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연대노조

“회사가 (노조 조합원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김아무개 LG유플러스 분당서비스센터 대표이사가 2015년 9월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분당지회 조합원 6명에게 노조 탈퇴를 은밀하게 제안하면 한 말이다. 김 대표는 250만원을 줄 테니 노조를 탈퇴한 뒤 도급기사로 계약하자고 조합원들을 꾀었다. 제안을 받은 6명 중 4명은 실제 노조를 탈퇴한 뒤 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었다. 도급기사가 된 것이다.

이런 명백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는 최근 검찰 기소로 실체가 드러났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최근 김 대표를 벌금 200만원으로 약식기소했다. 김 대표가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벌금형은 확정됐다. <매일노동뉴스>가 16일 노조 고소장과 당시 회유를 당했던 노동자 입을 빌려 상황을 재구성했다. 통신·케이블업체 하청업체가 노조를 얼마나 불편해하는지, 그래서 노조 깨기에 어떻게 도급기사를 활용하는지 여실히 보여 준다.

조합원 저임금 상황 악용

개통기사인 이성태(가명)씨는 2014년 지부 분당지회에 가입했다. 2013년부터 통신·케이블업체에 잇따라 노조가 설립되면서 설치·수리기사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투쟁이 이어졌다. 성과도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2014년 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를 특별근로감독한 것도 노조가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었다. 특별근로감독 뒤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분당서비스센터 직원들은 그해 12월 직접고용됐다. 이와 별도로 노조는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는 파업을 같은해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진행했다. 이씨도 파업에 참여했다. 5월 협력업체 노사는 임단협을 체결했다. 130만원의 고정급이 생겼지만 처우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조합원들 일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센터 기사들 월급은 200만원을 넘지 못했다. 협력업체 노사는 임단협을 체결하면서 노동자에게 기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서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했다. 대신 면책합의금으로 35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파업 당시 임금은 받을 수 없었고 면책합의금 지급은 지연됐다. 일감까지 줄어들자 조합원들의 불만이 쌓여 갔다.

김 대표는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2015년 9월10일 김 대표가 개통업무를 하는 조합원 6명을 사장실로 불러들였다. 김 대표는 350만원의 면책합의금에 퇴직금 임의공제분 250만원을 더해 600만원을 주겠노라고 했다. 600만원의 대가는 노조 탈퇴였다. 그리고는 도급기사로 1년 단위로 계약하자고 제안했다. 도급기사로 일하면 일하는 만큼 설치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부추겼다. 그렇게 4명이 노조를 탈퇴했다.

부당노동행위 수법으로 사용된 도급기사

도급기사는 통신·케이블업체 노조운동의 약한고리다. 노동자들은 도급기사 수입이 협력업체에 직접고용된 기사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협력업체 사용자에게 업무지시를 받지만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노조에 가입할 수 없고 노동관련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협력업체는 임금을 지렛대로 노조 탈퇴와 도급기사 전환을 종용한다. 분당서비스센터는 직원 50명 중 직접고용 노동자가 10명에 불과하다. 40명이 도급기사다. 노조를 탈퇴하고 도급으로 전환한 노동자들은 현재 센터에 근무하지 않고 있다.

이성태씨는 “센터가 도급기사 모집공고를 하면 다른 업체에서 수년 동안 일했던 기사들이 올 정도로 (도급기사는) 돌고 돈다”며 “대표의 제안을 모두 수용했다면 지금쯤 노조는 남아 있지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원청인 LG유플러스에 김 대표와 맺은 위탁계약을 해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하청 간에 체결하는 부속계약서에 따르면 부당노동행위를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아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지장이 있는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계약해지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매일노동뉴스>는 김 대표의 해명을 들으려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