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한 사용자에게 이런 전화가 왔어요. 내 비서가 ‘임금지표’를 확인하더니 자신이 다른 비서들보다 적게 받는다는 걸 알고 그대로 퇴사했다고요. 항의 아닌 항의를 하더군요.” 오십줄에 들어선 폴린 오세 사무국장은 경쾌하고 열의에 차보였다. 한국에서도 ‘임금지표 프로젝트’가 성공할 것이란 확신이 엿보였다.

이날 설명회에서 그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국가간 다른 복잡한 임금구조의 문제였다. 이를 어떻게 설문지로 뽑아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특히 국가간 비교를 위해서 말이다.

그는 “각 나라마다 이 질문은 다 나온다”며 웃음짓고는, “그런 차이를 반영할 수 있는 나라간 특성있는 설문지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이라고 임금구조가 덜 복잡한 것은 아니란 것. 그는 “실제 직무급 임금원형은 독일만 갖고 있고 이외의 나라들은 임금체계가 복잡하다”며 “이런 복잡한 구조에서 정확한 임금상태를 아는 것이 우리가 도전하고자 하는 과제”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유럽차원 국가간 임금비교 실시

그렇다면 왜 한국이었을까.

“아시아에서 한국이 인터넷 보급률이 가장 높잖아요. 임금지표사업은 온라인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으로, 인터넷 조사기법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자 했어요. 또한 앞으로 지역별 임금비교를 위한 한국이 중요한 거점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역별 임금비교라고? 현재의 국가간 임금비교 현황과 지역별 임금비교의 전망이 궁금했다.

“내년엔 아르헨티나와 멕시코에도 도입될 거예요. 아시아에선 일본과 중국과 접촉중입니다. 크게는 남·북미와 한·중·일 3개국의 지역화를 이루고자 해요. 또한 내년엔 각국에 퍼져 있는 다국적 기업의 임금비교도 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사용자가 임금이 더 싼 지역을 찾아가기 위해 임금비교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들간 각국의 임금을 알게 된다면? 정보를 자본만 독점했을 때와는 차이가 클 것이다. 전체적인 임금 및 노동조건 평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간 동시비교는 아직은 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쯤 가능할까?

“현재 국제노동기구(ILO)가 이 사업을 지원하고 있어요. 이는 실제적 국제비교 기법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연구자뿐만 아니라 노동자 모두 국제비교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2006년말 유럽차원에서 큰 직군별로 국가간 임금비교를 준비 중입니다.”

임금비교의 선두, 네덜란드는 올해로 사업 4년차다. 어떤 성과를 거뒀을까.

“네덜란드는 분명히 성과가 있었지요. 우선 노동시장내에서 임금평준화, 단협교섭시 유익한 정보활용 등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평균보다 낮은 임금에 대한 인상 요구의 근원이 되지요. 또한 우리는 남녀, 인종 등에서 나타나는 임금·노동조건 차별의 문제를 다루는 ‘임금격차완화위원회’에 노·사·정·시민단체와 함께 참여합니다.”

임금비교, 노동자 권리요구와 조직화에 역할

이는 노동운동 차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게 폴린 오세 사무국장의 주장이다.
“개개노동자에게 임금정보를 동일하게 제공하면서 자기권리를 찾기 위한 큰 힘을 줍니다. 또한 연구자와 노조간 긴밀한 결합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 정보들이 노조활동의 단체협상 과정에서 근거로 뒷받침해줄 겁니다. 낮은 비용으로 노동자에게 임금이 움직이는 것을 보여줄 수 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가 강조한 것은 ‘노동자 조직화’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한 공항 기내식사 제공업체의 노동자가 대부분 이민자였는데 이들은 하루종일 일하면서도 한끼도 제공받지 못한 거예요. 이것이 임금지표에서 나타난 거죠. 노조가 그 회사를 상대로 점심식사 제공을 요구, 성과를 이뤘습니다. 조직화에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 대표적 사례라는 것입니다.”

한편 폴린 오세 사무국장은 이날 설명회에 이어 한국의 특성을 갖춘 문항조율 등을 위해 오는 11일까지 한국에 머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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