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외롭고 괴롭다. 환경노동위 법안소위에서 비정규법을 본격 심사하기 시작하면서 민주노동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6명의 법안소위 위원 기간제 ‘사유제한’을 주장하는 이는 단병호 의원 혼자다. 소위에서는 홀로 5명을 상대해야 한다. 전체회의로 가면 1대15 게임이다. 본회의까지 상정되면 9명이 290명을 상대해야 한다. 수적 열세 정도가 아니라 게임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정치적 우군 역할을 기대할 수도 있었던 한국노총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관계도 소원해졌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어떻게든 ‘타협’을 해 보겠다며 소위 안팎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당초 △출산·육아 또는 질병·부상 등으로 인해 발생한 결원을 대체할 경우 △계절적 사업의 경우 △일정한 사업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그밖에 일시적·임시적 고용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등 4가지 사유에 한해서만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하자는 ‘근기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법안 심사가 시작되자 민주노동당은 “사유제한만 도입한다면 사유제한의 폭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5일에는 “사유제한 원칙을 수용하면 사유를 넓히는 것은 가능하다”며 “독일이나 프랑스 사례처럼 7~8개까지 사유를 넓힐 수 있다”는 ‘협상안’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이렇게까지 나왔지만, 여전히 ‘타협’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당은 괴롭다. 여당은 “사유제한 도입 여부를 검토해보자”는 태도는커녕 오히려 “사유제한은 옳고 그름을 떠나 실업자를 양산하는 비현실적 주장”이라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태도다.

이런 식으로 소위가 마무리될 시점까지 ‘타협’을 이루지 못할 경우 민주노동당의 선택지는 매우 적어진다. 표결 직전에 물리력을 동원해 의사 진행을 막거나, 표결에 참여하거나 기권하는 정도뿐이다.

쌀 비준안 처리 저지와 비정규법을 막기 위해 물리력을 쓴 전력이 있는 민주노동당이 이번에도 또 ‘점거 전술’을 쓰는 것은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표결에 불참하거나 반대하는 정도에서는 당원들과 지지층의 정서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민주노동당은 이래저래 외롭고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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