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농민·빈민단체 등 전국민중행동 회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2022 민중총궐기 대회를 열고 ‘불평등 타파’ 구호가 적힌 깃발을 흔들고 있다. <정기훈 기자>

“불평등을 갈아엎고 기득권 양당체제를 끝장내자”는 외침이 서울 여의도공원에 울려 퍼졌다.

전국민중행동은 지난 15일 오후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2022 민중총궐기’를 열고 “촛불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의 성적표는 참담하다”며 “노동자와 민중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지만 이번 대선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사라졌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 민중총궐기가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민중행동의 전신인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에 맞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7차례에 걸쳐 민중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양경수 위원장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요구 외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박근혜 퇴진의 촛불을 들었던 우리가 다시 광장에 선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며 “적폐를 청산하자는 요구는 지난 5년간 외면당했다”고 주장했다. 양 위원장은 “견딜 수 없을 만큼 심화한 불평등과 양극화는 우리의 삶을 처참하게 파괴하고 있다”며 “대선을 앞두고 이 사회를 바로잡기 위한 민중총궐기 요구안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전국민중행동은 △주택·의료·교육·돌봄·교통 공공성 강화를 통한 평등사회 체제 전환 △비정규직 철폐,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 보장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 반대 △철거민 주거 생존권 보장 △기후위기 민중 주도의 체제 전환 △차별금지법 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연합군사연습 영구중단을 내용으로 하는 7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진보진영 대선후보들은 보수 양당체제를 깨뜨리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연 진보당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다른 나라 정부가 빚을 내서 서민 생계를 지원할 때 이 나라 정부는 국민이 각자 빚을 떠안도록 만들었다”며 “예고된 위기를 민생 파국이 아닌 체제 전환의 기회로 삼자”고 주장했다. 이백윤 노동당·사회변혁노동자당 공동후보는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 모든 인간이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사회,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안전한 일터 바라는 건설노동자,
차별 철폐 원하는 비정규 노동자 앞장서

더 이상 일하다 죽지 않기를 바라는 건설노동자들이 민중총궐기 대열 앞에 섰다. 경기도 의왕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형틀 목수로 일하고 있는 변아무개(52)씨는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과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라는 건설현장의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같은 참사가 계속 일어나는 것”이라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도 건설사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한 방안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0일 경영난을 이유로 해고된 세종호텔 노동자들도 민중총궐기에 참가했다. 고진수(49)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은 “박근혜 정권이 퇴진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뭔가 달라질 줄 알았지만 변한 건 없었다”며 “이번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기업과 재벌 편만 드는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비정규 노동자들은 “빠른 전환 시행하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여의도공원에 모였다. 대구고객센터 상담사 이아무개(33)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지 5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규직 전환이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서울시와 경찰이 집회금지를 통고했지만 전국민중행동은 민중총궐기를 강행했다. 주최측 추산 1만5천명이 참가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도심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집회 차량을 단속했다. 참가자와 경찰 간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수사본부는 16일 “대규모 불법집회를 강행한 주최자와 주요 참가자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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