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쿠홈시스 유튜브 홍보영상 갈무리

생활가전렌털업체인 ‘쿠쿠홈시스’에서 개인사업자 형태로 운영을 맡긴 지역센터가 원청을 상대로 퇴직금 소송을 준비하는 소속 설치·수리기사들을 해고했다가 최근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쿠쿠는 퇴직한 기사들이 퇴직금 소송을 내자 본사가 운영하던 ‘지점’을 ‘센터’로 전환해 개인사업자에게 운영을 맡겼다. 쿠쿠 센터로 소속이 바뀐 기사들은 쿠쿠와 근로관계가 종료됐으므로 원청을 상대로 퇴직금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퇴직금 소송 내자 지점 위탁 맡겨
센터 소속 기사, 지점과 마찬가지 업무 수행

2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최근 쿠쿠 센터 소속 기사 A씨 등 4명이 센터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기사들의 청구를 인용했다. A씨는 남양주센터, B씨는 의정부센터 소속으로 각각 지난 8월3일과 지난달 7일 부당해고 판정이 내려졌다. 의왕센터 소속인 C·D씨는 지난 16일 경기지노위에서 부당해고 주장이 인용됐다.

사건은 지난해 2월께부터 쿠쿠홈시스가 판매 제품의 설치·수리와 관련한 위탁계약을 ‘센터’와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계약기간은 1년이었다.

쿠쿠는 기존에는 지점장을 비롯해 정규직인 마스터닥터 두세 명, 위촉계약직인 조장 내추럴닥터와 일반 내추럴닥터(수리기사)로 구성된 지점을 운영해 왔다. 지점장이 마스터닥터에게 보고를 받아 각 지점의 수리기사를 관리하는 형태였다. 그런데 지역지점을 지역센터로 전환하면서 지점장 또는 마스터닥터와 근로계약을 해지하고 이 중 한 명을 각 센터장으로 위촉해 센터를 운영하도록 했다.

본사와 직접 위탁계약을 맺고 일한 기사들이 퇴직 후 퇴직금 소송을 제기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자 지점을 센터로 전환하고 해당 업무를 개인사업자인 센터장에 맡긴 것이다. 본사에서 일하던 퇴직 기사들은 지난달 22일 퇴직금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지점이 센터로 전환되자 쿠쿠의 기사들은 지난해 2월부터 센터와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제품의 설치·수리업무를 담당했다. 소속은 바뀌었지만 기존 업무방식에 변화는 없었다. 실제 기사들은 쿠쿠에서 모바일로 업무량을 배정받는 등 쿠쿠와 같은 방식으로 일했다. 고객 방문시 “쿠쿠에서 나왔다”라고 밝히고 쿠쿠 이름으로 결제 영수증이 발행됐다.

쿠쿠 “소송 포기 안 하면 업무 배제” 지시
“근기법상 근로자, 센터 지휘·감독” 부당해고

그러던 중 기사 A씨는 같은해 3월께 센터에서 “쿠쿠를 상대로 퇴직금 지급소송을 제기하려고 법무법인과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알고 있다. 소 제기를 포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다음날부터 업무에서 배제하겠으니 출근하지 마라”는 통보를 받았다. 특히 센터는 “쿠쿠 본사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두 해고 통지였다. B·C·D씨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통보를 받았다.

센터는 기사들이 부당하다고 반발하자 업무에서 배제했다. 결국 A·B씨는 센터에 입사한 지 약 1년 만인 올해 3월9일 해고됐다. 이들은 지난 6월 경기지노위에 구제신청을 했다.

센터측은 “지점에서 센터로 바뀌면서 기존 기사들 중에서 그만두게 한 직원은 없다”며 자유직업소득자인 기사들의 자발적 퇴사라고 반박했다. 특히 센터는 중개 역할을 할 뿐, 개인사업자로서 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초반이라 본사인 쿠쿠를 상대로 퇴직금 소송을 제기하는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노위는 기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맞고 센터와의 근로계약관계 종료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기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기사들의 소속이 변경된 이후에도 쿠쿠에서 근무했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센터의 지휘·감독을 받았다는 점이 판정에 영향을 미쳤다. 퇴직한 기사들이 법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점도 판단에 힘을 실었다. 또 “기사들이 쿠쿠의 업무만을 수행했고, 업무수행에 필요한 제품 등을 제공받은 점을 보면 근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사들 해고는 ‘부당해고’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해고 이후 녹취록에는 기사들이 쿠쿠 본사에서 퇴직금 소송을 이유로 기사들을 해고하도록 지시한 부분에 대해 불만을 여러 차례 표명한 부분이 기록돼 있었다. 지노위는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다”며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수리기사측 “근로자성 피하려 한 쿠쿠
… 지노위 판정으로 무력화”

이번 지노위 판정으로 센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지 않고 A·B씨에게 퇴직금 지급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쿠쿠 본사의 해고 지시 등 본사와 기사 사이에 ‘불씨’는 살아 있는 상태다. 기사측은 본사가 센터로 전환하면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기사들을 대리한 이형조 변호사(법무법인 매헌)는 “기사들이 쿠쿠 본사가 지시한 업무를 수행했고, 원청이 센터 소속 기사들의 부당해고를 지시했다는 점에서 근로자성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부분을 지노위가 확인했다”며 “소사장제로의 전환을 통해 근로자성을 회피하려는 쿠쿠의 시도가 무력화됐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쿠쿠가 기사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됨으로 인해 발생하는 노무비용을 센터에 전가할 수 있어 센터장들이 또 다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SK매직·코웨이·청호나이스 등은 재직 기사들을 직접고용하거나 최소한 자회사를 통한 고용으로 분쟁을 해결했는데 쿠쿠는 센터장과 위탁계약을 체결해 근로자성을 회피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법적 검토를 통해 그 책임을 물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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