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또다시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수 있다는 소문이 확산하면서 금융노동자가 선제적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기업은행 합의 파기, 이번엔?

금융노조(위원장 박홍배)는 9일 성명에서 “정권과 여당은 (대통령) 임기 내 마지막 기회일 한국수출입은행·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을 사회적 대화 약속 이행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노조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개정 이전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사업장별로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 역시 대통령 의지 부족이든 관료들 어깃장이든 진전된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격 부족의 낙하산 인사를 기업은행장으로 임명하며 정권과 여당이 약속했던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만 봐도 공약조차 지키지 않는 정권과 여당”이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사외이사 임기만료가 다가온 수출입은행과 캠코가 대통령 임기 내 마지막 기회라고 지적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31일로 사외이사 1명의 임기가 만료했다. 캠코도 상임이사 2명이 이미 2월27일자로 임기를 마쳤으나 후임 인사를 정하지 못해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용자가 장악한 이사추천위,
노조추천이사 후보는 들러리”

이런 가운데 노조는 이들 자리에 ‘내정인사’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수출입은행은 청와대 비서관 출신 인사가 내정돼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 수출입은행지부(위원장 신현호)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위해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사용자쪽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당초 사용자쪽 후보로 거론됐던 인사가 빠지고 청와대 비서실 경력을 가진 인사를 사용자쪽이 염두에 두고 있는 정황을 입수했다는 것이다.

신현호 위원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통상 한 달 전까지 꾸리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사용자쪽이 차일피일 미뤘다”며 “당시에는 경제부총리 교체설 때문인 것으로 짐작했는데 사전 후보 논의 과정에서 사용자쪽이 먼저 염두에 뒀던 추천후보를 바꾸겠다고 해 정황을 들여다봤더니 청와대 비서실 쪽 인사가 사실상 내정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지부는 청와대 비서실 출신 인사 내정의혹이 있는 상황에서 이사후보추천위를 꾸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 위원장은 “이사후보추천위는 사용자쪽 인사로 구성하는 위원회”라며 “이런 상황이면 또다시 노조추천 이사후보는 들러리 신세로 전락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기재부는 노동이사제 합의 당사자
“경제부총리, 약속 지켜야”

노조는 이런 정부의 행보는 사회적 대화 합의조차 뭉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노동이사제 도입에 공공기관 노사가 협력하고, 제도 도입 이전 노조가 적절한 인사를 추천하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노조는 “당시 합의의 정부쪽 당사자가 바로 기획재정부”라며 “국가경제 수장인 경제부총리가 사회적 대화 합의를 어기는 것은 정권과 여당의 무능함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이사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서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제도다. 현재 국회에는 김경협·김주영·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이 발의돼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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