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휴게시설 설치를 의무화한 산업안전보건법이 2022년 8월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시행대상과 휴게시설 설치 기준 등을 하위법령에 담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장 노동자와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제안을 해 왔다. 5회에 걸쳐 게재한다.<편집자>

조진영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 담당
조진영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 담당

올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사업주의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된다. 내년 8월부터 사업주는 “근로자(관계 수급인의 근로자를 포함한다)”에게 휴게시설을 제공해야만 한다. 기존에 강제성이 부족했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과 가이드라인의 내용이 실질화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또한 원청 사업주의 의무에 하청노동자들의 휴게시설 설치 의무까지 포함된다는 지점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제 노동자의 휴식권이 복지의 영역이 아닌 안전과 건강과 직결된 권리라는 합의가 분명해진 것을 의미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기까지는 열악한 휴게실에 대한 지속적인 사회적 요구가 있었다. 청소·경비노동자들의 과로사 이면에는 열악한 휴게실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올해 6월에는 청소노동자들의 휴게공간 보장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23만2천여명의 동의를 받은 바 있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시급한 요구다.

사업장 규모별 차등 적용 안 돼

정부는 관련 시행령에서 휴게시설 세부 설치 기준과 관리 기준을 준비하고 있다. 10월 노사간담회에 연구용역 결과가 제출됐다. 길이 험난해 보인다. 우려되는 지점은 휴게시설을 고용 규모에 따라 차등 설치하려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상시근로자수를 기준으로 적용 대상을 규정하려 하고 있다. 20인 이상 사업장에 휴게시설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20명 미만이어도 청소·경비 같은 필수 설치 직종을 정해 일부 예외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직종도 설치 의무 대상을 상시근로자 10명 이상 사업장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의 안 역시 업종 규모로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뼈대로, 기준이 되는 상시근로자수만 바뀔 것으로 우려된다. 그렇게 된다면, 5명 미만 사업장은 당연 제외가 될 것이다. 법적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장은 최소한의 휴식할 공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다.

5명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한다. 최소 360만명 이상의 노동자가 연차휴가와 대체공휴일 같은 기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내년 1월에 시행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이에 더해 휴게시설 설치 의무 대상에서도 배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소규모일수록 휴게실 더 필요해

사용자들이 사업장을 쪼개는 꼼수로 휴게시설 설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고용 규모가 작다고 해서 휴게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것일까? 지방의 산업단지나 공업단지의 경우 고용규모는 작아도 실제 면적 자체는 넓어 충분히 휴게실을 설치할 수 있다. 그런데도 소규모 사업장의 여타 노동조건이 나쁘다는 이유로 휴식권까지 덩달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병가 제도가 아예 없거나, 연장근로가 당연시 되고 있는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휴식권 보장은 더욱더 필요하다. 그런데도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제도에서 가장 먼저 배제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휴게시설은 모든 사업장에서 필요하다. 고용규모나 업종와 무관하게 전면 적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사업장의 면적 자체가 최소 면적의 휴게실 설치마저 불가능하다는 것이 명백하다면 공동휴게실 설치 같은 보완책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휴게시설 설치 의무를 전 사업장에 적용하는 것과 더불어, 내년 8월 시행 이후 이행여부를 감시하고 현장에서 실질적 개선을 요구하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

제대로 된 법제도로 노동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고, 이는 당연히 차별 없이 적용돼야만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