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불황의 그림자가 동시에 덮친 지난해 버스 이용객은 총 53억5천만명. 하루 평균 1천462만명이 버스를 탔다. 26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버스 이용객은 1년 동안 3억457만명(6%)이 증가했다. 국토부는 그 이유로 유가폭등과 함께 시내버스 준공영제 및 환승할인 확대시행을 꼽았다.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준공영제를 도입한 지 5년이 흘렀다. ‘대중교통의 혁명’이라고 불리는 준공영제는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준공영제 도입 전 서울시 버스노선은 최악이었다. 버스회사들이 수입이 좋은 노선을 선호하고, 수입이 적은 노선은 꺼렸다. 노선은 휘어지고 길어졌다. 승객들은 버스를 타면 언제 목적지에 도착할 지 알 수 없었다. 교통정체로 배차간격이 들쭉날쭉하면서 대중교통으로서 기능을 잃어버렸다는 지적이 높았다. 서울시 버스 수송분담률은 급감했고, 버스 회사들은 적자를 기록했다. 임금체불이 빈번했던 버스노동자는 만성 생활고에 허덕였다.

‘혁명’에서 ‘애물단지’로

서울시는 2004년 7월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칼을 빼들었다. 거리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는 거리비례제 통합 요금체계를 도입했다. 버스전용차선이 들어선 거리에는 간선·지선·순환·광역 등에 따라 색을 달리한 파랑·초록·노랑·빨강색 버스가 등장했다. 이러한 변화는 운송수익금 및 노선의 공적관리 개념인 ‘준공영제’가 시행됨으로써 가능했다.

5년이 지난 지금, 서울시 버스 수송분담률은 40% 수준으로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준공영제는 서울시 재정을 위협하는 ‘애물단지’가 됐다. 지난해까지 버스 준공영제에 투입된 시의 예산은 총 7천700억원. 한 해 평균 2천억원 가까운 준공영제 유지비용은 서울시에 큰 부담이다. 잠시 주춤해진 유류비도 다시 급등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서울뿐만 아니다. 부산시의 경우 2006년 241억원이던 준공영제 재정지원금이 지난해는 762억원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1천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구시도 2006년 413억원에서 2007년 564억원, 지난해는 780억원으로 증가해 재정압박을 받고 있다. 올해는 100억원이 더 추가될 전망이다. 광주와 대전시도 지난해 각각 277억원과 356억원을 지원했으며 올해도 400억원대의 재정지원금을 마련해야 할 형편이다.

재정부담, 노동자·서민에게 전가

그렇다보니 대전·대구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준공영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해부터 버스노조의 파업을 빌미로 준공영제 운영방법을 대폭 변경했다. 버스업체 책임경영제를 도입해 수입금 관리주체를 시에서 버스운송사업조합으로 전환했다. 또 원가지급기준을 표준운송원가에서 대당원가로 전환했다. 대구시도 올해 초 준공영제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다. 우선 대구시는 버스 운행횟수를 줄였다.
총 1천561대 시내버스 중 5.8%인 91대가 일시적으로 운행 정지됐다. 버스 노동자도 3년간 총 3천824명 가운데 246명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역시 준공영제 시행 이후 75개 노선을 없애고 버스차량 561대를 감축했다. 현기환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서울시가 버스기사 변형근로제 등을 통해 노선별 일일 운행횟수를 줄여 주민불편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가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 버스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한편 운행횟수·노선 감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피해는 버스노동자 뿐만 아니라 버스를 이용하는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육성기금 조성해야”

지방자치단체의 높은 재정부담에도 준공영제는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올해 준공영제를 수술대에 올린 대구시의 경우 자체조사 결과, 준공영제 시행 이후 이용자 만족도가 21%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해양부도 올해 안에 울산을 비롯한 모든 광역시에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교통연구원은 “저소득계층이 이용하는 버스에 대한 지원확대를 효율성을 이유로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하철에 지원되는 지자체· 정부 재정지원과 비교해도 버스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재정투자는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늘어나는 재정부담이다. 최근 6대 광역시장으로 구성된 광역시장협의회(회장 박성효 대전시장)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에 따른 재정지원금에 대한 국비지원 확대를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들은 재정지원금의 50%이상을 중앙정부가 부담해 줄 것을 건의했다.

버스에 들어가는 중앙정부 지원금 비중은 해마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04년 버스 재정지원금의 42.7%가 국비였던 대구시의 경우 2005년 21.3%로 감소한 뒤 준공영제 시행 첫 해인 2006년 9.6%, 2007년에는 8%로 뚝 떨어졌다. 나머지 광역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정부는 버스 경영수지가 악화되자 2001년부터 국고보조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는 지방분권교부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국고보조금은 지난 2001년 780억원, 2002년 1천69억원, 2003년 1천149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그 이후 2006년까지 동결됐다. 2007년 이후부터 다시 평균 10%가량 증액됐지만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지자체의 재정지원금 규모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내년부터는 국고지원사업이 지방으로 이양된다.
 
분권교부세가 사라지고 일반교부세로 전환될 예정이다. 재정지원은 더 줄어들게 된다. 현재 분권교부세를 다시 5년 연장하는 지방교부세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올라와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동차노련(위원장 김주익)은 “분권교부세는 취약하고 불안정한 재정지원을 반복할 뿐”이라며 “버스업계 구조조정을 통해 대형화·효율화를 꾀하는 한편 대중교통육성기금을 조성하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강상욱 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준공영제 재정지원 규모만 놓고 볼 것이 아니라, 재원 대비 효과의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들어간 돈보다 창출된 사회적 편익은 더 크다”고 강조했다. 강 연구위원은 “준공영제가 지속가능한 제도로 발전하려면 안정적인 재정지원은 물론 버스산업 성장과 체질효율화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2009년 4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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