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가 지난 12일 인천 남동구 가천대길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의 성실교섭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노조탄압 정황이 담긴 문건과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이 됐던 가천대길병원에서 노조탄압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병원측은 지난해 11월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노동자의 동의 없이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했다. 거리두기 단계를 지켜야 한다며 신입 직원들에 대한 노조설명회도 금지했다. 그러면서도 병원 보수교육은 진행했다. 노조는 “병원이 CCTV로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코로나19 핑계를 이유로 노조를 탄압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확진자 동선 파악 목적이라는 CCTV
이미 설치한 곳에 또 설치

13일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길병원은 지난해 11월28~29일 CCTV를 설치했다. 설치된 장소는 진단검사의학팀·물리치료실·암초음파실·유방초음파실·주사실·인공신장실·통원치료센터 등이다. 병원은 코로나19 확진자 동선파악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길병원에서는 지난해 11월 잇따라 코로나19 확진자가 두 명 연달아 발생했다. 병원 내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방역당국 지적에 따라 CCTV를 설치하게 됐다는 얘기다. 감시용이 아니라 방역용이기 때문에 노조의 동의를 구할 사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단체협약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노사 단체협약에는 “환자와 직원의 인권 침해와 성폭력 방지를 위해 장비를 설치할 경우에는 사전 노사 협의해 설치할 수 있으며 사용 중 조합원에게 인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가능성도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 15조에 따르면 개인정보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 수집할 수 있고,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다.

노조는 추가적인 CCTV 설치는 불필요하고 직원 감시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환자를 포함해 다수의 출입이 잦은 장소에는 이미 CCTV 설치가 돼 있다. 물리치료실과 암초음파실 등 새롭게 CCTV가 설치된 곳들도 입구에 있는 기존 CCTV로 확진자 동선 파악이 가능하다. 강수진 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장은 “실제로 노동자들이 잠깐 앉거나 핸드폰을 보는 경우 부서장들이 이를 지적한다”며 “부서장들이 CCTV만 보며 직원을 감시하지는 않겠지만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조 설명회는 금지하면서 병원교육은 실시

신입 직원들을 상대로 한 노조 설명회도 금지된 상태다. 병원은 지난해 초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방역지침을 지켜야 한다며 신입 직원에 대한 노조 설명회를 미룰 것을 요구했고 노조도 이에 동의했다.

노조는 병원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수교육은 진행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간호사 보수교육은 대면으로 진행했지만 노조 설명회는 그렇지 못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강 지부장은 “병원이 신규 직원을 노조에서 분리하려고 한다”며 “신입 직원들이 병동을 순회할 때 소식지를 나눠 주려고 하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등 경고성 발언을 한다”고 주장했다.

길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회의는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며 “대면회의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서 이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간호사 보수교육은 의료인 면허신고를 위해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며 “노조설명회와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길병원측이 노조원들의 성향을 분류한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간호사들에게 노조활동 중단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8년 7월 지부설립 당시 1천318명이던 조합원은 현재 570여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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