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사실상 압승했다. 전국 16개 시·도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6석을 얻는 데 그쳤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수도권에서 자치단체장을 배출했다. 곽노현 서울교육감 후보를 비롯해 진보성향 교육감이 전국에서 6명이나 당선돼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개표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이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인천과 광주, 충남·충북·강원·전남·전북 등 7곳에서 승리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서울과 경기, 부산·대구·울산·경북 등 6곳에서 이겼고, 자유선진당은 대전에서 광역단체장을 배출했다. 경남과 제주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특히 한나라당의 텃밭인 경남과 강원에서 야권 단일후보인 김두관 무소속 후보와 이광재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한나라당은 여론조사에서 줄곧 큰 표차의 승리를 자신했던 서울과 경기에서 예상 밖으로 고전했다.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는 개표 내내 끌려가다 이날 새벽 막판에 개표된 강남표가 몰리면서 가까스로 한명숙 후보를 제쳤다.

기초단체장과 의회도 야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기초단체장은 228개 선거구 가운데 민주당이 92곳, 한나라당이 82곳, 자유선진당이 13곳, 민주노동당이 3곳에서 당선됐다. 민주노동당은 인천에서만 자치단체장 2석을 확보했다. 야권의 선전에 밀려 수도권의 경우 66개 자치단체장 선출지역 가운데 한나라당이 이긴 곳은 16곳에 불과했다. 광역의원 역시 680석 가운데 민주당이 328석, 한나라당이 252석을 얻었다. 수도권에서 모두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했다.

정부·여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커다란 책임감을 느낀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정길 청와대 대통령실장도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대표와 사무총장이 사의를 표명해 앞으로 전당대회 때까지 비상대책기구를 설치해 당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Tip] 전당대회

정당이 개최하는 전국대의원대회를 말한다. 정당의 지도부인 최고위원과 대표최고위원을 선출한다. 한나라당은 애초 7월 초 전당대회를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2일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일정을 미루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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