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는 2005년 정기단협과 관련, 교섭 결렬 시 다음달 1일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업을 앞두고 만난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은 “철도공공성 강화, 비정규직 차별 철폐 또 이러한 요구 등으로 투쟁하다 해고된 동지들의 원직복직 요구는 반드시 일괄 타결돼야 한다”며 “이들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나오지 않았을 때는 3월1일 파업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 3월1일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의 직권중재 회부 가능성이 높아보이는데, 그렇다면 불법파업이 될 수도 있다.
“노조에서 이미 수차례 밝혔듯이 직권중재라고 하는 악법으로 투쟁을 막을 수는 없다. 이미 국가인권위도 직권중재는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으며, 신임 노동부장관도 폐지를 이야기했는데, 철도 파업을 직권중재에 회부해 불법파업으로 몰고간다면 노사관계 선진화 의지가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또 철도노조가 직권중재의 최대 피해자였던 만큼 정면으로 돌파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근본적으로 직권중재제도 자체는 노동계의 국가보안법이나 다름없는 악법이다.”

역대 최고의 현장조직력…"준비된 투쟁 잘 마무리해야"

- 2004년 12월, 철도공사 출범을 앞둔 특단협 체결 때도 파업을 예고했다가 당일 극적으로 합의했다.
“2004년 특단협은 대단히 아쉬운 점이 많다. 현장을 조직화 하지 못했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동의한다. 2002년과 2003년 연차 파업을 해오면서 조직의 피로도도 상당히 쌓여 있었고, 지도부도 현장조직력을 키우지 못한 상태에서 많은 조합원들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합의타결을 했다. 일부 조합원의 불신임 제기도 있었고, 위원장 스스로도 상당히 힘든 과정이었다. 따라서 이번 정기단협은 절치부심하며 준비해 왔다. 현장조직력을 강화해내고, 지도력 신임을 확보하는 데 조직역량을 기울였다.”

- 현장 조직력은 어느 정도로 복원됐는가.
“지금은 역대 최고의 조직률이 아닌가 한다. 92.5%라는 쟁의행위 찬반투표 투표율이라는 객관적인 지표도 있고, 각종 집회의 높은 참가율 등 민주철도노조가 출범한 이후 최고의 조직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높은 집회 참가율은 조합원의 결의도 보여주지만, 각 지부 현장지도부와 중앙지도부 간의 신뢰가 회복됐음을 말해준다. 지난 1년간 대대적인 현장 조합원 교육 사업을 진행해 왔고, 투쟁의 정당성에 대한 공유, 정부의 탄압에 대한 결의도 충분히 돼 있다. 이번 정기단협만큼은 어설픈 합의도, 어설픈 투쟁도 안 된다는 기조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이제 준비된 만큼의 투쟁을 잘 마무리하는 것만 남았다.”

- 노조 주요 요구안에 해고자복직이 있다. 이번 파업이 불법이 될 경우, 대량 징계와 해고 등이 또다시 우려된다.
“해고자 복직 문제는 주요한 핵심 요구 중 하나이다. 일부에서는 이것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놓고 불법 여부를 이야기하는데, 해고자 복직은 노조의 당연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현재 철도에는 67명의 해고자가 있다. 이 해고자들은 과거 정부의 민영화정책에 맞서서, 민주노조 건설을 위해서 투쟁하다 해고된 동지들이다. 현재 철도민영화정책의 문제점이 수차례 지적돼 해고자들의 명분은 충분히 갖춰졌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철도 부채와 관련 범정부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철도 부채가 중요하듯이 노조 조합원들의 마음의 부채인 해고자 문제 역시 중요하다. 노동자들이 염원하는 마음의 부채를 해결하는 것은 정당하다. 신임 노동부장관도 대선자금으로 인해 구속됐다가 사면돼 결국 장관까지 됐다. 어떻게 보면 복직이 된 것이다. 대통령의 동료도 중요하지만 노동자들의 동료도 소중하다. 노동자들의 해고자 복직 요구를 불온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먼저 바로잡아야 된다.”

"철도공공성 강화가 양극화 해소"

- 철도 부채 문제와 관련 총리실 산하에 TF팀이 구성됐다.
“대통령 연두기자회견 이후 TF팀이 가동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원론적으로 환영한다. 그러나 공사 출범과 동시에 대책이 나와줬어야 하는데 이제야 TF가 구성된 것에 대해 상당히 유감스럽다. 부채 문제와 관련, 철도의 적자가 철도노동자들의 과도한 인건비라든지 조직 내 비효율로부터 기인했다고 오인된 것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싶다. 철도 부채는 과거 정권의 잘못된 철도 정책에 인해 누적돼 온 구조적 문제이다. 공사의 자구책이 이용자나 노동자에게 부담을 적용하는 식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 신속한 해결방안이 나와야 한다.”

