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농성 43일차 5월18일 - 우리가 싸움을 하는 이유

오늘은 라파즈한라 영업소가 있는 서울 아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아침출근’ 1인 시위를 하고 나서 밥을 먹고 있는데 강릉에서 천막을 사수하던 나머지 동지들이 모두 올라왔다는 전화를 받고 아셈타워 앞으로 갔습니다.(강릉에서 천막농성을 지키던 동지들을 대신해 이날은 민주노총 강원본부 동해·삼척시협의 한 차장님이 우리 천막사수 농성을 해 주셨답니다. 감사합니다.)

상경투쟁을 위해 헤어진 지 이틀 만에 보는 얼굴이지만 무척이나 반갑더군요. 화섬노조 조직국장님의 진행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는데 기자회견문은 화섬노조 수석부위원장님께서 읽어주셨습니다.


“라파즈한라는 강원도 강릉 옥계에 위치한 시멘트업계 세계 1위를 자랑하는 프랑스계 다국적기업이다. 우진산업은 라파즈한라시멘트 내 20여개 안팎의 사내하청회사 가운데 하나로 지난 3월7일 노조가 만들어지자 불과 한 달도 안 된 3월31일 느닷없이 폐업을 하고 10여명의 노동자를 휴대폰 문자메세지를 통해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하였다. 우리는 라파즈한라 사내하청사인 우진산업의 횡포를 지켜보면서 노사관계 최고선진국이라는 프랑스를 모국으로 하는 라파즈그룹의 계열사 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하여 크나큰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기자회견 후 교섭단이 회사 관계자를 만나려 올라갔으나 부재중인 관계로 면담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아마 우리를 만나지 않으려는 속셈이겠지요. 하지만 저희들은 면담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해서 1인 시위와 집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오늘 강릉에서 올라온 동지들이 저녁부터 1인 시위를 하기로 하고 먼저 서울로 올라왔던 4명은 다시 내려가기로 하였습니다. 내려가는 길에 과천에 있는 코오롱노조 동지분들의 천막농성장을 찾아갔습니다. 코오롱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를 당해 지금껏 1년이 넘게 투쟁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코오롱 노조 부위원장님은 마지막에 저희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먼저 이해해야 됩니다. 그렇지 않고서 단순히 복직만을 생각하고 해서는 이길 수 없는 싸움입니다."


천막농성 44일차 5월19일 - 숨어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사장

강릉으로 내려온 우리는 이전처럼 아침 일찍 우진산업 김은수 사장 집 앞으로 1인 시위를 하러 갔습니다.

새로 나온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돌리고 있는데 1인 시위 중인 동지가 “김은수 사장이 베란다에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고 하더군요. 자세히 보니 정말 커텐을 살짝 걷어서 보고 있었습니다. 자기가 지은 죄가 있어서 그런지 떳떳하게 볼 수는 없었나 봅니다.

그리고 오늘 피켓을 또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번 피켓의 목표는 라파즈한라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노조에 가입하라는 권유입니다. 과연 하청노동자들이 우리에게 연락을 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지 않겠습니까? 혹시 모르죠. 정말 마음은 있었는데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있을 줄 누가 알겠습니까. 피켓에 있는 문구처럼 싸움은 우리가 할 거니까 많은 동지들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강원도 옥계산골에는 전 세계 건설자재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라파즈사의 시멘트공장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프랑스계 다국적기업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고작 시급 3,000원. 한달 200시간이 넘는 초과근로에 녹초가 되버린 이들은 결국 노조를 결성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곧바로 폐업 절차를 밟고, 거리로 쫓겨난 하청노동자들은 싸움을 시작합니다.

이들의 천막일기를 <매일노동뉴스>가 살짝 공개합니다. <매일노동뉴스>는 강원도 옥계산골 청년들의 일기가 하루빨리 끝나기를 기대하며, 이들이 싸워 이길 때까지 매주 월요일마다 이들의 일기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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