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양주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가 갈탄 연기에 질식해 쓰러져 있다. <건설노조>

경기도 양주의 한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 3명이 갈탄 연기에 질식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겨울철 공사현장에서 반복되는 질식사고를 막으려면 건설현장에서 갈탄 연료 사용을 정부가 금지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5년간 건설현장 갈탄 질식사고 9건
재해자 19명 중 9명 사망

9일 건설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양주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 3명이 갈탄 연기에 질식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다행히 병원으로 바로 후송돼 목숨을 건졌지만 문제는 이런 사고가 반복된다는 데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고 전날 노동자들은 콘크리트 타설을 끝낸 뒤 콘크리트가 얼지 않고 잘 굳도록 갈탄을 피웠다”며 “타설 과정에서 콘크리트에 난 발자국을 없애기 위해 해당 장소에 다음날 다시 들어갔다가 일산화탄소에 질식했다”고 설명했다.

양생은 콘크리트 균열을 줄이고 내구성을 높이는 작업이다. 오랜 기간 콘크리트 안 수분을 말려야 하지만 공기가 길어지면 비용이 늘어난다. 때문에 콘크리트가 잘 굳지 않고 수분이 얼어붙는 겨울철에는 온도를 높이려 난로나 온열기를 사용한다. 문제는 연료로 쓰이는 갈탄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 겨울철(12~2월)에 발생한 질식재해 30건 중 9건(30%)은 건설현장에서 갈탄 난로로 인한 사고였다. 9건의 질식사고로 다친 재해자는 19명으로, 이 중 9명은 숨졌다.

노동부는 “콘크리트를 굳히기 위해 갈탄 난로를 사용할 때 보통 열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그 공간을 천막 등으로 가리는데, 이때 갈탄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도 머물게 된다”며 “이런 공간에 작업자들이 (안전조치 없이) 들어갔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에 따르면 콘크리트 보온양생 작업장의 일산화탄소 농도가 1천피피엠(ppm)을 상회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적정공기 기준을 일산화탄소 30피피엠 미만으로 정의하고 있다.

“건설현장 갈탄 사용 금지해야”

노조는 반복되는 건설현장 갈탄 질식사고에도 노동부의 예방대책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노동부가 매년 겨울철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갈탄 질식사고 예방 점검을 비롯한 안전점검·감독을 시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수십 년 동안 질식사고를 일으킨 갈탄 연료 사용에 대한 노동부의 예방대책은 안전교육과 사전농도 측정 정도뿐”이라며 “이마저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도 작업현장에서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갈탄 난로가 있는 장소에 들어가려면 안전담당자가 일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한 뒤, 안전하지 않으면 환기를 시키거나 공기호흡기를 착용한 뒤 들여보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니 질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건설현장에서 갈탄 연료 사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열풍기나 알코올류 고체연료를 활용해 콘크리트 보온 양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열풍기를 사용하면 좋은데 전기요금이 많이 나와 이를 사용하지 않는 건설현장이 있다”며 “열풍기가 전체적으로 따뜻하게 하지 않아 손이 많이 간다는 핑계를 대기도 하는데 공사비를 아낀다는 명목으로 건설노동자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알코올류 고체연료의 경우도 안전성이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는 크게 문제가 없어서 갈탄보다는 나은 대체재로 보고 있다”며 “갈탄보다는 비용이 비싸다”고 덧붙였다.

노조가 지난해 12월부터 노조 조합원이 일하는 502개 현장을 조사한 결과, 갈탄연료를 사용하는 현장은 42곳이었다. 노조 관계자는 “42곳 중 37곳이 수도권의 아파트 건설현장”이라며 “조합원들은 대부분 공사규모가 큰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데, (조합원이 없는) 소규모 건설현장에서는 갈탄을 사용하는 비율이 훨씬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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