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지난 10월 여수 직업계고 3학년 홍정운군 사망사고 이후 정부가 현장실습 추가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나온 이번 대책은 기업의 비용 부담을 확 줄이고 고용노동부의 지도와 근로감독을 강화해 현장실습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방안이 핵심이다. 하지만 ‘근로계약서’를 쓰는 노동자가 아니라 지금처럼 ‘표준협약서’를 쓰는 학생 신분이 유지되는 한 일터에서 발생하는 위험과 부당한 대우에서 보호받을 수 없다는 비판이 높다.

정부 “참여기업도 노무사 현장실사
노동인권·산업안전보건 정규과목으로”

23일 교육부와 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안전·권익 확보를 위한 직업계고 현장실습 추가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교육부가 2017년 현장실습 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고 ‘학습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내놓은 현행 현장실습 제도 개선 방안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했다. 당시 전면 개편된 현장실습 제도는 부분적으로 인정되던 ‘노동자성’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근로계약서는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로 단일화되고 임금은 현장실습비로 대체됐다.

정부는 이번 추가대책의 핵심전략으로 ‘교육부와 노동부의 전문성을 살린 협업’을 꼽고 있다. 현장실습생을 학생으로 규정하면서 노동부가 실습기업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현재 선도기업에만 실시하는 교사와 공인노무사의 현장실사를 참여기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건설·기계 같은 유해·위험 업종은 안전보건공단 같은 유관기관도 현장실사를 같이 한다.

하지만 선도기업과 참여기업 틀은 지금처럼 유지된다. 참여기업은 교육청이 아니라 학교 심의만 거치면 되고 기업규모에서도 제한이 없어 열악한 현장실습 노동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그나마 나온 대책이 노동부가 산재 발생 기업의 사업자등록번호를 교육부(교육청)에 제공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은 현장실습 참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정도다.

정부는 내년 전문 공통과목에 ‘노동인권과 산업안전보건’ 과목을 신설하도록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한다. 하지만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5명 미만 사업장의 안전보건교육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현장실습 참여기업에서 안전보건교육은 여전히 부실하거나 아예 전무할 가능성이 크다. 5명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사업주의 안전보건관리 개선 노력도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 부담 감소로 현장실습생 권익 강화?
‘더 값싼 노동력’ 만들 뿐

직업계고 교사와 학생들이 이번 대책에서 가장 이해되지 않는 대목으로 꼽는 것은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대책이다. 현장실습생 인건비는 현재 기업이 70%, 정부가 30%를 부담한다. 그런데 앞으로 기업 부담분을 40%로 줄이고 나머지 30%는 교육청이 내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에 필요한 예산은 현재 240억원의 두 배인 480억원가량이다.

김경엽 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은 “정부 설계안처럼 현장실습이 교육이 되려면 기업들이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그런 기업은 1%도 채 되지 않는다”며 “기업 비용 부담을 줄인다면 시장에서 마땅히 퇴출돼야 할 한계기업들이 저임금으로 계속 현장실습 환경을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성화고노조도 성명을 내고 “기업 비용 부담이 70%인 지금도 최저임금조차 줄 수 없는 기업이 현장실습업체로 승인받는 상황인데 40%로 준다면 (상황이) 더 열악해질 것”이라며 “현장실습생을 값싼 노동력으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현장실습생에게 노동관계법을 전면 적용해 위험한 노동환경과 부당한 대우에서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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