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사학법 개개정을 한나라당에 양보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권고를 거부해 4월 국회 비정규법안 통과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사실상 비정규법안 국면이 일단락되는 분위기이다. 때마침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5월1일 노동절 기념식에서 비정규법안 재논의를 위한 양대노총 공조를 한국노총에 공개제안하면서, 이후 비정규법안을 포함해 노사관계 로드맵 등 노사정 관계 양상에 국면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조준호 위원장은 노동절을 맞아 <매일노동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하반기 정세가 노동계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비정규법안 재논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바라봤다. 조 위원장은 특히 양대노총 공동투쟁과 관련해 양대노총 공조복원 가능성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조준호 위원장은 또 “이제는 비정규직법뿐만 아니라 노사관계 로드맵에 대해서도 논의할 시기가 왔다”며 노사관계 로드맵 논의를 위한 노사정 대화에 참가할 뜻을 분명히 했다. 조 위원장은 하지만 최근 개편이 합의된 노사정위 참가에 대해서는 “의제와 내용이 불분명하다”며 당분간 참가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 비정규법안 국면을 어떻게 보나.
“지난 주말 대통령이 여야의 원내대표를 만나면서 또 다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 4월 국회회기가 끝나지 않았지만 일단락 되가는 것 아니냐.”

- 취임 뒤 비정규법안과 관련해 세번의 파업을 했다.
“일단 단위노조 위원장들과 조합원들이 고맙다. 취임하고 민주노총의 투쟁력에 대해 우려가 있었다. 비정규법안 관련해서도 저지해나가는 것들이 ‘정말 가능할까’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도 단위노조 위원장들이 결단하고 힘차게 밀어서, 일정정도의 조직적 힘이 모아지는 계기가 있었다. 세번에 걸쳐 한걸음한걸음 저지해나갔다는 것이 의미가 깊다.”

-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정치권의 힘겨루기 영향도 크지 않았나.
“주변 그런 요소들이 없었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이제 우리의 힘이, 파업 결정과 파업의 힘이 작용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점들이 복합적으로, 긍정적인 상승작용을 했다고 본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효과적인 저지투쟁이 됐다고 본다.”

비정규법안 재논의, 노동계에 유리

- 이후 비정규법안 재논의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이제는 정말로 재논의를 해야 한다. 양대노총이 단합해서 다시 재논의를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 재논의가 실질적으로 비정규직 양산을 막고,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법안으로 전환해야 한다.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넓어져 있다. 여당 내에서도 인식이 넓어지고 있다고 본다. 노동부에서 용역연구 결과가 나왔듯이 차별시정 효과가 자신들의 분석 결과로도 미미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본래의 입법취지에 맞게 차별시정 효과가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비정규직의 확산을 막고, 권리보장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 그 가능성의 근거가 무엇인가.
“이번 국회에서 비정규법안을 처리 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고 본다. 이제 노동계가 다시 단일하게 요구해야 새로운 국면이 올 것이다. 노동계가 단일하게 요구한 것들을 외면한다면, 이후에 정국이, 노정관계, 노사관계가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충분히 (국회가)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하반기 정치권의 움직임 등 정세가 분명히 노동계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노동계가 단결하면 (정치권이) 좌지우지 할 수 없는 정세가 될 것이다.”

- 노동절 기념식에서 양대노총 공조를 강조하고 제안했다. 한국노총과 어느 정도의 공감이 있었나.
“노동절에서 제안한 것에 대해 한국노총의 화답이 오면, 노동계에 다시 단일한 목소리로 비정규법 재개정 요구, 로드맵, 한미FTA를 가지고 단일한 요구를 할 것이다.
비정규법안과 관련해 한국노총의 요구를 정치권이 수용하지 않았다. 한국노총의 분노를 알고 있다. 그리고 민주노총의 요구 또한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달라진 요구가 아니라 이전에 했듯이 다시 공동요구를 걸고 정치권에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공감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단결해서 투쟁하라는 조합원들의 요구도 확인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 본다."


“로드맵 논의할 시기”


- 노사관계 로드맵 대화에는 참가할 것인가.
“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논의 테이블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비정규법안만 논의할 수 없는 조건이고 로드맵을 논의할 시기가 왔다. 어떤 형태의 테이블에서든 진행을 해야 한다고 본다.”

- 민주노총이 요구한 ‘노사관계 민주화방안’ 쟁점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 진행되는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는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를 먼저 다룬다는 계획인데 민주노총이 제시한 의제를 대화 참가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 것인가.
“민주노총의 요구는 충분히 받아들여져야 한다. 정부가 말하는 대로 노사관계 선진화방안에 걸맞게 선진화 방안으로서 종합적인 논의가 돼야 한다. 그 논의를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일단 민주노총 요구안을 종합적으로 제시하고 반응을 봐야 한다. 민주노총 요구를 대화 전제조건으로 내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 노사정위 개편이 합의됐다. 참가할 것인가.
“노사정위 의제가 우리가 요구하는 것과 분명히 일치한다면. 현재로서는 의제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을 회피하고 내용이 불분명하다. 회의를 위한 회의는 긍정적이지 않다. 의제를 분명히 해서 한다면, 그렇다면 고려해 볼 수 있다. 형식은 어떻게 하든 상관없다.”

- 하반기에 비정규법, 노사관계 로드맵, 한미FTA를 연동해 총파업을 다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특히 한미FTA 협상 저지가 민주노총에게 절박한 요구임을 강조하고 있고, 하반기 파업에 역점을 두는 분위기인 것 같다.
“사안이 서로 다른 것들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연동하는 것은 아니다.
한미FTA 협상과 관련해 어떤 곳에서도 철저한 조사와 실사를 하지 않은 것이 확인이 되고 있다. 민주노총 18개 연맹 어느 곳도 긍정적으로 말하는 곳이 없다. 일부에서는 자동차산업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산업이 도산 직전이라고 하지만 완성차 공장만 있는 게 아니다. 자동차에는 3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업체 가운데 미국업체가 40여 군데이지만 우리나라는 외국계 회사 하나만 포함된다. 그렇게 볼 때 우리나라의 하청업체들은 경쟁력이 없다. 자동차를 포함해 안 걸려 있는 게 없다. 나라 경제 전반을 넘기는 문제이다. 각 연맹들이 절박하다. 강한 저항과 투쟁을 불러 올 것이다."

- 노동절 기념식에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제1노총’을 강조했다.
“민주노총이 이제까지 대표조직으로서의 자부심이 있었다.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려고 노력했다. 스스로 노력했다고 자부하지만 숫적으로는 한국노총이 제1노총이었다. 민주노총이 양적으로도 제1노총의 지위를 획득하게 됐는데 기쁜 일이라고만 볼 수 없다.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제1노총 위원장이 됐다는 것이 참 영광스런 일이지만, 로드맵, 비정규직, 한미FTA, 5·31 지방선거 등 올해 산적한 일들을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책임감을 느끼는 건 나와 다르지 않다.
제1노총이 된 것에 대해 바깥에서 더 많은 관심을 표한다. 사실 부담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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