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법안(노사관계 로드맵) 입법화 작업은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지난 11일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당정협의를 열어 34개 과제 가운데 24개를 우선 처리하고, 나머지 10개는 이번 입법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본지 11월14일자 참조> 우리당은 우선 처리 24개 과제 가운데 6개 과제는 당정이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6개 과제를 제외한 18개 과제는 노사정위가 정부에 이송한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한 정부안 내용대로 ‘합의’된 것일까. 우리당은 14일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안’대로 당정이 합의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당 주장대로라면 정부안이 대폭 손질될 수도 있다는 뜻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무엇을 ‘합의’했나

14일 확인한 결과 정부와 우리당은 지난 11일 당정협의에서 법안 내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합의’한 게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18개 합의’라는 표현도 부적절하다는 게 우리당쪽의 주장이다. 오히려 정부가 제시한 내용을 우리당 의원들이 ‘공감’하거나 ‘이해’하고, 당의 의견을 정부쪽에 전달했다는 게 좀더 정확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단지 정부와 우리당이 ‘합의’한 것은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24개 과제를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24개 과제 가운데 18개 과제는 입법예고 때까지 당정간에 재론하지는 않겠지만, 정부안을 당이 수용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머지 ‘미합의’ 6개 과제는 이번 입법에 포함시키되 정부안 자체를 재검토하기 위해 당정간에 추가 논의하기로 ‘합의’했다는 것. 입법 대상에서 제외한 10개 과제는 중장기 검토과제로 남겨두기로 ‘합의’했다.

우리당 관계자는 14일 “언론을 통해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18개 과제 중에서도 당정간 이견이 남은 과제들도 많다”며 “이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내용이 바뀔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결국 24개 과제 대부분이 ‘미합의’ 상태나 별반 다를바 없다는 게 우리당쪽의 주장이다.


내용 ‘합의’는 어디까지

하지만 이날 당정 협의에서 로드맵 내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대목도 있었다. 예를 들면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 지급금지, 직권중재 폐지 등의 원칙론에는 당정이 합의했다. 하지만 이에 따르면 부수적인 과제들에서는 당정의 의견이 엇갈렸다.

복수노조 인정 시 교섭창구를 단일화 해야 하는지,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하는지를 두고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또 당정의 대체적인 의견인 ‘단일화’에서도 다수대표제를 채택할 것인지, 비례대표제를 할 것인지도 추가 논의 대상이다.

2007년부터 시행되는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와 관련한 중소규모 노조의 ‘생존’ 문제도 당정간 추가 논의할 대목으로 남겼다. 직권중재 폐지도 합의했지만 이에 따른 공공사업장의 파업에 따른 제한조치 등에서는 이견이 존재하는 식이다.

당정이 11일 합의한 과제라고 밝힌 ‘노사협 비밀유지’ 과제에서 정부안은 “비밀유지 의무를 강화하되 위반시 처벌”한다고 한 반면, 우리당쪽에서는 ‘처벌’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근로자 위원 편의제공’ 과제에서도 정부안은 “협의회 활동시간도 근로의무 면제”라고 했지만, 우리당은 “활동시간으로 규정하면 전임자로 오해될 수 있다”며 “회의준비에 필요한 시간 정도로 명확히 규정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온숍’ 과제에서 정부는 “현행을 유지하되 단결선택권 보장”하는 1안과 “유니온숍을 금지”하는 2안을 제시했으나, 이날 협의에서 당은 1안쪽을 선호했다. ‘단협 유효기간’에서도 정부안은 ‘3년’ 정도로 늘리자는 제시했지만, 우리당은 현행대로 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합의한 대목은 ‘기업변동 시 근로관계 명문화’ 과제에서 “판례가 정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에서 사업양도 시 고용승계 원칙을 명문화하고, 다만 도산절차가 개시된 경우 승계규정 적용을 배제하며, 사업양도양수 시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효력을 명문화”하는 과제와 ‘제3자 지원’과 관련한 “신고 및 처벌제도 폐지”등이라고 우리당쪽이 밝혔다.

국회 처리 일정은

당정은 2월 임시국회에서 노사관계 로드맵을 처리하자는 데까지 이날 협의에서 재확인했다. 하지만 입법예고일에 대해서는 당정간이 이견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당은 비정규직법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에서 로드맵까지 입법예고 하면, 비정규직법 처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당은 다음달 9일 정기국회 폐회 후에 입법예고 하기를 바라고 있다. 반면 정부는 의견수렴 등 법안처리 일정의 촉박함 등을 이유로 늦어도 이달말 안에 입법예고하겠다는 태도여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당정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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