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5일 고용노동부로 재출범한다. 임태희(54) 고용노동부장관은 고용노동부의 역할에 대해 "모든 부처의 일자리 정책이 효율적으로 작동되도록 총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장관은 지난 2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고용노동부가 일자리 정책을 가장 많이 생각하고 가장 중심에서 고민하는 부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장관은 최근 국무총리·통일부장관·대통령실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 "모두가 소설"이라며 "지금은 고용노동부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임 장관은 그러나 "정부와 당이 원한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임 장관은 이달 1일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가 시행된 뒤 현장에서 나타나는 논란과 갈등에 대해 “회사의 필요에 의해, 산업안전활동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아닌 다른 법률에 따라 조합원의 활동을 보장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 5일 고용노동부로 이름이 바뀐다. 고용정책을 총괄하겠다는 뜻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예산권한은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고용정책 총괄부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은데.
"그렇게 따지면 정부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일자리 정책은 극히 제한된다. 정책수단이 없는 부처는 필요없다는 뜻이 된다. 다문화·고령화·저출산 등 모든 정책을 어느 한 부처가 주도하는 시대는 지났다. 협치·협업으로 풀어 가야 한다. 그래서 모든 정책수단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고용노동부가 총괄하겠다는 것이다. 그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예산권이 없는 것은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각 부처들이) 합리적으로 올바른 해법을 내면, 그것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가장 많이 생각하고 가장 중심에서 고민할 것이다."

-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와 비교해 이명박 정부하에서 노동부의 위상은 어떻다고 보나. 국가고용전략 논의 과정에서 노동부의 역할을 평가한다면.
"요즘처럼 노동부가 전 부처에 걸쳐 활발히 업무를 했던 적은 없을 것이다. 고용업무를 중심으로 부처 간 협업을 하다 보니 그렇지 않나 싶다. 노동부 직원들에게 '일자리 정책을 만들어 내는 다른 부서의 마당쇠 노릇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노동정책과 고용정책은 어떤 정부가 들어오든 중요한 어젠다가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이제 업무의 중심을 노사갈등 관리보다는 일자리 문제에 역점을 두자는 것이다. 일자리 문제가 제대로 돼야 노동운동이 근로자들의 기본권익을 증진할 수 있다. 일자리가 없어지는데 노동권을 얘기해 봤자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일을 하면 기본적으로 먹고살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나라를 지탱하기 어렵다."

“신나는 일터, 경영계의 몫”

임 장관은 이 대목에서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기업들은 퇴직급여 충당금 중 30%는 내부유보금으로 쌓게 돼 있다. 정부는 이것을 손비로 인정해 준다. 내부유보도 허락하고, 손비인정으로 세금도 깎아 주는 이중혜택을 주고 있다. 그런데 내부유보 금액을 장부에만 기록해 놓고 다른 곳에 전용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장부에는 돈이 있는데 근로자들에게 줄 돈은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근로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제도는 안 된다. 기획재정부가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앞장서 철저하게 지켜지도록 할 것이다."

- 노동부장관에 취임한 뒤 경영계와 노동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들었는데.
"건강한 노사관계를 많이 생각했다. 그런데 노사 문제를 바라보는 경영계의 철학, 이 문제에 대한 경영계의 역량이 글로벌 기업 수준에 맞지 않게 취약하다고 느꼈다. 부도날 것에 대비하는 재무관리 능력은 탁월하지만 노무관리 능력은 아니었다. 경영계는 노동자들을 부속품 대하듯이 하지 말고 휴먼캐피탈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바람이 나면 평소보다 두세 배의 생산성을 발휘한다. 이렇게 하도록 하는 것은 경영계의 몫이다. 노동계는 준비가 돼 있는 것 같다. 한 외국인 투자자가 그러더라. '한국사람들은 한 달 파업을 해도 11개월을 일하면 다른 나라가 12개월 일하는 것보다 생산성이 높다'고. 1년 열두 달을 신바람 나서 일하면 경쟁에서 우리나라를 당할 나라가 없을 것이다."

