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4.1 수 13:02
상단여백
HOME 기획연재 기획
일자리 사라진 이주노동자 … ‘숨막히는 2개월’정해진 구직기간에 재취업 거의 불가능 … “내일이면 미등록 이주노동자”
이주노동자단체는 “이주노동자 고용사업장에도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적극적인 구제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현재 20만명 수준이지만 경제위기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으로 정하고 있는 사업장 변경의 횟수가 제한적이고 구직기간도 너무 짧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A(38)씨는 최근 2개월 사이 아찔한 경험을 했다.
합법적 이주노동자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신세가 될 뻔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됐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신분으로 전환되기 이틀 전 가까스로 일자리를 구했다. A씨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된다고 해도 귀국할 생각은 없었다”며 “서울에서 택시요금 36만원을 내고 일자리가 있는 부산까지 내려왔지만 취직을 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실업, 신분불안에 시름 중

지난 2003년 제정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고용허가제는 한국과 송출국의 정부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국가 간의 계약으로 인력을 들여오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필리핀·베트남 등 15개국의 송출국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업장 변경을 3회만 할 수 있다.

예외적인 경우는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할 경우 △휴업·폐업 등 계속 근로가 불가능한 경우 △사업주에게 주어진 고용허가가 취소된 경우 △상해로 인해 해당 사업장에서 계속 근로가 불가능한 때다. 사업장 변경과 관련해 계약해지 후 2개월 이내에 취업을 하지 못하면 국내 체류자격이 박탈된다.
이주노동자들이 제조업체들의 휴업·도산 등으로 벼랑 끝에 몰렸다. 경제위기로 인한 실직에 이어 정해진 구직기간 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경인이주노조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지난 2007년 4만4천667개에서 지난해 4만1천729개로 6.6%가 줄었고, 이 중 비자발적 실직자는 지난 2007년 8천440명이었지만 지난해 12월 1만4천700명으로 1.7배 늘었다. 이영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사무처장은 “이주노동자들의 실업 문제는 현장에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위험 수위에 있다”며 “이주노동자들을 돕는 사회단체들의 해고·구직과 관련한 상담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휴·폐업으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건수와 이동 신청 건수는 연초에 비해 두 배나 증가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에는 609명의 이주노동자가 휴·폐업으로 사업장을 옮긴데 비해 그해 10월에는 1천149명으로 이동자가 급증했다. 또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신청도 지난해 1월 3천642명에서 지난해 11월 6천237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스리랑카 출신의 J(38)씨는 노동부 의정부지청 의정부고용지원센터를 매주 목요일마다 찾는다. 외국인력 고용을 원하는 사업자들이 센터를 찾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채용을 원하는 사업주들이 30명 정도 됐지만 최근에는 20명도 안 된다”며 “과거 병원에서 진단서를 끊어 가면 구직제한 기간을 연장해 주기도 했는데 요즘은 이마저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일부 이주노동자들은 진단서를 이용해 구직기간을 연장하는 편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의정부 이주민지원센터에서 상담을 하고 있는 자나까(38)씨는 “구직기간 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하루에도 수십 명씩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된다”며 “지금으로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실직-구직활동 실패-미등록

현재 20만명 수준이지만 경제위기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으로 정하고 있는 사업장 변경의 횟수가 제한적이고 구직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B(32)씨는 지난 2007년 비전문취업비자(E-9)를 발급받아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왔다. 하지만 그는 입국 1년 만에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됐다. 새로 구한 직장마다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해고됐다. 지난해 11월 해고된 직장이 B씨의 3번째 직장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다녔던 회사에서 더 이상 쫓겨나면 불법이 된다고 일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소용 없었다”며 “우즈베키스탄에 7명의 동생과 어머니·부인과 2살 난 아들이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이렇게 돌아갈 수 없다”고 울먹였다. 이주노동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정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국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을 줄이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신규 이주노동자에 대한 고용허가서 발급을 중단할 계획이다.

중소제조업체가 고용환경 개선을 위해 시설투자를 하고 이주노동자를 내국인으로 대체하는 경우 대체 노동자 1명당 12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주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은 “합법적 이주노동자의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며 “이주노동자 고용사업장에도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구제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합법 이주노동자조차 외면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정부가 합법적 이주노동자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한 신뢰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합법적 이주노동자들의 일자리 보장을 위해 중소영세업체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2009년 2월2일>




정영현 기자  andiba@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영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