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옥계산골에는 전 세계 건설자재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라파즈사의 시멘트공장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프랑스계 다국적기업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고작 시급 3,000원. 한달 200시간이 넘는 초과근로에 녹초가 되버린 이들은 결국 노조를 결성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곧바로 폐업 절차를 밟고, 거리로 쫓겨난 하청노동자들은 싸움을 시작합니다.

이들의 천막일기를 <매일노동뉴스>가 살짝 공개합니다. <매일노동뉴스>는 강원도 옥계산골 청년들의 일기가 하루빨리 끝나기를 기대하며, 이들이 싸워 이길 때까지 매주 월요일마다 이들의 일기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 <편집자 주>


천막농성 34일차 5월9일…민주노동당 국회의원님 오시다

오늘은 특별한 일이 있었습니다.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인 권영길 의원께서 동해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시고 저희 천막을 방문한 것입니다.


의원님께서는 먼저 저희 우진지회 지회장님으로부터 지금까지의 억울한 사연과 라파즈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듣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얘기했습니다. “비록 멀리 떨어진 강원도에서 투쟁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소외됐다고 생각하지 말고 11명이 똘똘 뭉쳐서 싸우면 끝내는 질긴 놈이 이긴다고 열심히 투쟁하라”는 격려의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함께 구호도 외치고 또 ‘임을 위한 행진곡’도 함께 힘차게 불렀습니다. 일정이 바쁘신 데도 이렇게 저희들을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천막농성 39일차 5월14일…뜻 깊은 날

오늘은 뜻 깊은 날이었습니다. 우리 사무국장님이 드디어 장가를 갔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오늘은 머리띠를 풀고 말끔한 양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매일을 투쟁하느라 옷 입는데 신경을 못 썼는데 오늘은 좀 특별한 날인지라 모두 말끔하게 차려입었습니다. 하지만 입고 보니 우리끼리도 좀 어색하더라고요. 특히 검게 그을린 얼굴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축하해주러 민주노총 강원본부 강릉시협 조직부장님과 강릉 전교조 중등지회 지회장님, 그리고 중소 영세 비정규직 동지분도 함께 오셨습니다. 결혼서약이 끝나고 저희 부지회장님이 축가도 불렀답니다. 부지회장님, 정말 많이 긴장 하는 것 같았지만 축가만큼은 멋드러졌답니다.

결혼식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무국장님은 정말 행복하겠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우리도 지금 어렵고 고되지만 가족들은 그보다 더 힘들겠지요. 그런데도 그 사람을 믿고 따라 준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하여튼 두 분 ‘알콩달콩’하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서 빨리 일도 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투쟁을 이겨야 되겠지요. 이기기 위해서 우리의 고용을 쟁취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더욱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천막농성 41일차 5월15일…상경투쟁

오늘 서울에 왔습니다. 서울 무역센타에 있는 라파즈한라시멘트영업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 위해서 상경한 것입니다. 바로 옆에 코엑스가 있어서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더군요. 지난번에 우진산업 김은수 사장 집 앞에서 1인 시위를 해보긴 했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하려니 다리가 후들후들… 좀 떨렸습니다. 처음에는 출입구 바로 앞에서 했는데 경비가 바로 쫓아와 사유지라고 쫓아냈습니다. 그래서 주차장 구석에서 하게 됐습니다.

오늘은 서울에 올라와 현장답사도 하고 정신없어서 1인 시위를 오래하지는 못했지만 내일 부터는 일찍 나와서 할랍니다.

서울에는 4명이 올라왔고, 나머지 6명은 강원도에서 천막을 사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광산 입구에서 경비한테 막혀서 올라가지도 못했다고 하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사사건건 간섭하는 라파즈가 우리의 움직임 하나하나 지켜보고 있는가 봅니다. 그래도 그런 관심이라도 가지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우리의 투쟁이 결실을 맺는 그날이 빨리 올 수 있게 앞으로 더욱 힘차게 투쟁하겠습니다.


천막농성 42일차 5월16일…서울 사람들은 무슨 생각할까

오늘은 아침 출근시간에 맞춰 1인 시위를 하기 위해서 일찍 일어나서 움직였습니다.

아침 출근시간과 저녁 퇴근시간에 1인 시위를 진행했는데 번화가라 그런지 역시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1인 시위를 하면서 과연 지나가는 사람들은 우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요? 피켓을 유심히 보고 가시는 사람들, 혹은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 마치 우리가 투명인간인 듯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가만히 서 있는 게 별거 아닌 것 같은데도 끝나고 나면 무척이나 피곤하네요. 낮에 잠깐 쉬고 있는데 바로 길 건너편에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타워 크레인 꼭대기를 점거하고 농성 중이더군요.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 그런지 신경 쓰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그맣게 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서울 사람들은 관심이 없는 것 같더군요. 모두들 뭐가 그리 바쁜지 항상 똑같은 일상인 듯이 그냥 지나치더군요.

그래도 힘내서 해야지요. 내 일인데. 내가 안하면 누가 해주는 게 아니니까요. 오늘 나온 2차 선전물은 1차하고 다르게 ‘칼라’도 들어있어 아주 좋았습니다.

내일 부터는 1인 시위와 함께 선전전도 해야 되니까 오늘은 일찍 쉬어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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