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잦아졌지만 그 여파가 실물경제에 번지면서 ‘부당해고’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국선노무사이도 한 필자는 실물 경제 현장에서 경영상 이유를 근거로 얼마나 잔혹한 부당해고 행위가 자행되고 있는 지를 자주 목격하고 분노하곤 한다.

장사가 너무 안 되거나 경영이 정말 어렵다면 근로기준법에 근거해 노동자를 정당하게 정리해고할 수 있다. 그러나 정당한 해고가 되기 위해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해고회피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대상자의 선정, 근로자 대표에 대한 50일전 통보 및 성실한 협의 등 여러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경영이 정말 어려워서 근로자를 해고한다고 하더라도 근로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전통보라는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고 양해를 구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취지를 근로기준법은 명시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경영상 이유에 의한 정리해고를 둘러싼 수 많은 사건들은 경영상 이유가 한낱 핑계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고, 특히 사용자의 노동자에 대한 무례함과 기본적인 예의 없음에서 빚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노동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요구하는 ‘정리해고’ 법리

서울행정법원의 이번 판례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만 하다. 모 신문사가 중요 보직자인 정치경제팀장을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정리해고했으나 해고회피 노력, 성실한 협의 등을 하지 않은 점에서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 판례는 부당해고에 대한 특별한 법리를 담았다기 보다 경영상 이유로 인한 해고를 위해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는 실질적 요건 못지 않게 해고회피 노력, 근로자 대표와 성실한 협의 등의 여러 요건도 잘 갖춰야 한다는 교훈을 요즘 정리해고를 고려하는 사용자들에게 던진다.

이번 판결보다 4일 후에 창원지방법원에서 나온 판결(2008.11.25선고,2007가합750)도 본 판결과 거의 유사한 논지로 ‘부당해고’라고 판시했다. 노동자에 대한 무례함이 심해도 너무 심했다는 반응이 나올 법 한 사례여서 간단하게 소개한다.
사용자는 노동조합에 정리해고 계획을 통보하면서 불과 1주일 남짓만에 원고(근로자)들을 해고 대상자로 선정하고 3일간의 촉박한 기한을 정해 해당 근로자들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압박했다.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국물’(퇴직위로금)도 없이 정리해고할 것이라고 윽박질렀다.
무례함을 넘어선 폭력적이고(?) 억압된 상황에서 해당 근로자들은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정의의 사자’ 창원지방법원은 ‘해고무효’와 ‘부당해고 기간중 임금상당액 지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리해고 후 4개월만에 직원공모까지 한 점은 부당해고의 증거

본론인 서울행정법원 판례로 들어가 보자. 신문의 발행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사용자는 경영악화로 신문 발행을 중단하게 되자 정치경제팀장으로 근무하던 피고 보조참가인을 긴박한 경영상 이유를 들어 해고 조치했다.
그러나 이 신문사(사용자)는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을 했다거나 노사간 성실한 협의를 거쳤음을 입증하지 못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특히 신문사가 해고 4개월 후 새로운 기자 모집 공고를 한 점, 폐업 신고를 하기는 했으나 적법한 해산 및 청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는 점도 주목했다. 정리해고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당해고라고 판시했다.

정리해고의 정당성 판단을 위해서는 해고과정의 전후 맥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수 많은 논란과 시비를 부르는 정리해고 요건에 대한 대법원의 기본적인 입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즉, ‘기업의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인정되려면, ① 그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것인지 여부 ② 사용자가 해고 회피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는지 여부 ③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해 해고 대상자를 선정했는지 여부, ④ 그 밖에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측과 성실한 협의를 거쳤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해고가 객관적 합리성과 사회적 상당성을 지닌 것으로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2.7.12 선고, 2002다21233 판결 등) 이 판례에서 키워드는 ‘해고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런 대법원 법리에 터잡아 신문사가 경영악화로 인해 신문발행을 중단하게 됨으로써 거의 폐업한 것과 다름없는 상태에서 정리해고를 한 점에 비춰 회사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해 해고를 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점은 일단 인정했다. 그러나 신문사가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을 했다거나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측과 성실한 협의를 거쳤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해고한 후 4개월만에 인터넷을 통해 새로 취재·편집·사진 기자에 대한 모집 공고를 한 바 있는 점 등을 감안해 부당해고라는 최종 결론에 이르렀다.

