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주인구(48·사진)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전주공장위원회 의장은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는 회사와 상용차 위기를 먼 산 불 보듯 하는 전북도를 비판했다. 군산형 일자리 사업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 현대차에서 생산하는 전기버스도 안 팔리는 마당에 전기버스와 전기트럭 24만대를 생산하면 어떻게 되겠냐고 되물었다.

- 전주공장 손익분기점이 5만1천대다. 올해 생산계획을 보면 4만대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공장 가동률이 40% 이하로 추락하는 상황에서 2017년부터 지금까지 노사가 물량문제 해결을 위해 다섯 번의 합의를 했다. 전주공장 노사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6월에 현대차 노사 고용안정위원회에서 다시 한번 전주공장 물량 문제가 다뤄질 예정이다. 신차 배정이 없으면 지금 상황으로는 사측에서 1교대 전환하자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 전주공장 위기의 원인이 뭔가?
“현대차그룹은 승용차 위주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했다. 25년 된 전주공장은 지금까지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시장에 진출하지 못했다. 회사가 전주공장 상용연구소를 남양연구소로 옮기면서 전주공장 2조원 투자도 지켜지지 않아 조립공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 지난해 전주공장이 세계 최초로 수소트럭을 양산해 스위스로 50대를 수출했다. 수소트럭 성장 가능성이 어느 정도라고 보나.
“현대차는 승용은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전기차로, 상용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활용한 수소전기차로 미래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상용차 수소충전소는 전북에서 완주 딱 한 곳뿐이다. 전주에 15대 수소전기 버스가 운영 중인데 연료가 떨어지면 완주까지 와야 한다. 수소버스 한 대 가격은 6억7천만원가량이다. 버스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버스회사 사업주 부담은 4천800만원 수준이다. 그런데 화물차는 다르다. 개인사업주가 그 돈을 다 주고 사기엔 대단히 어렵다. 회사가 언론을 통해 연간 2천대 수소전기차량 생산체제를 갖춘다고 발표했지만 수소트럭 생산설비나 모듈공장 투자를 주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친환경차 전환에 상용차가 핵심이다. 승용차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트럭이 2.5배, 버스가 16배 많다.”

- 기존 일자리와 상생형 일자리가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전북의 노동정책·산업정책을 보면 참 답답하다. 한국지엠과 현대중공업 공장 폐쇄 이후 타타대우상용차에서도 100명이 희망퇴직으로 떠났다. 현대차 전주공장도 위태롭다. 지금 있는 일자리부터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군산형 일자리에 5천억원을 투입해 전기트럭과 버스 24만대를 생산한다고 하는데 생색내기형 일자리 창출이 실질적으로 전북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2007년 전주시장 시절 버스 주야2교대 전환으로 고용을 창출하라고 전주공장 앞에서 관제데모를 주도했던 사람이다. 우리가 상용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화하자고 해도 만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계 진출하려고 그러냐’는 식으로 프레임을 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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