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원 코웨이지부 조직실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중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강예슬 기자
코웨이(옛 웅진코웨이) 노사가 직접고용 예정인 CS닥터(설치·수리기사) 1천500명에게 적용할 임금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신입 CS닥터 기준 기본급 190만원을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웨이지부에 제시했다.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액수로 지부는 직접고용 후 임금이 오히려 낮아지는 조합원이 생긴다며 거부하고 있다.

5일 지부와 업계에 따르면 코웨이 노사는 직접고용 합의 후 매주 화·금요일 두 차례 정기 교섭을 통해 임금안을 조율해 왔지만 지난달 31일 이후 교섭 날짜를 잡지 못했다. 지부는 “사측이 터무니없이 낮은 기본급을 제시해 교섭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노사는 코웨이 정수기·공기청정기를 설치·수리하는 CS닥터를 직접고용하는 데 합의했다. CS닥터는 코웨이와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건당 수수료를 받으며 일하는 개인사업자 신분이지만 연차나 고객관리점수에 따라 1~7등급으로 나뉘어 사실상 임금을 차등 지급받았다.

“직접고용 뒤 임금 오히려 적어질 판”

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사측은 노조에 기본급 190만원을 제시했다. 한 달에 설치·수리 200건을 충족할 때 받는 금액으로 경력에 따라 기본급은 최대 220만원까지 늘어난다. 200건을 초과하면 건당 약 1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지난해 기준 CS닥터 평균 월 처리 업무 건수가 259건임을 감안하면 CS닥터는 기본급에 통상 월 60만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더해 코웨이는 유류비 포함 차량유지비를 별도로 지원한다. 개인사업자 신분의 CS닥터는 개인이 유류비·차량유지비를 감당해 왔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제시한 임금안은 CS닥터의 경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CS닥터들은 경력 10년이 넘는 장기근속자가 많아 사측이 제시한 안에 따르면 오히려 임금이 줄어드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현재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CS닥터는 2년 미만 경력의 CS닥터보다 통상 100만원(월 259건 처리 기준)을 더 받는다. 그런데 사측이 제시한 안에 따르면 신입과 높은 연차 CS닥터의 기본급 차가 30만원밖에 나지 않는다.

노조는 경력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호봉제·식대·CS수당(고객평가 점수에 따라 지급하는 인센티브)·정기상여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요구안은 동종업계 SK매직서비스 수리기사 임금체계와 유사하다.

“노조, 파업카드 만지작”

노조 관계자는 “CS닥터 직접고용 후 임금안은 소 취하 문제와 연동돼 갈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사측이 소 취하 대가로 제시하는 임금액도 턱없이 적다”고 비판했다. 지부 조합원들은 2년 전부터 주휴수당·연차휴가미사용수당·퇴직금 등을 지급하라고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천400명 CS닥터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으면, 사측은 1천억원 이상의 금액을 CS닥터에게 지불해야 한다.

노동계는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법이 퇴직한 CS닥터 128명을 근기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만큼 노조의 승소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최근 울산지법 판결은 노조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울산지법은 지난달 근로시간이 특정되지 않은 용역계약을 맺고 일한 A사 정수기 수리기사들에게 회사가 주휴수당·연차수당 등 각종 수당을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A사 정수기 수리기사들은 2017년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승소했다. CS닥터 상황과 비슷하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지난 31일 교섭에서 (제시안의) 미세한 조정 이외 큰 변화는 어렵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더이상 교섭을 진행하는 것은 소용이 없어 보인다”며 “단체행동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의원회의에서 파업이 결정되면 사측과 임금안이 최종 타결될 때까지 이어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코웨이측은 “당사는 CS닥터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CS닥터 노조(코웨이지부)와 교섭에 임하며 상호 협의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노조는 지난 3일부터 서울 중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안정적인 기본급 지급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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