- 부채 해결과 관련, 기존 정부는 철도의 자구노력으로 구조조정과 외주화, 민간위탁 등을 이야기해 왔다.
“구조조정과 관련, 대표적인 정부의 압박이 외주화와 민간위탁이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인데, 전세계를 망라해서 철도의 기본특성은 총수입이 총비용을 초과할 수 없는 중요한 장치산업이라는 것이다. 초기 건설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외주화나 민간위탁의 방식을 쓰고 있는데,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외주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 민영화 실패 사례라고 본다. 철도 민영화 후 해마다 대형참사가 벌어져 재국유화의 길을 걷고 있지 않은가. 영국철도의 경우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수십개의 자회사를 두고, 자회사도 비용절감이라는 미명 아래 필수적인 차량 검수와 선로 유지보수에 소홀하다보니 그게 5년간 누적돼 대형참사가 끊이지 않은 것이다. 선로의 유지보수나 차량의 외주화와 민간위탁은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열차 안전을 위협하는 원인이다.”

- 사실상 올해 민주노총의 첫 파업이다. 직권중재, 비정규직 투쟁 등 철도파업이 가진 의미가 크다. 이에 대한 각오는.
“철도노조로서도 명운을 건 파업이다. 많은 사람들이 노동운동의 위기, 민주노총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민주노총의 첫 파업에는 몇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리 사회의 큰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사회양극화 문제 해소는 사회공공성 강화로만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철도의 공공성을 강화함으로써, 예를 들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할인제도 등을 강화함으로써 양극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지역선의 활성화를 통해 국가균형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또 노사관계로드맵의 중요한 잣대인 직권중재 회부 여부가 이후 운동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우리는 규약 개정을 통해 비정규직 조합원의 문호를 열고, 직접고용 비정규직과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똑같은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이들이 처음 투쟁에 나선다. 처음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한 노조로 싸우는 만큼 우리는 명운을 건 투쟁을 해야 하고,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철도투쟁이 사회양극화 해소와 사회공공성 강화, 노사관계로드맵 등의 향후 향방의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해에 20명씩 죽는데 귀족노조냐!"

- 노조 핵심 요구 중 하나가 비정규직 차별 철폐 및 정규직화이다. 또 대표적인 비정규직인 KTX 여승무원도 파업에 전면 참여키로 했는데, 정규직과 비정규직과의 연대는.
“위원장에 당선되면서 크게 두 가지를 약속했다. 첫번째가 임기 내 산별노조의 전망을 열겠다는 것이고, 두번째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근본적인 조직적 인식의 변화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이었다. 산별과 비정규직 문제를 같이 고민하지 않으면 노동운동의 미래는 없다. 그동안 대단히 미약하지만 각종 규약과 규정 개정을 통해 비정규직의 문호를 열고, 비정규직 조합원의 구호기금을 정규직 조합비의 일부로 마련키도 했다. 그 과정이 사실상 어려웠다.
비정규직은 특별지부 형태가 아닌 골간조직에 직접 가입시키는 방식으로 노조 내 벽은 제도적으로 허물어져 있다. 다만 정규직 조합원의 의식이 그만큼 나가 있는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지만 최선을 다해 왔다. KTX 여승무원의 경우 쉽지 않은 투쟁임을 인정하지만 이것을 외면하고, 투쟁을 접을 수는 없다. 비정규직 문제와 해고자 문제 등 핵심요구가 일괄타결되지 않으면 투쟁도 중단할 수 없다.”

- 운수 공동투쟁을 조직했다. 서울지하철도 3월1일 파업을 예고했고, 화물과 택시도 조직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책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운수 공투의 영향력은.
“이번 운수 공투는 각자 조직이 처한 처지를 서로가 이해하면서 조직의 여건에 맞는 최고의 투쟁을 한다면 그것으로 중요하고, 상호간의 신뢰를 쌓고 향후 산별을 만드는 데 중요한 투쟁이 될 것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각자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최고의 투쟁을 해나갈 것이라 믿는다.”

- 이번 파업에서도 ‘귀족노조 파업’ 운운하는 언론의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귀족노조에 대해 기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철도노조 조합원들은 2001년도까지만해도 1만명당 산재사망율이 12.04%에 육박했다. 일반사업장의 3배이고, 산재사망이 많다는 조선소에 비해서도 2배에 이른다. 민주노조가 들어선 이후에도 7%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해에 20여명씩 산재사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렇게 높은 산재사망이 이어지는 데 귀족노조라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또 정부는 공공부문 노동자에게 기득권을 포기하라고 하는데 우리는 타의에 의해 모든 기득권이 박탈된 상황이다. 공사 출범으로 국가공무원에서 공사 직원으로 신분이 바뀌면서 고용 보장과 연금 등 모든 기득권이 박탈된 상황이다. 또 철도는 타 공사에 비해 임금 수준도 10% 이상 낮다. 대표적인 귀족노조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 시민의 발을 볼모로 파업한다고 하는데, 우리의 요구는 약자에 대한 요금할인을 확대하고, KTX 요금을 인하해 많은 사람들이 열차를 이용하게 하고, 고유가 시대에 맞는 대중교통으로써 자기 위상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언제라도 공개토론을 제안하며, 귀족노조의 자신의 잇속을 채우기 위한 파업인지 아닌지 밝혀지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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