"회사 필요에 의해, 다른 법에 따라 활동하는 것은 괜찮아"

- 민주노총과 야당, 진보진영에서는 타임오프와 관련해 노조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일부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데.
"민주노총이 이 문제에 대해서 왜 당초 입장에서 급선회했는지 의아스럽다. 그간 논의 과정을 보면 지난해 말까지 민주노총은 ‘복수노조를 시행하면 전임자 월급은 안 줘도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타임오프를 실시한다니까 노조법 개정에 반대했다. 복수노조 시행이 늦어진다는 이유였다. 민주노총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도 참가했고, 함께 조사했다. 타임오프 한도가 통과되는 날 민주노총 관계자는 현장에 있었고, 기권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지 않는다고 타임오프를 원점에서 재논의하고, 노조법을 개정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민심과 거리가 멀다. 노사정 전체 의견과도 거리가 있다."


- 노동부는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경우가 있다. 타임오프 한도는 3명인데, 노사가 필요성을 인정해 5명으로 합의했다고 하자. 노사가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해 합의했는데, 이를 굳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할 필요가 있을까.
"추가로 인정된 2명을 나쁜 의미로 받아들이면 '돈을 줘서 (회사에) 우호적인 노조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추정할 수 있다. 반면에 그 2명이 노조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안전활동이나 노무관리 등 경영진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할 수도 있다. 실제 그런 사례가 있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그런 일을 노조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데려오기 힘든 경우다. 그런 이유로 자리를 추가로 준다면 산업안전보건법이나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에 의해 가능할 것이다. 물론 타임오프 정신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 노사정이 타임오프 한도와 관련해 각각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법적인 논란이 불가피할 것 같다.
"예전에 대전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주가 '노조에서 인력관리를 한다'고 했다. 인사권을 주는 게 아니라 관리업무를 맡기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경영진이 해야 할 일인데 노조가 관행적으로 해 온 것이다. 이런 경우 회사 지침에 따라 관련 직책을 준다면 노조법하고는 관계없는 별개의 일이 된다.
산업안전보건위원도 마찬가지다. 회사 입장에서는 예산을 책정해서라도 산업안전활동을 해야 하는데, 타임오프 범위 내에서 인정된 노조간부들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산재사고가 날 수 있다면 산안위원을 더 두면 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안위원들의 해당 근로시간을 면제해 주고 있다. 그건 법원도 인정하는 것이고, 노동부도 당연히 인정한다."

- 산업안전보건법이나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보장된 활동은 타임오프에서 제외된다는 뜻인가.
"그렇다. 타임오프 제도가 산안법이나 근참법까지 제한할 수는 없다. 그런 활동을 노조활동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 다만 케이스 바이 케이스(사례별)로 살펴볼 것이다. 자리를 차지한 노조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경영진이 알지 못하면 문제가 있다.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 현재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사문화선진화위원회가 제도의 연착륙, 특히 상급단체 파견자에게 한시적으로 임금을 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명확하게 할 것이 있다. 상급단체 파견자는 타임오프 제도 적용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노사정이 합의로 노조법을 개정하고 타임오프를 고시했다. 당사자들에게 제도를 연착륙시킬 책임이 부여된 것이다. 현장에서는 해석 등을 둘러싸고 과도기적인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이때 합의 당사자들이 역할을 해야 한다. 주로 노동계에서 문제제기를 많이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상급단체에 파견을 나온 간부들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점은 경영계와 정부도 인정한다. 노동계는 이번 기회에 전국의 노사현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노총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도 동참하면 기회가 열린다."

임 장관은 이와 관련해 “마치 돈을 구해서 (무조건 상급단체 파견자에게) 월급을 주는 것처럼 알려졌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무한정 주는 게 아니라 2년간 한시적으로 주는 것이다. 타임오프 제도 1년, 복수노조 제도 1년 등 2년 정도 노동계가 타임오프 제도 연착륙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임금을 직접 주는 것이 아니라) 노사발전재단을 통해 (일자리 사업 등) 사업을 발주하는 형태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경영계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노사정 합의 내용이다."


"장석춘 위원장 결단, 높이 평가"
"김영훈 위원장 언제든지 만나겠다"

- 지난해 하반기부터 노조법 개정을 위해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과 수차례 만나 노사정 합의를 두 차례 이끌어 냈는데.
"장 위원장이 큰 결단을 해서 노조법 개정이 가능했다. 노동계의 이해관계에서 본다면 장 위원장은 엄청난 자기희생을 감수했다. 장 위원장의 생각이나 행동을 아주 높게 평가한다. 지난해 노사정 합의정신은 노사관계선진화다. 정부든 경영계든 이번 기회에 노조를 옥죄려고 한다거나 손보려고 한다면, 그것은 합의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혹시라도 현장에 그런 현상이 나타날까 봐 노사정 합동상황실을 운영하려고 한다."