정당한 정리해고 판결례

본 선고(2008.11.21.)와 창원지법의 부당해고 선고(2008.11.25)와 달리 비슷한 시기(2008.11.14)에 서울행정법원은 ‘긴박한 경영상 적자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한 뒤에도 개선되지 않아 노사 협의를 통해 결정한 정리해고는 적법하다’고 판시했다.(2008구합15947) 참고로 판결문 요지를 소개하하면 다음과 같다.

‘긴박한 경영상 적자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임원 축소, 출퇴근 버스 노선 감축, 대리 이상 근로자의 임금동결, 주식감자 등 조치 이후 근로자 과반수가 속한 노동조합과 노사협의회를 개최해 망간전지 생산라인을 2개에서 1개로 축소하기로 함과 동시에 170명에 대해 9개월간의 유급 휴직을 실시했으며, 또한 회사는 10차례의 노사협의를 통해 합의하에 33명을 희망 퇴직과 권고사직으로 퇴직시키고, 여의치 않자 최종적으로 원고들을 정리해고했다면 근로기준법(제24조)에 정한 요건을 모두 구비했다고 할 것이어서 정리해고는 적법하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물론 근로자 대표와의 성실한 협의 등을 인정받아 정당한 정리해고로 인정받은 사례로 앞선 두 가지 부당해고 사례와 대비되는 점이 많다고 하겠다.

정리해고에서 절차적 정당성도 중요하다는 점 일깨운 판결

이상에서 살펴본 대상 판결(모 신문사의 부당해고 사건)은 ‘경영상 필요에 의한 정리해고를 할 때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는 실질적 요건 못지 않게 근로자에게 사전 통지하고 성실한 협의를 해야 하는 등의 절차적 요건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 준다.
과거 판례를 뒤져보면 ‘정리해고 요건중 사전통보기간을 위배했다고 하더라도 그 밖의 정리해고 요건이 충족됐다면 그 정리해고는 유효하다’(대법원 2004.10.15, 2001두1154,1161,1178)는 판결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번 모 신문사 판결과 창원지법 판결은 이런 대법원 판례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나 사전협의 등 절차적 요건도 너무 간과할 경우 부당해고 판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앞서 말했듯이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해고가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선행돼 한다.

경제가 어려워 장사가 안된다고 어느날 퇴근할 무렵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식의 정리해고 통보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필자는 이와 유사한 사건에 대한 심판 대리인으로 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와 다툼도 벌이고 있다.

산업현장과 시장에서 사용자의 해고를 둘러싼 횡포는 실로 심각한 상황이며 이 같은 상황이 더욱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물론 일부 대규모 기업의 경우 고용의 경직성이 더 큰 문제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영계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용 유연성 확보 ‘법 개정’을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점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시장 현실에서 법과 제도를 넘어선 부당한 정리해고가 넘실대고 있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다. 이런 현실에서 법과 제도적으로 사용자의 해고 재량권을 넓힌다면 부당해고가 더욱 기승을 부리지 않을 지 꼼꼼하게 형량해 볼 일이다.

만일 독자중에 명예퇴직을 신청하지 않으면 국물(위로금)도 없다며 사표내기를 강요해 할 수 없이 사표를 낸 실직자가 있다면 노도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할 것을 권한다. 현행법을 위반한 부당해고는 마땅히 응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의 : 02-572-0048, 이메일 : hikwk@paran.com>


<매일노동뉴스 2009년 1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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