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등원거부가 일주일째 계속되면서 국회의 장기 공전이 점쳐지고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법의 연내 처리 여부도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번주 안에 국회가 정상화 된다면 남은 법안들의 연내 처리도 가능하겠지만, 다음주까지 정상화가 되지 않을 경우 법안 심사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임시국회 회기는 내년 1월11일까지이다. 하지만 여당으로서는 이달 30일 안에 본회의를 열어서 새해 예산안과 이라크파병 연장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 여당으로서는 비정규직법보다 예산안과 파병연장안 처리가 더욱 시급하다. 따라서 여당은 민주당, 민주노동당과 공조해 ‘반쪽 국회’라도 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실성은 낮다.

예산안과 부동산대책법 처리에 동의하는 민주노동당도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과 ‘사유제한 없는’ 비정규직법에 반대하고 있다. 설령 한나라당이 불참한 속에 본회의가 열리더라도 민주노동당이 불참하면 의결정족수가 안 된다. 한나라당을 배제한 채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은 또다른 정쟁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반쪽 국회’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비정규직법 연내 처리 여부 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국회 정상화의 열쇠는 모두 한나라당이 쥐고 있는 셈이다.

◇ 한나라당 장외투쟁 언제까지 = 한나라당은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 하는 강경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여당이 “국회로 돌아오면 감세안도 논의해 볼 수 있다”고 ‘당근’을 던져봤지만, 한나라당은 “그런다고 돌아갈 것 같았으면 처음부터 나오지도 않았다”며 차갑게 반응했다.

대신 한나라당은 지난 16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연 데 이어 19일부터는 부산, 수원, 대전, 대구를 순회하는 장외집회 계획을 세웠다. 19일에는 의원총회를 열고 장외집회를 포함한 향후 일정을 결정한다. 한나라당이 계획대로 집회를 열고 의사일정 협의를 거부할 경우 이번주에도 임시국회 공전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우리당은 18일 민주당, 민주노동당과 함께 ‘3당 국회’를 가동해 새해 예산안과 주요 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예산안을 처리하기가 쉽지 않고,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법과 이라크파병 연장동의안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므로 ‘반쪽 국회’ 성사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20일 소위 소집 = 이같은 여야 대치가 계속되면서 주요 쟁점에 대한 심사를 남겨둔 비정규직법도 표류하고 있다. 우원식 환노위 법안소위원장은 일단 오는 20일 회의를 소집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지만 한나라당은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18일 “아직 당내 분위기가 등원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민주노동당도 회의에는 참석하지만 의결까지 동의한다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18일 “민주노동당은 한번도 심의를 거부한 적이 없다”며 “소집된 회의에 참석해서 비정규직 권리보장입법에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20일 회의에서 한나라당이 불참하고 민주노동당이 소극적으로 나올 경우 법안심사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은 20일 회의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곧바로 다시 회의를 소집하는 방식으로 한나라당의 등원을 계속 압박할 계획이다.

◇ 27일까지 상임위 통과해야 = 비정규직법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연내 처리되려면 늦어도 오는 27일까지 환노위 상임위를 통과해야 한다. 29일과 30일에 본회의가 열린다고 가정하고 날짜를 역산할 경우, 28일까지 법사위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야가 ‘긴급법안’으로 합의할 경우 30일 오전 환노위를 통과하고, 바로 법사위를 거쳐 당일 오후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이 낮다.

여당은 현재 쟁점이 몇개 남지 않은 상태여서, 2~3차례 소위를 더 열면 법안 처리가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주말이나 다음주초부터 정상화 될 경우 즉시 소위를 열면 연내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사유제한’ 등을 수용하지 않은 채 법안을 처리하려 들 경우 물리적 저지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등원 거부 지속과 민주노동당의 ‘저지’ 등 몇가지 변수에 따라 비정규직법도 처리 여부도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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