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씨가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뒤 정부·여당이 하청노동자 직접고용을 비롯한 노동조건 개선 내용을 발표했지만, 2년이 다 되도록 노동자들의 처우와 신분은 바뀌지 않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가 이어지는 사이 최근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에서는 잇따라 산업재해사고가 발생했다. 당정이 지난해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적정노무비 지급 시범사업’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노무비가 하청업체에 새어 나가는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후속대책 발표 2년
고 김용균 동료들은 여전히 하청 신세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지부장 신대원)에 따르면 고 김용균씨 사고 이후로도 발전소에서는 산재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영흥화력발전소에서는 산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화물차량 운전기사가 영흥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석탄회를 화물차에 싣는 작업을 하다 발을 헛디뎌 약 3.5미터 높이 화물차 위에서 지상으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인은 하청업체와 계약한 특수고용 노동자였다. 지난달에도 영흥화력발전소 2차 하청업체에 소속된 노동자가 운전 중인 컨베이어벨트에서 낙탄을 청소하다 손가락이 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부는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 이후로도 하청노동자 신분이 달라지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12월 김용균씨 사망사고 이후 당정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이듬해 2월5일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후속대책에는 연료·환경설비 분야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고, 경상정비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여부는 노·사·전문가 협의체에서 논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위험의 외주화’가 사고를 일으켰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하지만 연료·환경설비 분야 노동자들은 금세 직접고용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 달리, 한국전력의 한전산업개발 지분 매입 절차가 계속 미뤄지면서 정규직 전환이 언제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부 관계자는 “정규직화가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며 “될 거였으면 진작 되지 않았겠냐”고 허탈해했다. 경상정비 분야는 정규직화를 이루지 못할 공산이 크다. 경상정비 노·사·전 협의체가 지난 1일 회의에서 잠정합의한 안에는 하청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겠다는 내용이 빠졌다.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내용만 담겼다. 지부는 “일부 노동자위원이 반대하고 있지만 사측은 이달 22일 협의체 본회의 때 합의를 강행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정규직 전환 여부나 시점이 불투명해지면서 하청노동자들은 ‘3개월 계약’을 반복적으로 연장하며 고용을 이어 가고 있다. 지부 관계자는 “계약은 끝났는데 정규직 전환은 언제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발표한 뒤 3년째 ‘3개월 계약’ 알바노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비 지급 시범사업 이후로도…
하청업체 “노무비 다 주면 이윤 극도로 감소”

노동자들은 하청업체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면 지금처럼 안전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청업체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통해 매년 네 번의 안전 관련 사항을 심의·의결하지만 하청업체가 심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없는 구조 탓이다.

실제 지부가 이날 공개한 산업안전보건위 회의록에는 같은 문구가 반복된다. 김용균씨 사고 이후인 2019년 8월20일에도, 같은해 12월9일에도 ‘설비개선’을 요청하자는 심의내용에 진행현황을 보고했는데 ‘발주처 연료설비파트(에) 요청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함’ 이라거나 ‘발주처 연료설비파트(에) 설비개선(을) 요청했으나 예산 문제로 하반기 검토·진행 예정’이라는 문구가 토씨하나 다르지 않다.

노무비가 하청업체로 새어 나가는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당정은 2019년 12월12일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2020년 1월부터 2년간 적정노무비 지급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원청이 하청업체 노동자의 노무비를 별도 전용계좌에 지급해 원청이 노무비를 다른 비용으로 전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정규직 전환을 추진 중인 연료·환경 설비 운전은 시범사업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하청업체들은 발전사와 노무비 지급 시범사업 협약 체결 뒤에도 노무비를 전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부가 공개한 급여명세서에 따르면 시범사업 시행 이후인 2021년 1월 김용균씨와 같은 업무를 하는 같은 연차 노동자 급여총액은 222만여원이다. 고 김용균씨가 사고를 당하기 직전인 2018년 11월 급여명세서에 적힌 임금총액은 226만여원이었다.

신대원 지부장은 “현재 노사 교섭 중인데 회사는 ‘노무비를 노동자들에게 다 주면 사측 이윤이 극도로 감소한다’며 노무비 착복을 용인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폭로했다. 회사가 최근 제시한 교섭안에는 ‘공기업 발주처 설계 대비 초과하는 복지제도(비용) 중 사택·통근버스·경조금·검진비는 적정 노무비 적용 항목으로 포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신대원 지부장은 “노무비 지급 시범사업 이후로도 노무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하청업체들 모두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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