-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날 생각은 없나.
"국제노동기구(ILO) 총회 참석차 스위스 제네바에 갔다가 김 위원장을 만나 함께 식사도 했다.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이 공부한 노동운동가라는 인상을 받았다. 언제든지 만나고 대화할 용의가 있다. 철학이 완전히 다른 사안이라면 대화해도 평행선을 긋겠지만, 타임오프는 그럴 문제가 아니다. 민주노총 사업장이 한국노총 사업장보다 재정면에서 튼튼한 것으로 안다. 민주노총을 탈퇴한 새희망 노동연대도 타임오프 제도를 인정하지 않았나. 타임오프 제도하에서 큰 피해가 없는 노조들도 있다.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에 대비해 착실히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운영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 민주노총은 타임오프 제도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나 대형 공기업노조 등 산하 조직을 겨냥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같은 규모의 중소기업이라도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한국노총 소속보다 전임자가 몇 배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는 자체적으로 해결하면 좋겠다. 그래야 당당하지 않겠나."

"근로기준 기능, 지방이양 반대"

- 대통령소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산업안전보건기능의 지방이양을 결정했고, 근로기준기능도 지방이양을 추진 중이다.

"행정은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을 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이 있고,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으로 균형 있게 추진하는 게 바람직한 것이 있다. 후자의 경우 중앙정부가 하는 것이 맞다. 그런 점에서 근로기준 업무는 중앙정부가 하는 게 맞다. 산업안전보건 기능 역시 안전과 관련해 감독을 한다면 똑같은 기준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해야 한다."

- 산업안전기능의 지방이양은 대통령 재가까지 났는데.
"지방이양이 결정된 것은 정해 놓은 기준에 따라 인·허가 등을 하는 업무다. 물론 노동부 뜻과 무관하게 지방분권위에서 통과된 것도 있다. 그러나 아주 제한적으로만 지방으로 넘어간 것이다. 지자체가 더 잘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노동부가 노하우를 전수하고 교육하면 큰 지장이 없는 것들이다.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면 시뮬레이션을 해 보고, 점검을 할 것이다. 법이 개정되는 최종 순간까지 다시 한 번 걸러 낼 것이다."

"지금은 고용노동부 업무가 최우선"

- 최근 국무총리부터 통일부장관·대통령실장까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마선언을 했다가 취소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청와대 대통령실장직을) 고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저에게 (청와대 등에서 의사를) 물어본 적도 없고, 고사한 적도 없다. 모두가 완벽한 소설이다. 지금 노동부에 일이 많다. 타임오프 제도가 시행되면서 현장에 이런저런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 또 전 부처가 일자리 창출사업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데 신경 쓸 겨를도 없고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 오로지 노동부 일만 바라보고 있다."

- 6·2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 세대교체론의 중심에 서 있는 것 같다. 전당대회 이후 당에서 역할을 주문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당이 진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제가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 주는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다. 그래도 노동부 일이 먼저다. 다른 어떤 현안보다도 의미와 비중이 크다. 당이나 정부의 입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 당의 일원으로 정부에 나와 일을 하고 있다. 따라서 청년·여성·취업취약계층이 안심하고 넉넉하게 살 수 있도록 고민하고, 이를 위해 정책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근무하는 곳이 당이든 어디든 간에 해야 하는 일이 있고, 필요한 일이라면 최선을 다할 것이다."

- 당에서 필요로 한다면 정부든 당이든 일을 하겠다는 뜻인가.
"그렇다. 지금은 노동부 일이 가장 중요하다."

[약력]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역임한 현 정부의 실세 장관으로 꼽힌다. 옛 재정경제부 주요 부서와 청와대 금융담당 행정관을 지낸 경제관료 출신이다. 16대 총선에서 경기도 성남(분당을)에 출마해 정치권에 입문해 3선을 기록했다. 노동부장관 취임 전에는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맡았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온건한 중도보수로 분류된다. 임 장관은 6·2 지방선거 뒤 한나라당 참패에 대해 "젊은층이 투표장에 나온다고 벌벌 떠는 정당에 무슨 미래가 있겠냐"며 당의 쇄신을 주장하기도 했다.

대담=박운 편집국장
글=김학태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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