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

건국대 충주병원이 근무태도 불량을 이유로 직원의 보직을 해임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충주병원이 직원의 보직을 해임할 업무상 필요성이 없고 이로 인한 생활상 불이익이 상당한데도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건국대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보직해임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본지 2021년 08월30일자 12면 “부당노동행위·부당해임 판정에도 ‘근태’ 따진 건대 충주병원” 참조)

영상의학과·응급실 직원, 한 단계 강등
법원 “업무상 필요성 인정 어려워”

건국대 충주병원은 2020년 2월29일 진료부 영상의학과 기사장 서리(5급)로 근무하던 A씨와 응급실 간호부 외래간호팀장(5급) B씨를 각각 6급인 같은 과 계장과 수간호사로 직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 이들은 보건의료노조 건국대충주병원지부에서 조합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병원은 월례조회를 수시로 불참하고 부서 운영에 소극적이라며 근태 불량 이유로 보직해임을 단행했다. 그러나 이들은 2017~2018년에는 ‘보통’ 또는 ‘우수’ 등급을 받았다. 또 보직해임 나흘 전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보직해임 안건이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A·B씨와 지부는 부당보직해임, 불이익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며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충북지노위는 이들의 구제신청을 모두 기각했지만, 중노위는 지노위 판정을 뒤집고 부당보직해임과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그러자 병원은 2020년 11월 소송을 냈다.

법원은 부당보직해임이 맞다며 A·B씨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보직해임의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A씨의 월례회의 불참이 보직해임 사유라는 병원측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월례회의는 직원들의 참석률이 높지 않고, 부서장들이 빠짐없이 참석한다고 볼 증거도 없는 점을 고려하면 A씨가 기사장 서리로 계속 근무하는 것이 부적당할 정도로 근무를 태만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B씨가 간호관리자 회의 등에 불참한 점에 대해서도 주말 근무가 잦은 특성상 평일 회의에 참석하기 어려워 근무가 태만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B씨가 보직해임 이후에도 외래간호팀장 업무를 그대로 수행한 부분도 근거로 작용했다.

노사갈등 이후 ‘보복성’ 보직해임
“연이은 노동자 승소에도 병원 항소”

재판부는 보직해임으로 인해 A·B씨가 모멸감을 겪었을 것이라고 봤다. 이들은 보직해임 이후 수당과 상여금 등 약 10만원이 줄어들었다. 재판부는 “(A·B씨가) 근로의욕이 저하되고 수긍하기 어려울 정도의 모멸감을 경험했을 것이 넉넉히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를 병원이 이행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불이익한 인사조치가 분명한데도 보직해임 과정에서 인사명령 사유를 설명하지 않고, 의견 제출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아가 보직해임이 노동자들의 정당한 노조 가입·활동을 이유로 행한 불이익조치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새 병원장이 부임한 이후 지속해서 지부 조합원들을 징계하고 집행부를 상대로 수차례 고소·고발을 한 사실을 볼 때, 경영컨설팅 도입 문제로 인해 노사갈등이 생기자 ‘보복성’ 보직해임을 했다는 취지다.

직원들을 대리한 김하경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병원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낸 다수의 소송에서 연달아 노동자가 승소하고 있는데도 병원측은 무리하게 항소를 이어 가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누적된 사측의 부당보직해임 및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고소·고발, 소송 제기가 부당노동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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