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최근 제조업 부문의 인력 감소와 서비스산업 부문의 수요확대라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제조업 비중이 줄어드는 탈공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탈공업화 추세는 경제의 산업구조고도화에 따른 것으로 선진국에서도 익히 진행됐던 일이다.

그러나 이에 따른 제조업 공동화 현상은 제조업에 크게 의존해 온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조업 종사자들의 고용불안, 근로조건의 저하도 특히 중소기업 부분에서 사회양극화를 불러오고 있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이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제조업의 해외이전도 과거와는 다르게 비용절감 차원이 아닌 현지 시장 확보를 위한 이전도 늘어나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앞서 이같은 제조업 공동화 현상을 겪은 나라들은 이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노사정위원회의 제조업발전특위가 산업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겨 13일 내놓은 <선진국의 제조업공동화 대응사례 연구 보고서>(책임연구원 오정일 산업경쟁력실 부연구위원)에는 미국과 독일, 일본 등의 사례가 소개돼 있다.

미국은 자유무역을 주창한 클린턴 시절에 오히려 제조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시행했으며 일본 또한 10년 동안 한시적으로 ‘산업직접활성화법’을 제정해 특정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정책을 시행하는 등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일본 사례를 참조해 ‘산업발전법’에 특정지역의 산업회생을 위한 조항을 제13조 ‘사업전환지원’ 규정에 일부 추가하는 방식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산업공동화 피해가 심각한 특정지역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고서가 내놓은 각 나라별 사례를 요약해 본다.

◇ 고기술 제조업은 여전히 튼튼한 미국 = 미국은 산업공동화가 진행됐음에도 여전히 특정 제조업 분야에서는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체적으로 무역적자가 심화되고 있고 제조업 부문의 고용은 감소했지만 고기술을 요구하는 산업분야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을 확보, 해당산업의 무역수지 흑자폭도 확대되고 있으며 고용수준 역시 증가하고 있다. 기술집약적 산업에 대한 직간접적인 연구개발 지원과 구조적 전환을 통해 이같은 경쟁력을 만들어 온 것.

한국은 중국과 인도 등 저임금 국가들과 경쟁하고 선진국들의 기술 우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이에 따라 노동집약적 산업의 수입대체 내지는 생산기지의 해외이전, 그리고 그에 따른 생산직 노동자의 고용감소와 임금의 불평등 심화는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쇠퇴기업에 대한 일시적 보호를 위한 무역정책이나 조세정책보다는 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유도하는 △업종전환지원 정책 △최첨단 기술의 공유 및 파트너의 선정지원을 위한 네크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구축한 중소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네트워크인 MEP(Manufacturing Extension Program)와 지역경제가 테크놀로지관련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추진했던 RTA(Regional Technology Alliances) 등이 유의미하다.

◇ 탈공업화 ‘정석’ 밟은 영국 = 영국은 전통적 비교우위에 있던 제조업 기반 경제구조에서 서비스산업 기반의 비교우위를 획득하면서 제조업 공동화를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 보험, 해운, 해외투자와 무역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 및 컨설팅 등의 산업발전이 제조업의 퇴보를 넘어선 것.

이에 따라 영국에서는 제조업 부분의 고용비중은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서비스 부분의 생산성과 임금의 증가로 제조업 부문의 잉여 및 배출 노동력을 흡수했다. 고용에서도 전체적으로는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서비스 부문의 발전이 제조업 부문의 고용감소분을 흡수하면서도 그 이상의 고용을 창출한 것.

서비스산업의 비교우위를 통해 수출이 증가하여 무역수지의 제약을 완화시키고 고용의 증대와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때 긍정적 의미의 탈산업화라 할 수 있으며 영국의 경우는 이와 유사한 경로를 밟은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산출물은 교역이 가능한 산출물이 적기 때문에 경기가 불안한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산품 수입으로 인한 무역수지 제약은 자본수지 흑자로 일시적 해결은 가능하나 대외적 상황을 취약하게 만든다. 영국은 북해유전의 원유와 해외투자의 수익을 통해 무역외 수지의 흑자가 상품교역의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

◇ 직접지원, 정공법 택한 일본 = 일본은 특정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산업공동화 대응정책을 편 것이 특징이다. 이같은 정책은 1997년에 제정된 ‘산업집적활성화법’에 의해 진행됐다.

일본은 이 법을 특정지역 중소기업 집적지 및 ‘기업도시’의 공동화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고 산업클러스터로서의 기능을 한층 더 충실하게 하려는 취지에서 제정했다. 이 법은 산업공동화 대응을 위한 것이면서도 법조문에는 ‘공동화 대응’이라는 표현을 넣지 않고 10년 한시법으로 제정하면서 WTO 위반시비를 피해갈 수 있었다.

일본이 직접지원이라는 정공법을 편 데는 과거 성장을 주도한 제조 대기업이 해외이전으로 빠져나가면서 무역수지 흑자가 계속 감소하고 있으나, 내수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를 대체할 대체산업군을 육성하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특정지역에서도 현실적으로 산업공동화로 인해 피해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는 만큼 ‘산업발전법’에서 특정지역의 산업회생을 위한 조항을 제13조 ‘사업전환지원’ 규정에 일부 삽입, 추가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제조업 공동화는 아직…독일 = 독일의 경우 제조업 기반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을 뿐 아니라 제조업 기반이 거의 붕괴된 구동독 지역을 제외할 경우는 지금도 제조업의 기반이 공고한 편이다. 독일의 제조업 수출 증가 추이는 1990년대 중반기 한차례 급성장이 있은 후 다시 한번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의 독일의 탈공업화에 대한 논의는 주로 유럽연합의 확장과 더불어 동유럽 지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과 맞물려 진행되는 상황이다.

통일독일 이전 독일에서는 제조업의 공동화가 상대적으로 없었다. 다만 조선 및 의료, 직물 등에서의 생산축소와 자동화의 진전으로 제조업 고용인원이 70년대와 80년대 초반 두 차례에 걸쳐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통독 이후에는 90년대 동독지역의 공동화가 2000년대에는 재조업 기반의 재확충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한 국가에서 벗어나 유럽연합 차원에서 구조기금 마련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일국의 차원을 벗어난 동아시아, 특히 아세안과의 전략적 동맹이라는 틀을 이용한 전략적 산업정책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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