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유통이 지난 12일 노무관리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며, KTX 여승무원 운영사업권을 포기하겠다고 철도공사에 입장을 전달했다. 철도공사는 KTX 개통이후 기관사, 검차승무원 등에 대해서는 정규직을 배치했으나 KTX 여승무원에 대해서는 한국철도유통공사에 위탁 운영해 왔다.

이에 철도노조는 "철도유통은 임금착취, 무능한 승무원 관리, 노조활동 탄압으로 분쟁을 자초했다"며 "철도공사는 KTX 승무원에 대한 위탁방침을 철회하고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라"고 촉구했다. 또 "철도공사는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노동자들을 위탁도급함으로 해서 고통에 빠뜨리고, 투쟁을 격화시키는 악순환을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철도공사가 KTX 승무원들에게 철도유통의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승무원들이 거부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KTX 승무원들이 유통의 정규직을 거부했다고 호도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철도공사는 KTX 승무원을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노조는 또 철도유통의 이번 사업권 포기와 관련, "노동조건은 위탁도급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며 "정당한 노조활동에 대한 대답은 위탁도급 계약해지나, 사실상 강제에 의한 반납으로 귀결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서울KTX열차승무지부(지부장 민세원)는 지난 13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외주위탁 저지 및 공사 정규직화 쟁취를 위한 KTX 승무원 결의대회'를 가졌다.<사진> 민세원 지부장은 "KTX 여승무원의 외주화 고착화는 철도노동자 누구도 외주화, 민간위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며 "KTX여승무원이 먼저 투쟁에 나서서 철도노조와 함께 연대해 더 강한 투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민 서울지방본부 본부장도 "지금은 정규직화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을 본격적으로 해야 할 때"라며 "KTX 여승무원들에 대한 외주용역 철회와 공사 정규직 쟁취를 위해 정규직 철도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연대해 철도노동자가 하나된 마음으로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노무관리 어렵다굽쇼?
인력채용 안하는 대신 호남선만 2인승무
 한국철도유통은 이번 KTX 여승무원 운영사업권 포기와 관련, 대내외적으로 노무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KTX 승무원의 잦은 시위와 단체행동으로 기업이미지 훼손은 물론 영업손실까지 우려돼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KTX 여승무원들이 왜 단체행동에 나서게 됐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KTX 여승무원들의 주장은 이렇다. 철도유통은 철도공사와 KTX 승무원 1인당 248만5,000원에 위탁도급계약을 맺었음에도 실제 KTX 승무원들의 실질임금은 월평균 140여만원 수준에 그친다. 철도공사와 철도유통은 KTX 승무원들의 인건비는 월 174만원으로 책정돼 있고, 실질임금은 159만원이라고 언론 등에 발표한 바 있다. 이 발표대로라면 20여만원의 차액이 발생하는 것이다. 노조는 철도유통이 연장근로수당, 휴일수당 등 각종수당을 포괄임금으로 산정해 지급해 왔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임금 착취를 당했다는 주장이다.


승무원관리 경험이 없는 철도유통이 KTX 여승무원 운영 업무를 맡음으로써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어 왔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개통 첫날인 2004년 4월15일 KTX 승무원들은 근무표가 작성되지 않아 새벽까지 비상대기를 해야 했다"며 "뿐만 아니라 무전기, PDA 등 필수장비가 고장나도 '모르쇠'로 일관해 업무상의 불편은 물론 사고 등 유사 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노동탄압도 받아 왔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철도유통은 선전물 배포 등 KTX승무원지부의 정상적인 노조활동에 대해 해고위협으로 탄압해 왔다"며 "철도유통 사장과 승무본부장이 교대로 이메일이나 게시문을 통해 해고위협을 하였는가 하면 2004년 11월23일에는 선별재계약 공문을 보내 위협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정당한 노조활동에 대한 감사실 출두 및 조사, 각종 경의서 제출요구, 승무정지조치 등의 징계도 끊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열차 안전이다. 철도공사와 철도유통은 지난 1일부터 KTX 호남선에 대해 2인승무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부족한 승무원을 충원하지 않고 노동강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보건휴가도 제대로 쓸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부실한 서비스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가? 사고시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호남선 KTX 2인승무는 승객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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