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본관 7층 코로나 19병동에서 간호사가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15일 오전 11시20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본관 7층 코로나19 병동, 일명 ‘신7병동’에서 일하는 이연경(25) 간호사는 85세 환자를 채혈하는 동안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고령환자의 경우 가뜩이나 혈관을 찾기 어려운데 두 겹의 장갑을 낀 탓에 손끝의 감각이 무뎌진 탓이다. 전신 가운과 N95 마스크, 페이스실드와 두 겹의 장갑을 낀 4종 보호복 차림의 이연경 간호사는 말려드는 겉장갑 끄트머리를 당긴 뒤 주삿바늘을 환자 팔에 꽂는 데 성공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5일 코로나 중환자를 치료하는 국립중앙의료원 본관 신7병동과 지난해 신축한 음압격리병동을 방문했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코로나 위중증 환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코로나 의료대응 최전선에는 여전히 과부하가 걸려 있었다. 고령환자 비중이 늘면서 의료적 처치에 돌봄업무가 더해졌다.

기저귀 무게 재고, 병실 청소하는 간호사들

이씨는 이날도 저울을 들고 분주히 병실 안팎을 오갔다. 기저귀를 착용한 환자들의 대소변량을 측정하기 위해서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경우 간호사가 기저귀 무게를 재서 대소변량을 확인해야 한다. 퇴원한 환자의 병실을 청소하는 것도 전부 그의 몫이다. 침대와 의료기기 등 각종 물품을 락스로 닦아 내고 환자가 마시고 남긴 물을 일일이 비워 낸 뒤 페트병을 의료폐기물로 분류했다. 이렇게 하나의 병실을 청소하고 나면 30분이 흐른다. 이날 퇴원한 환자는 3명이었다. 이씨는 결국 교대시간을 1시간 넘긴 낮 12시가 돼서야 병실을 나설 수 있었다. 입·퇴원 환자가 몰리고 각종 검사업무가 동반되는 월요일은 2시간마다 교대하라는 정부 권고사항을 넘기기 일쑤다. 보호복을 벗은 이 간호사의 간호복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오전 11시30분께 이 간호사와 교대한 김유정(가명) 간호사는 비닐에 싸인 도시락 세 개를 들고 병실 앞에 섰다. 혈압·맥박·체온 등 신체 활력징후를 측정하고 병실 침대 위에 식사를 준비했다. 식사보조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 밥과 반찬을 직접 챙겨야 한다. 김 간호사는 정오 무렵 해당 병실을 나왔는데 활력징후 체크와 식사보조를 해 줘야 하는 환자 10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 의료대응 최전선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은 가장 많은 중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코로나19 병동에서 근무하는 전체 60여명의 간호사가 30~40명의 중환자를 봐야 한다. 지난 9월 코로나 환자 치료를 위해 약 30명의 신규 간호사를 채용했지만 여전히 인력은 부족하다. 이날 둘러본 신7병동에는 10명이, 지난해 10월 중환자 병상 확충을 위해 주차장 한쪽에 신축한 음압격리병동 1층에는 11명, 2층에는 16명이 입원해 있다(16일 오후 6시 기준). 신7병동·2층·1층 근무조별 간호사수는 각각 6명, 8명, 12명이다.

오후 2시께 음압격리병동 2층 병실에는 보호복을 입은 두 명의 간호사가 근무하고 있었다. 고유량 산소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환자가 입원 중인 만큼 2시간30분마다 2명이 함께 교대한다. 폐 엑스레이 촬영을 위해 이동형 의료장비를 옮기는 의료진 모습도 보였다. 같은 시각 1층 간호사실 분위기는 공기 무게부터 달랐다. 1층에는 에크모(ECMO·체외막산소화장치) 등을 달아야 하는 최중증 환자가 입원 중이다. 환자 심박수나 혈압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때마다 경고음이 울렸고, 간호사들은 병실 CCTV 화면과 환자 심박수 등을 체크할 수 있는 모니터 화면으로 실시간 상황을 확인했다.

▲ 15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음압격리병동 1층 간호사실. 환자 심박수·혈압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 화면을 간호사가 지켜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 15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음압격리병동 1층 간호사실. 환자 심박수·혈압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 화면을 간호사가 지켜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위중증환자 ‘500명 기준’ 넘어
“고령층 늘어 업무가중”

위드 코로나 이후 위중증 환자수는 급증세다. 1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위중증 환자는 522명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27명 늘어 역대 최다 수준이다. 정부가 당초 일상회복 시행을 일시 중단하는 ‘비상계획’ 발동 기준으로 제시한 500명도 넘어섰다.

위중증 환자가 증가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돌파감염 증가에 있다. 상반기에 백신을 접종한 60대 고령층이 요양병원·요양시설을 중심으로 집단 돌파감염이 발생하며 고령환자 가운데 증상이 악화한 환자가 늘어난 것이다. 정부가 고령층과 요양병원 입원환자 등의 부스터샷 시기를 접종완료 뒤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위중증 환자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이번주 500명대 중반을 넘을 것으로 보이고 돌파감염이 계속되는 한 늘거나 유지되는 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10일 보건의료노조 기자회견에서 “올겨울 5차 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하루 확진자수가 최소 5천명에서 수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령환자 급증은 의료현장에서도 피부로 와닿는 상황이다. 음압격리병동에 근무하는 4년차 간호사 이한나(32)씨는 “위드 코로나 이후 고령층이 늘어난 게 가장 큰 변화”라며 “기저질환 케어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경우 체위변경이 필요해 업무가 가중된 측면이 있다. 허리·손목 통증을 호소하는 간호사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정부 병상확보 힘 쏟는다지만
“인력 뒷받침돼야”

병상가동률도 임계치에 달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16일 오후 5시 기준 서울지역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병상 가동률은 80.6%로 나타났다. 정부가 제시한 비상계획 기준치 ‘75% 이상’을 이미 훌쩍 넘어선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도 ‘폭풍전야’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당시 격리병동으로 운영한 본관 8층을 코로나 전담병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안수경 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지부장은 “8층을 감염병동으로 전환하면 필요한 간호인력이 30~40명 정도인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외상병동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15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음압격리병동 2층 병실에서 간호사가 환자를 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 15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음압격리병동 2층 병실에서 간호사가 환자를 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지난 9월 노조-복지부 노정합의에 따라 코로나 병상 간호인력 배치기준을 마련했지만 시범적용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10월 한 달간 시범적용을 하고, 11월 중에 배치기준을 확정하기로 했지만 시범적용 시기가 11월로 밀렸다. 고령층 중환자들이 밀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병상 확보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치료를 전담할 보건의료인력 확충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숙련된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병상이 있어도 환자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재발할 수 있다.

정재수 노조 정책실장은 “기존 인력을 ‘갈아 넣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의료 질도 담보할 수 없다”며 “고령환자 급증으로 간호수요뿐만 아니라 돌봄수요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간호보조인력 예산을 비롯해 정책적 지원을 수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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