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시대의 도래,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등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2007년을 두고 ‘한국 노동계에 쓰나미가 온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만큼 앞으로 논의될 노사관계 로드맵은 현재의 노동계 지형은 물론 노사정 관계까지 한번에 뒤엎을 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오히려 “노동(조합)운동에 쓰나미가 필요하다”고 이같은 위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밝혔다. 위기는 곧 기회인 법. 변화의 시금석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재앙이지만 자연에서 쓰나미는 해저 밑바닥을 뒤집어 생태계가 스스로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을 축적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용득 위원장은 “나쁜 방향으로 바뀌더라도 변화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변화의 몸부림을 해나가고 있다”라는 심정까지 밝히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혼란과 고통이 따르더라도 변화를 위한 대가라면 그 무엇이라도 치르겠다는 뜻이다.

변화의 대상은 한국노총뿐만 아니라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동(조합)운동 일반이다. 주체 또한 마찬가지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개혁하는 과정인 것이다. 계기는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 등 외부에서 올 수도 있고 산별노조 건설 등 주체적 변화노력 속에서 올 수도 있다. 어쨌든 이 ‘쓰나미’ 속에서 이용득 위원장이 움켜쥔 무기는 ‘노동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이다.

양대노총 공조복원 환영, 변화 준비하겠다


이에 맞춰 1일, 116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한국노총이 손기정 재단과 함께 마라톤대회를 열었다. 또한 한국노총은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노사공동 노동재단 건립’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나섰다. 변화를 준비하는 노력의 일환들이다.

게다가 민주노총이 다시 양대노총 공조복원을 제안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노동절을 맞아 <매일노동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내부 논의를 충분히 거쳐야 한다”고 전제했지만, “환영하고 로드맵 등 위기를 함께 준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양대노총은 이미 한번 같이 웃었고 한번은 서로 얼굴을 붉혔다. 그래서 이 위원장은 “공조를 쉽게 생각하지 말고 서로가 서로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비정규법에 대해서는 “차라리 저지하더라도 입법 여부에 매달리지 않고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정치권을 응징하는 투쟁을 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비정규법에 대한 양대노총 공조에 대해서는 아직까진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 민주노총이 공조복원을 제안했다.
“내부 논의구조를 거쳐서 논의해 봐야하겠지만 일단 개인적으로는 환영한다. 비정규법 이외의 문제라고 한다면 양대노총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 비정규법 논의과정처럼 양대노총이 협상과 투쟁을 벌여나가면서 준비해야 한다. 특히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이번주부터 로드맵을 본격적으로 다루는데 민주노총이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양대노총 공조 기조를 논의하고 설정할 때는 충분한 고민과 함께 조직적인 결정이 필요할 것이다. 쉽게 생각하지 말고 서로가 서로를 책임진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지난번처럼 (민주노총) 집행부가 바뀌었다고 해서, 혹은 11개 기조 중에 불과 2개가 맞지 않다고 해서 공조를 깨뜨리고 집안을 거덜내는 행동은 맞지 않다. 양대노총 공조에 대해 양 조직 모두 내부에서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조직이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지켜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공조도 되고 신뢰도 쌓일 수 있다.”

- 이번 임시국회에서 비정규법안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내에 누구 하나 비정규직의 아픔을 마음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없다. 850만의 생존권이 달린 일은 정쟁 대상이 될 수 없다. 양 정당도 그렇게 약속했다. 그러나 헌신짝처럼 이를 버렸다. 현장 비정규직들은 울분에 차 있다. 비정규직이 무한히 확산돼 사회불안이 가속화돼야만 정치권이 정신을 차릴 것이다. 이번에도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비정규 법안 저지투쟁이라도 나설 것이다. 입법 여부에 매달리지 않고 분노하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와 함께 정치권을 응징하는 투쟁에 나설 것이다.”


“850만 생존권, 정쟁 대상 아니다”…정치권 응징할 것


- 노사관계 로드맵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의 협상, 6월 중규모의 서울 집중 투쟁 등 협상과 투쟁을 병행해 나갈 것이다. 노사정 협상에 민주노총이 참여하길 원하지만 안 된다면 한국노총만이라도 협상의 한 축을 담당해 나갈 것이다. 비정규법안은 결국 방향이 틀어져서 어긋났지만 로드맵에 대해서는 민주노총과 공조를 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투쟁은 하지만 총파업을 미리 정해놓고 협상에 임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협상과정과 결과에 따라 한국노총은 언제든지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다.”

-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주제로 손기정 기념재단과 첫 공동 마라톤대회를 열었다.
“5·1절 행사라는 것이 한때는 노동자들의 투쟁력을 결집해 집회를 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도 노동자의 축제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래서 국민과 함께 하는 축제를 고민하던 중 손기정 기념재단과 공동으로 마라톤대회를 개최하게 됐다. 행사 중에 82세의 할머니 한분이 5Km 부분에 출전해 완주를 하셨다. 가서 손을 꼭 잡아드렸더니 ‘이런 행사를 개최해 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 가슴이 찡해지고 보람을 느꼈다. 이런 느낌이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이라고 생각했다.”

- 개인적으로 만족해하는 것 같다.
“국민들이 노동조합을 인식하고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본다. 늘 ‘자기들만의 리그’를 진행해 왔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런 행사들이 많을수록 노동운동이 더 자라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해결해야 할 노동 현안이 많지만 노동절에 집회 한번 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동절 단 하루라도 노동조합과 국민이 함께 축제를 즐기며 기뻐하고 해야 노동조합이 더 발전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변화의 단초들이다. 국민들이 노동조합을 인식하는 과정이다. 조직률 10%대에서 1노총이든 2노총이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다음 마라톤대회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보려고 한다.”

- 변화를 이야기했다. 노동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노사공동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노동조합이 이제껏 먼저 새로운 그림을 제시해보지 않았다. 또한 새로운 노동운동의 패러다임을 정부도, 학자들도 이야기해 왔지만, 반면 어느 누구도 실천하지 않았다. 많은 우려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당연하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발상의 전환을 통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길이 깔리고 도로가 닦여 있다면 당연하듯 모두가 그 길로 가겠지만 가시덤불 길을 가는 데에는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 25년간 노동조합에서 활동경험을 통해서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내가 그 길을 닦겠다는 것이다. 만들어지더라도 적어도 3년이나 5년 내에는 제자리를 잡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일은 진작 추진해 왔다면 지금 노사정 모두 부담을 덜 수 있었을 것이다.”

-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가.
“한국노총에서는 태스크포스팀이 구성됐다. 곧 경영계와 함께 유럽의 노사 2자 구도의 노사관계 모델을 직접 체험하러 갈 것이다. 그리고 경영계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할 것을 제안할 것이다. 이 계획을 이 정부 안에서 마무리하려면 올해말 전에는 끝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전에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토론회도 열면서 의견을 듣고 계획을 완성시켜 나갈 것이다. 처음부터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란 건 안다. 그러나 가보지 않았다고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내가 길을 닦아 놓으면 노사정 모두가 그 길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민주노총 동지들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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