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는 사업장별 노사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자율적으로 교섭해 결정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 두는 데에, 재계는 1천명 이상 사업장의 노조전임자수를 줄이는 데에 방점을 찍었다. 11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 제출한 노사 요구안의 줄기다. 타임오프 한도 재설정을 위한 근로시간면제심의위 논의에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근로시간면제심의위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13차 전원회의를 열고 노사가 제출한 요구안을 심의했다. 타임오프 한도 개정에 대한 노사 요구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자리였다.

상급단체 파견 허용 여부 두고 노사 입장 갈려
재계 “산별노조 산하 노조는 한도 20% 축소해야”

노사 요구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업장 규모별로 10개 구간으로 세분화한 현행 타임오프 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있다. 한국노총은 5개 구간으로 줄이자고 요구했다. 타임오프 한도 내에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자는 취지다. 이러면 현재 2천시간이 한도인 99명 이하 사업장, 3천시간이 한도인 100~199명 사업장 등은 노조 교섭력에 따라 4천시간까지 타임오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재계는 1천명 이상 사업장을 규모별로 잘게 쪼개고, 타임오프 한도도 현재보다 줄이자고 요구했다. 999명 이하 사업장은 현재 한도를 유지한다. 대기업 사업장의 노조전임자수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사업장 분산에 따라 타임오프 가중치를 부여하는 제도에 대해서도 입장이 갈린다. 현재는 사업장 전체 조합원 5% 이상 근무하는 광역자치단체수에 따라서 타임오프 가중치를 부여한다. 지역이 2~5곳이면 10%, 6~9개면 20%, 10개 이상이면 30%를 할증한다. 1천명 이상 사업장만 해당한다.

한국노총은 지역분산 가중치를 부여하는 제도를 유지하되 1천명 이상만 적용하는 제한을 풀자고 주장한다.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자는 얘기다. 재계는 이 제도 폐지를 요구했다.

현 타임오프제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사용가능인원도 통제한다. 300명 미만 사업장의 부분 전임(파트타임) 인원은 완전 전임(풀타임) 인원의 3배를 초과하지 못한다. 300명 이상 사업장은 2배를 초과하지 못하게 돼 있다. 타임오프 한도 내에서 노조간부들이 나누어 쓰는 것을 제약하는 조치다. 한국노총은 사용인원 제한규정 폐지를 주문했다. 재계는 관련 요구안을 내지 않았다.

상급단체 활동시 추가 타임오프를 부여하는 문제는 이번 근로시간면제심의위 논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한국노총은 5천명 미만 사업장은 2천시간 이내, 5천명 이상 사업장은 4천시간 이내를 부여하자고 요구했다. 재계는 산별노조에 속한 노조의 타임오프 한도를 20% 축소하자고 맞받았다. 타임오프 설정 단계에서 기업별노조를 우대하겠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다음주부터 집중 논의 … 2월3일까지 결론

한국노총은 300명 미만 사업장이 노사합의로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등 안전보건·산재예방 전임자를 둘 때 타임오프 한도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을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노사가 이 같은 전임자를 두기로 합의하고 정부가 그의 임금 일부 또는 전액 지원하면 산재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에서 내놓은 요구다. 교대제 사업장에 20% 할증을 부여하는 것도 요구했다. 재계는 타임오프제 관리를 위해 타임오프 사용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자는 색다른 요구를 했다. 노조전임 활동을 하려면 활동계획서를 회사에 제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조활동에 회사가 지배·개입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 정신을 토대로 요구안을 작성했다는 입장이다. 행정부의 규제를 최소화하고 노사 자율교섭 여지를 넓혀야 한다는 ILO 권고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재계는 기존 타임오프 한도도 전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를 삭감안 제출 배경으로 제시했다.

경사노위는 511개 사업장 노사가 참여한 타임오프 사용 실태조사 결과를 최근 근로시간면제심의위에 제출했다. 조사에 따르면 타임오프 시간에서 노조가 사용한 노조활동 시간은 사측 응답 기준 21.2%, 노조 응답 기준 24%다. 주어진 타임오프를 모두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니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 재계 주장이다. 이날 회의에서 한국노총은 교섭·협의·고충처리 등을 위한 사전 준비시간과 노조 내부 회의·의견수렴·후속조치 등 사용자가 알지 못하는 시간은 조사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현장 활동이 줄어든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태조사에서는 1천명 미만 회사 중에 적지 않은 곳이 지역에 분산해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사업장 분산에 따라 타임오프 한도 가중치를 부여해야 한다는 한국노총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근로시간면제심의위는 18일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를 이어 간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21일과 25일 재차 회의를 연다. 노사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 역할이 중요해진다. 공익조정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근로시간면제심의위 심의기한은 다음달 3일까지다.

▲ 경사노위
▲ 경사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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