노동자 불안은 서비스 수혜자인 국민 불안으로 이어진다. 이들이 대선후보에게 묻는다. 국민 모두가 안전한 의료돌봄서비스를 누릴 방안은 없을까.<편집자>
 

박경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장
▲ 박경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장

‘이 유행이 끝날 때까지 내가 감염되지 않을 수 있을까?’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나누는 이야기다. 국민 50명 중 한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공공의료 자원 부족을 경험했고, 언론을 통해 실상이 드러났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공공의료 확충이 절실하지 않아 보인다. 유력 대선후보들도 핵심 공약으로 어필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코로나19 환자는 왜 민간병원에서 못 볼까

정부는 공공병원처럼 민간병원에 코로나19 환자를 배정하지 못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위 수준의 많은 병상을 가지고 있지만 민간병원은 사유재산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렵고, 결국 사유재산을 징발해야 하는데 아무리 국가재난 상황이라도 민간병원들이 순순히 응할 리 만무하다. 일부 민간병원을 열긴 했지만, 여전히 5.8%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전체 코로나19 환자의 67%를 진료했다(2020년1월~2021년 10월).

2020년 의사들이 파업에서 외친 “우리는 공공재가 아니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절박한 위기 상황에서 의료자원이 있어도 공공재가 아니면 국민건강을 지키는 데 사용할 수 없다는 무서운 현실을 체험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는 왜 치료비가 0원일까

코로나19 치료시 환자부담 의료비는 없다. 무상의료를 지지하지 않던 사람들도 “자기 잘못으로 걸린 것도 아니고 확진자를 치료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니까 어쩔 수 없지 않냐”고 말한다. 정답이다. 그렇다면 다른 질병은? 질병에 걸리고 싶어 걸린 사람은 없다. 어떤 질병이든 예방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사회 전체에 피해를 준다.

코로나19 환자뿐 아니라 모든 국민은 국가로부터 무상의료를 보장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수준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민간병원 중심의 의료공급체계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건강보험 보장률: 한국 65%, OECD 평균 81%). 비급여 항목을 급여 항목으로 전환해도 민간병원이 끊임없이 비급여 항목을 확대하기 때문에 보장률이 올라가기 어렵다. 설사 비급여 항목을 대폭 급여로 전환해 보장률을 높인다 하더라도 민간병원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으로 민간병원의 이윤을 보장하는 꼴이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병원, 국가에 요구해도 된다

결국 민간병원을 줄이고 공공병원을 늘리지 않으면 답이 없다. 한국에서 의료는 병원이 ‘돈받고 파는’ 상품이 돼 버렸다. 국민은 “왜 내가 사는 곳에 안전하게,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병원이 없느냐”고 항의하고 요구하지 않는다. 의료를 ‘권리’로 요구하는 것은 어쩐지 낯설다. 그러나 주춤거리지 말자.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36조3항)”는 건강권을 명시하고 있다.

5년 내 공공병상을 최소한 20%까지(2배)는 늘려야 한다. 전국 70개 지역(중진료권) 중 공공병원이 없는 30개 지역에는 규모 있는 공공병원을 설립하고, 규모가 작아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공공병원은 응급환자와 중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 있도록 증축해야 한다.

누구나 환자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감염병과 건강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감염되지 않을 행운을 바라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동네에 좋은 공공병원이 당장 필요하다고 더 크게 외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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