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노동위원회가 이달 초 “이마트 수지점 조합원 계약해지는 부당해고”라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판정을 뒤집고 ‘부당해고 취소’ 결정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해당 노동자들은 “중노위가 사측의 주장만을 받아들여 편파적으로 판정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005년 5월9월 노조 활동 중이던 수지점 계산원 최옥화 씨 등 3명을 ‘언론 홍보 등을 통해 회사를 비방했다’는 이유로 해고했다가, 7월5일 다시 이들을 복직시켰다. 그러나 복직일로부터 닷새 후 ‘계약 만료’를 이유로 최씨 등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그해 11월 경기지노위는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당시 경기지노위는 “최씨 등의 계약기간이 끝난다 하더라도 계속 근로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도록 함으로써 근로계약서에서 정한 근로계약기간은 형식에 불과하고 사실상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회사쪽이 최씨 등에 대한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부하려면 사회통념상 해고에 이를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중노위 “재계약 거부한 합리적 사유 존재”

그러나 중노위는 사측이 제기한 부당해고재심판정에서 “근로계약에서 고용기간의 정함이 형식에 불과하다고 보이지 않으며, 재계약을 거부한 것이 불합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중노위는 이같은 결정의 근거로 △계약해지된 근로자 모두 1년 단위 근로계약을 체결한 점 △이마트 전국 점포에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재계약이 종료된 자는 총 60명이며, 수지점의 경우도 이 사건 근로자를 포함해 4명이 계약만료된 점 △파트타이머 직무평가지침에 ‘근로계약기간 중 D등급 평가를 3회 이상 받은 자는 계약종료 대상자 선정기준에 해당한다’고 규정돼 있는 점 등을 꼽았다.

중노위는 또, 경기지노위 초심 판정 이후 노동부로부터 사건을 송치 받아 사용자의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 온 수원지법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지난 5월 '사측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사측이 재계약을 거부한 합리적 사유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해고자 “지노위 판정 번번히 무시, 노동위원회 왜 있나?”

해당 노동자들은 “중노위가 ‘계약기간 설정’, ‘사문화된 취업규칙 인용’ 등 사용자측이 제시한 형식적 징표에 의존해 편파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민주연합노조 신세계 이마트분회는 29일 오전 마포구 공덕동 중노위 복도에서 기자회견<사진>을 열고 “징계, 해고, 복직, 계약만료 등 일련의 사건에 대해 중노위는 지노위의 부당해고 판정을 무시하고, 검찰측 논리를 빌어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고 주장했다.


최옥화 이마트분회 분회장은 “사측은 수지점 근무자 중 4명이 계약만료 됐다고 주장하지만 해고자 3명을 제외한 1명은 개인 사정으로 사직한 것이며, 해고자들이 3회 이상 D등급을 받았다는 직무평가 역시 징계가 반복되는 와중에 형식적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마트 해고 노동자들이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과 관련해 중노위가 지노위 초심판정을 뒤집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노위는 지난 3월에도 “‘유인물 배포로 인한 회사 비방’, ‘질서 문란’ 등의 이유로 신세계이마트가 조합원을 정직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는 경기지노위의 판정을 뒤집어, “사용자가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고 이를 근거로 정직 중 사업장 출입을 금지한 것 또한 정당하다”고 판정했다.

이마트 해고자들의 구제신청에 대해 중노위가 잇달아 초심 판정을 번복하는 결정을 내놓자, 노동계는 “중노위의 소극적인 행정처리 방식이, 노동자에게 불리한 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민주연합노조 한 관계자는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을 보면 지난해 11.3%, 2004년 12.7%에 불과해, 노동자가 부당노동행위라고 느낀 사건 10개 중 1개만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고 있다”며 “특히 중노위는 증거제출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노동자들의 입증을 돕는 각종 법적근거(현장조사권 발동, 증인심문 보장, 관계기관에 대한 협조요청 등)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해 단병호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노위는 노동위원회법에 명시된 ‘근로조건을 위한 개선조치 권고’를 단 한차례도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4년의 경우 중노위가 사건조사를 위해 현장출장에 나선 경우가 단 1건에 그치는 등 ‘현장 조사권’ 행사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고, ‘관계기관 협조요청제도’를 활용한 사례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중노위 한 관계자는 “중노위가 처리해야 하는 사건이 너무 많아, 법에 규정된 모든 제도를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